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리뷰]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취향껏 고른 테이블웨어 3

중앙일보

입력 2021.10.31 12:46

민지리뷰는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5년차 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MZ세대인 나의 애장품은 ‘그릇’이다. 자취를 하면서 내 공간은 내 취향의 물건으로만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엄마가 챙겨준 밥그릇이었다. 떨어 뜨려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는 엄마 세대가 선호하던 튼튼한 브랜드의 밥그릇부터 치웠다. 푸드 스타일링을 하면서 고르고 찾은 취향 저격 테이블웨어를 소개한다.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자주 쓸 수 있는 기본 아이템들이라 하나쯤 마련해 두면 요긴한 것은 물론 식탁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해줄 것이다.

이악크래프트 미테 밀
히스 세라믹 머그컵
사브르 커트러리

이악 크래프트의 미테 밀 라인 볼. 자연스럽고 담백한 느낌에 어떤 음식을 담아도 예쁘다. [사진 권민경]

이악 크래프트의 미테 밀 라인 볼. 자연스럽고 담백한 느낌에 어떤 음식을 담아도 예쁘다. [사진 권민경]

직업 특성상 테이블웨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아요.

푸드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식기류를 접할 수밖에 없어요. 근무하는 스튜디오에도 여러 작가의 도자기나 커트러리 등이 구비돼 있습니다. 평소에도 예쁜 그릇들이 눈에 보일 때마다 하나둘 사 모으는 편이에요. 가급적이면 예쁜 그릇들을 찬장에 넣어두기만 하는것 보다는 나의 실생활과 함께 하고싶어서 자주 사용할것 같은 아이템들 위주로 구매해요.

취향이 남다를 것 같아요. 선호하는 것들이 있나요.

화려한 무늬에 매끈하고 광이 나는 그릇보다는 편안한 컬러를 지닌 그릇을 좋아해요. 투박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것들요. 도자기류도 유광보다는 무광을, 스테인리스 제품도 무광을 선호해요. 가격은 한 번 구매하면 오래 쓰기 때문에 크게 따지진 않아요. 그보다는 내가 직접 쓸 물건이기에 마음에 들어야 하고 오래 쓸 수 있을만큼 내구성이 좋은 제품인지를 살펴요. 그냥 내 취향이라서 샀는데 사이즈가 애매해 음식을 담기 불편하니 활용도까지도 고려하죠.

오늘 그릇·컵·커트러리의 3가지 테이블웨어를 리뷰해주시잖아요. 먼저 그릇부터 소개해주세요.

그릇은 ‘이악 크래프트(IAAC Crafs)’의 볼을 가져왔어요. 이악 크래프트는 전현지 세라미스트가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세라믹 스튜디오 ‘I am a ceramist’의 약자를 따서 부르는 명칭이에요. 이중에서도 고른 제품은 미테 밀 라인의 라이스 볼과 스프 볼이에요. 무광택 유약으로 마무리한 오트밀 컬러의 도자기입니다. 흙의 느낌이 충만하지만 투박하지 않고 감각적이에요. 라이스 볼은 지름 12cm, 높이 5.5cm, 스프 볼은 지름 15cm, 높이 6.5cm로 가격은 3만~4만원대예요. 예약제로 운영되는 한남동 쇼룸과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어요.

이악 크래프트는 전현지 세라미스트가 2013년부터 운영하는 스튜디오 ‘I am a ceramist’의 약자(IAAC Crafs)를 딴 것. 미테 밀 라인의 볼은 무광택 유약으로 마무리한 오트밀 컬러의 도자기 식기류다. 흙의 느낌이 충만하지만 투박하지 않고 감각적이다. [사진 권민경]

이악 크래프트는 전현지 세라미스트가 2013년부터 운영하는 스튜디오 ‘I am a ceramist’의 약자(IAAC Crafs)를 딴 것. 미테 밀 라인의 볼은 무광택 유약으로 마무리한 오트밀 컬러의 도자기 식기류다. 흙의 느낌이 충만하지만 투박하지 않고 감각적이다. [사진 권민경]

그릇 바닥의 로고와 텍스처가 돋보인다. 한남동 쇼룸과 온라인 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 라이스볼에 요거트를 담아서 주로 먹는다. [사진 권민경]

그릇 바닥의 로고와 텍스처가 돋보인다. 한남동 쇼룸과 온라인 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 라이스볼에 요거트를 담아서 주로 먹는다. [사진 권민경]

나는 주로 라이스볼에 요거트를 담아 먹는다. [사진 권민경]

나는 주로 라이스볼에 요거트를 담아 먹는다. [사진 권민경]

미테 밀은 어떤 점이 마음에 드나요.

