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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형제 대결, 삼성화재배 우승 상금 3억 누가 가져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바둑의 투톱 신진서 9단(왼쪽)과 박정환 9단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만난다. 사진 한국기원

한국 바둑의 투톱 신진서 9단(왼쪽)과 박정환 9단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만난다. 사진 한국기원

신진서 대 박정환.
최근 10년간 한국 바둑을 지배한 양대 강자가 2021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맞붙는다. 한국 선수가 삼성화재배 결승에 동반 진출한 건 13년 만이다. 동네잔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재 신진서와 박정환은 세계 바둑의 최강자다. 두 선수 모두 결승에서 만나야 할 적수를 만났다. 인공지능과 가장 가까운 바둑을 둔다는 ‘신공지능’ 신진서 9단과, 포석부터 끝내기까지 빈틈없는 바둑을 둔다는 ‘무결점 바둑’ 박정환 9단의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전은 11월 1∼3일 한국기원에서 3전 2승제로 열린다.

패배를 모른다 - 신진서

신진서 9단. 2021년 현재 명실상부한 세계 바둑 일인자다. 사진 한국기원

신진서 9단. 2021년 현재 명실상부한 세계 바둑 일인자다. 사진 한국기원

신진서 9단은 국내 프로기사 최초의 밀레니엄 키드다. 2000년 부산에서 태어나, 2012년 영재바둑대회를 통해 입단했다. 올해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하면 최초의 2000년생 우승자가 된다.

신진서는 당대 일인자다. 22개월째 한국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 대회 전관왕도 눈앞에 뒀다. 신진서는 현재 GS칼텍스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KBS바둑왕전, 용성전, 명인전을 보유한 국내 5관왕이다. 본선이 진행 중인 우슬봉조 한국기원 선수권전까지 우승하면 전관왕을 차지한다.

세계 대회에서도 신진서는 무적이다. 그는 현재 세계 대회 16연승 중이다. 세계 기록이다. 이전 최고 기록이 이창호·이세돌의 14연승이다. 신진서는 올해 열다섯 번 열린 세계 대회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두 번 내리 이기고, 11월 중순 예정된 LG배 8강전과 4강전에서도 이기면 그는 2021년 세계 대회 무패 신화를 기록하게 된다.

신진서는 삼성화재배 본선에서도 폭주 중이다. 32강전부터 4강전까지 모두 불계승했는데, 4강전을 제외한 나머지 세 경기는 싱겁게 승부를 결정 냈다. 초반부터 밀어붙여 중반에 끝내 버렸다. 중국 랭킹 2위 양딩신과 붙은 4강전만 접전이 벌어졌는데, 끝내기에서 가공할 집중력을 보이며 양딩신의 항복을 끌어냈다. 4강전이 끝나자 중국 바둑 팬이 “앞으로 신진서의 적수는 누가 될 것인가” 하며 탄식했다.

2019년 전까지 신진서와 박정환의 상대전적은 2승 10패로 신진서가 크게 밀렸다. ‘신진서가 아직은 박정환에 안 된다’던 시절이다. 2020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상대전적 14승 2패로 전세가 뒤집혔다. 분수령이 된 승부가 있다. 2020년 10∼12월 열린 신진서 대 박정환의 ‘슈퍼 7번기’. 이 특별 대국에서 신진서가 7번을 내리 이겼다. 현재 두 기사의 통산 전적은 25승 20패로 신진서가 우세하다.

신진서의 세계 대회 마지막 패배가 2020년 11월 3일 중국 랭킹 1위 커제와 붙었던 삼성화재배 결승 2국이다. 전날 벌어진 결승 1국에서 치명적인 마우스 사고가 있었고, 그 여파 때문인지 2국에서도 역전패했다. 통한의 패배 이후 그는 결심했다. 세계 대회에서 지지 않겠다고.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아직도 약속을 지키고 있다.

