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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아냐?" 다짜고짜 체온검사…이태원 '맨인블랙' 떴다 [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코스튬을 입은 이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촬영된 사진입니다. 박사라 기자.

최근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코스튬을 입은 이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촬영된 사진입니다. 박사라 기자.

핼러윈 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축제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넘쳐났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증명하듯,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이들이 권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영화 ‘마블’ 시리즈 캐릭터나 할리퀸, 조커 등의 코스튬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태원 역 앞은 한 발 내딛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파로 꽉 찼고, 몇몇 술집 앞은 수십 명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다.

코스튬 입고 체온 검사…코로나 속 '핼러윈 놀이'

이날 여우 모양 코스튬을 하고 거리로 나온 신모(35)씨는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모두 완료한 상태에서 이제는 핼로윈을 즐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조심스레 나왔다”며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매출이 끊긴 자영업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지나친 비난을 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화 ‘맨 인 블랙’ 복장을 차려입은 외국인들은 “에일리언인지 확인하겠다”며 체온계로 행인들의 온도를 체크하고 다니기도 했다.

인기 영화 캐릭터 '닥터 스트레인지'코스튬을 한 시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촬영된 사진입니다. 박사라 기자.

인기 영화 캐릭터 '닥터 스트레인지'코스튬을 한 시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촬영된 사진입니다. 박사라 기자.

인기 영화 캐릭터 '스파이맨'의 코스튬을 한 시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촬영된 사진입니다. 박사라 기자.

인기 영화 캐릭터 '스파이맨'의 코스튬을 한 시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촬영된 사진입니다. 박사라 기자.

영업 종료 시간인 오후 10시가 되자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이 시민들을 통제했다. 좁은 골목은 시민들이 아예 들어올 수 없게 막았고, 대로변에 서있는 인파에게 “흩어져서 이동하라”며 분산을 유도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은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종사자들은 핼러윈데이를 전후해 선제검사를 중복해서 받았고, 용산구청에서는 마스크를 배부하는 등 자체 방역에 힘썼다. 실제로 이날 각 매장에선 좌석 간 거리두기와 QR 체크인 등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고, 거리에 나선 시민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핼러윈을 앞두고 "핼러윈데이가 용산구에도 상인들에게도 기회"라며 직접 방역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상인들 "핼러윈서 희망 봤다…지옥같던 시간 끝나길"

이태원 상인들은 ‘핼러윈 열기’가 상권의 활성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태원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2019년보다 81% 폭락하면서 상권 전체가 위기를 맞았었다. 이태원에서 7년째 펍을 운영하는 김모(34)씨는 “조그맣게 시작한 펍이 입소문을 타면서 가게를 점차 확장하고 있었는데 마침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직원들도 줄여야 했다”며 “지옥같았던 시간이 지나가고 핼러윈을 기점으로 다시 상권이 되살아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인회에 따르면 작년 이태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맞았던 핼러윈 데이보다 사람이 두 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맹기훈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민들이 떠난 자리에 남아 어떻게 하면 이태원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정말 많은 생각과 고뇌를 했다”먀 “기대 반, 긴장 반, 걱정 반으로 만감이 교차한다. 이태원에 시민들이 다시 찾아주실 때까지 이태원을 살리려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직 위드 코로나 전인데” 지적도

할로윈 데이를 하루 앞둔 밤, 시민들이 이태원 일대가 북적거리고 있다. 박사라 기자.

할로윈 데이를 하루 앞둔 밤, 시민들이 이태원 일대가 북적거리고 있다. 박사라 기자.

다만 아직 ‘위드 코로나’가 본격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에 대한 불안은 여전했다. 이태원 거리에서 만난 이모(27)씨는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수백 명이 몰리면 방역의 핵심인 거리두기가 전혀 될 수가 없다”며 “외국 축제인 핼로윈 데이를 왜 우리나라에서 못 챙겨서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골목 구석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담배를 피우거나 ‘턱스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31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2061명이다. 서울시는 핼러윈데이를 맞아 이태원, 홍대 등 유흥시설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선제적인 특별방역대책을 수립, 지난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합동단속을 벌인다. 다음달 1일 오전 5시부터는 밤 여업 제한이 일부 풀리는 등 단계적 방역완화 계획이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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