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생강 종가' 완주, 생물 다양성 확인"…동·식물 100여 종 서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산림청 지정 희귀 식물인 '새박'. 최근 전북 완주군 토종 생강 시험포 조성지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완주군

산림청 지정 희귀 식물인 '새박'. 최근 전북 완주군 토종 생강 시험포 조성지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완주군

새박·새호리기…희귀식물·멸종위기생물 확인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독이 없다. 담을 삭히며 기를 내리고 토하는 것을 멈추게 한다. 습기를 없애고 딸꾹질을 하며 기운이 치미는 것과 숨이 차고 기침하는 것을 치료한다."

허준이 『동의보감』에 기록한 생강의 효능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생강에 관한 기록이 많다. 정조는 생강을 감기나 기침을 다스리는 약으로 썼고, 82세까지 장수한 영조는 생강차를 자주 마셨다고 한다.

우리나라 '생강의 종가'로 알려진 전북 완주군 토종 생강 재배지에서 희귀 식물과 멸종 위기 동물을 비롯해 1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완주군은 31일 "봉실산 주변 구릉 지대와 고산천 평야 지대에 있는 토종 생강 시험포 조성지 3곳에서 육상 곤충 105종과 식물 90종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는 완주군이 ㈜누리넷과 동국대 바이오환경공학과에 용역을 의뢰해 지난달 5~6일, 지난 7~8일 등 4차례에 걸쳐 해당 지역을 대상으로 생물 다양성을 조사한 중간 보고서에 담겼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 완주 생강 전통농업시스템 중장기 보전·관리 체계 구축 및 활용 계획 수립'이 이번 용역의 목적이다. 완주군은 "완주 생강 조성지에서 다양한 생물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전북 완주군 토종 생강 시범 조성지에서 발견된 곤충들. 사진 완주군

전북 완주군 토종 생강 시범 조성지에서 발견된 곤충들. 사진 완주군

"호습성 식물 적지, 곤충 종 다양성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식물은 국화과(16.6%)가 가장 많았고, 벼과(11.5%), 콩과(7.3%), 메꽃과·현삼과(각각 6.3%) 순으로 분포했다. 희귀 식물인 '새박'을 포함해 소리쟁이와 별꽃·토끼풀 등 귀화 식물 30여 종도 확인됐다.

육상 곤충은 산바퀴와 큰집게벌레·모메뚜기·방아깨비 등 한국 고유종 15종을 포함해 모두 105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목(目)별로는 노린재목(29.5%)이 가장 많았고, 나비목(18.1%), 메뚜기목·딱정벌레목(각각 12.4%), 파리목(11.4%) 순이었다.

조류는 꿩과 검은댕기해오라기·황로·왜가리·중대백로·쇠백로 등 26종이 확인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새호리기'는 생강 재배지 일대 전봇대에서 쉬거나 상공을 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청개구리와 참개구리 등 양서류 2종과 유혈목이(뱀 종류) 등 파충류 1종, 족제비와 고라니 등 포유류 2종도 관찰됐다.

동국대 등은 보고서를 통해 "토종 생강 시범포 조성지는 사질토가 비옥하고 수분 함량이 높아 개구리자리와 새박·가는마디꽃·좀부처꽃 등 습기를 좋아하는 호습성 식물 다수가 분포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생태적 관리를 통해 육상 곤충의 종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전통 농업지의 경우 국화과와 벼과 식물 등 경작 식생이 우위를 점해 다양한 종류의 식식성(植食性·식물을 먹이로 먹는 성질) 곤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성일 완주군수가 지난 29일 완주군청에서 "봉실산 주변 구릉 지대와 고산천 평야 지대에 있는 토종 생강 시험포 조성지 3곳에서 육상 곤충 105종과 식물 90종이 관찰됐다"는 용역 결과 중간 보고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완주군

박성일 완주군수가 지난 29일 완주군청에서 "봉실산 주변 구릉 지대와 고산천 평야 지대에 있는 토종 생강 시험포 조성지 3곳에서 육상 곤충 105종과 식물 90종이 관찰됐다"는 용역 결과 중간 보고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완주군

박성일 군수 "보존·관리 계획 방안 마련"

박성일 완주군수는 "토종 생강 조성지의 생물 다양성을 확인한 만큼 특정 생물과 희귀 동·식물 보존을 위한 안내판과 보호 펜스 설치, 시민 참여 교육 등 보존과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생강 전통 농업 시스템 활용 계획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천 완주군 의장도 "의회 차원에서도 봉동 생강의 생태계 보존·관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완주 생강 전통 농업시스템'은 지난 2019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로 지정됐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농업인이 해당 지역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해 온 유형·무형의 농업자원 중 국가가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 지정한 것을 말한다.

'완주 생강 전통 농업시스템'은 완주군 일원에서 겨울철 생강 종자 보관을 위해 토굴을 활용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농가의 아궁이 열을 이용한 온돌 방식과 땅을 파 생강을 저장하는 수직 강하 방식도 있다.

완주군은 "완주의 생강 저장 방식은 고온성 작물인 생강 종자를 겨울에 보관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한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전통 농업 방식"이라며 "전통 방식으로 보관한 생강 종자로 농사를 지으면 병충해에 강하고, 맛과 효능도 좋아진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