신진서 9단 vs 박정환 9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신진서 9단 vs 박정환 9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내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 박정환  

박정환 9단.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상대한다. 사진 한국기원

박정환 9단.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상대한다. 사진 한국기원

박정환은 지난 10년 한국 바둑의 간판이었다. 신진서가 등장하기 전까지 박정환은 중국의 파상 공세에 거의 혼자 맞섰다. 메이저 세계 대회에서 네 차례 우승했으나 삼성화재배 결승에는 처음 진출했다.

박정환은 1993년 태어났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이 된다. 20대 초반이 세계 바둑을 장악한 요즘, 서른 살이 다 된 박정환이 아직도 세계 초일류 기사로 활약하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는 2006년 입단했고, 2010년 12월 9단이 됐다. 그때 그의 나이 17세 11개월. 국내 최연소 9단 승단 기록이다.

통산 성적은 박정환이 신진서를 크게 앞선다. 통산 1위 횟수가 박정환은 74회고, 신진서는 30회다. 박정환은 2012년 6월 한국 랭킹 1위에 처음 올랐고, 2013년 12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무려 59개월간 1위 자리를 지켰다. 2018년 11월, 5년 3개월간 이어졌던 박정환의 장기 집권을 무너뜨린 주인공이 신진서다. 이후 두 기사는 치열한 일인자 싸움을 벌였다. 2019년 1년간 박정환과 신진서는 1위 자리를 6번씩 나눠 가졌다.

올해 삼성화재배에서 박정환은 신진서와 달리 고전했다. 16강전과 8강전에선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기적과 같은 드라마는 롄샤오와의 8강전에서 연출됐다. 대국 중반까지 박정환의 인공지능 승률 그래프는 3%였다. 그 바둑을 뒤집었다. 306수까지 이어진 접전이었고, 대국 시간이 6시간을 넘겼다. 8강전이 끝나자 바둑 팬 사이에 “하늘이 박정환을 돕는다”는 말이 돌았다.

박정환과 신진서는 타이틀전에서 모두 8번 붙었다. 3승 5패로 박정환이 열세다. 박정환의 3승은 초반에 몰려 있다. 최근 다섯 번의 결승 대결을 신진서가 다 이겼다는 뜻이다. 박정환이 순순히 물러났던 건 아니다. 올여름 쏘팔 코사놀 최고기사 결정전 결승에선 2승 3패로 패했고, 지난달 용성전 결승에서도 1승 2패로 졌다. 두 대회 모두 패했어도 승부는 팽팽했다. 바둑계는 신진서에 맞설 상대는 아직 박정환밖에 없다고 말한다. 2020년 1월부터 현재까지 신진서가 1위를 지킨 22개월 동안 박정환의 2위 자리 역시 바뀌지 않았다.

폭풍 전야 

2021 삼성화재배 결승전이 열리는 대회장 모습. 한국 선수끼리 경기지만 규정에 따라 온라인 대국으로 열린다. 두 선수 자리를 비스듬히 배치했다. 사진 한국기원

2021 삼성화재배 결승전이 열리는 대회장 모습. 한국 선수끼리 경기지만 규정에 따라 온라인 대국으로 열린다. 두 선수 자리를 비스듬히 배치했다. 사진 한국기원

‘고 레이팅(Go Rating)’이란 세계 바둑 랭킹 사이트가 있다. 비공식 사이트이지만, 유일한 세계 바둑 랭킹 사이트여서 바둑계에서 종종 인용한다. 10월 28일 기준 고 레이팅 순위 1위는 3831점의 신진서다. 2위가 3722점의 박정환이다. 삼성화재배가 개막하기 전 박정환은 커제에 이어 3위였다. 결승에 진출하면서 커제(3720점)를 2점 차로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하여 2021 삼성화재배 결승전은 명실상부 세계 최강자의 승부가 됐다.

결승전 1국은 1일 정오 열린다. 한국 선수끼리 대국이지만, 규정에 따라 결승전은 온라인 대국으로 치른다. 한국기원 대회장에 두 선수 자리가 비스듬하게 배치됐다.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2021 삼성화재배는 삼성화재가 후원하고 중앙일보가 주최한다. 우승 상금은 3억 원, 준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제한시간은 각 2시간이고,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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