그릇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밥그릇과 국그릇은 엄마 취향의 코렐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문득 내 공간에는 내가 고른 내 것들로만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당근마켓에 팔아버리고 미테 밀을 구입했어요.
미테 밀은 흙의 질감과 그릇의 두께, 적당한 무게, 무광의 유약이 내는 자연스러운 컬러 이 세 가지가 미테 밀을 완성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자연스러운 컬러 때문에 그릇에 음식을 담으면 음식이 더 돋보여요. 기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빚어 만든 도자기의 특성상 크기나 형태, 색상이 그릇마다 미세하게 차이가 있어요. 그런 자연스러움도 도자기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기계로 찍어낸 그릇과는 다른 자연스러움 때문에 미테 밀에 더 손이 자주 가는 듯해요. 나는 라이스 볼에 밥보다 요거트를 더 자주 담아 먹습니다.

가격은 어떤 편인가요.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더 비싸더라도 구매했을 거예요. 밥그릇과 국그릇을 합쳐 8만원인데 앞으로도 몇 년간은 사용할 테니까요. 더 저렴하게 사고 싶다면 할인 행사를 노려보세요. 인스타와 블로그를 통해 가끔씩 샘플 제품과 B품 할인행사를 알려줘요. B품이어도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다만 가장 최근에 진행한 세일에서는 홈페이지나 오프라인으로 구매한 적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우선 예약을 받아 진행했어요.
이왕 살 때는 세트로 구입하는 걸 추천해요. 국그릇, 밥그릇외에도 더 큰 사이즈의 면기도 있답니다. 명절 선물로도 좋을 것 같아요.

1940년대에 만들어진 히스 세라믹 머그컵. 창립자 이디스 히스의 이름을 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살리토 공장 투어를 통해 알게 된 후로 가장 잘 사용하는 컵이 됐다. [사진 권민경]

1940년대에 만들어진 히스 세라믹 머그컵. 창립자 이디스 히스의 이름을 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살리토 공장 투어를 통해 알게 된 후로 가장 잘 사용하는 컵이 됐다. [사진 권민경]

컵으로는 히스 세라믹의 머그컵을 선택하셨어요. ‘애연가의 컵’이라던데, 어떤 제품인가요.

맞아요. 컵 손잡이를 보면 일반 컵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잔의 손잡이 부분이 낮게 내려와 있는 게 독특하죠. 저는 3년 전 회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워크숍을 갔을 때 운 좋게도 히스 세라믹 소살리토 공장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이때 독특한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1940년대 컵을 처음 만든 사람은 브랜드 창립자인 이디스 히스인데, 엄청난 애연가였던 탓에 컵을 사용할 때도 네 번째 손가락을 컵 손잡이에 끼우고 검지와 중지에 담배를 잡고 마실 수 있도록 디자인한 거라고요. 비흡연자이지만 궁금증과 멋스러움에 바로 구매했죠.

히스 세라믹이 궁금하네요.

194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소살리토에서 시작해 지금도 이곳에서 모든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모든 제품을 인체에 해롭지 않은 유약을 사용해 친환경으로 만들어요. 소살리토와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역, 페리 빌딩,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내에 4개 직영점이 있어요.
국내에서는 오프라인으로 구매하기는 힘들고 배대지(국내 직배송이 안 되는 해외 직구에 사용하는 배송지 대행 물류업체)를 이용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어요. 요즘 보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몇몇 군데서도 판매하더라고요. 가격은 컬러 별로 다른데 배송비를 포함해 대개 4만원 중후반에서 7만원 초반이면 살 수 있어요.

네번째 손가락을 컵의 손잡이에 끼우고 잡는 법이 독특하다. 헤비 스모커였던 히스가 담배를 태우며 동시에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한 디자인이라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사진 권민경]

네번째 손가락을 컵의 손잡이에 끼우고 잡는 법이 독특하다. 헤비 스모커였던 히스가 담배를 태우며 동시에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한 디자인이라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사진 권민경]

직접 사용해 보니 어때요.

화려한 문양이나 컬러가 아니라 질리지 않고 오래 사용할 수 있어요. 제 그릇 취향과도 맞닿아 있고요. 사실 독특한 디자인의 컵은 많아요. 단순히 특이한 디자인을 위해 만든 게 아니라 창립자의 습관이 만들어낸 디자인이라는 점이 더 매력적이고요. 그릇을 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고요. 또 엄청 튼튼해요.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컵이 무거워요. 디자인의 변화 없이 무게를 가볍게 만들 수 있다면 손목에 무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나만의 사용 노하우가 있을까요.

컵이 두께가 있는 편이라 그런지 보온 하나는 정말 잘 됩니다. 나는 뜨거운 음료를 잘 마시지 못하는 편이에요. 밤에 잠들기 전 숙면에 도움이 되는 차를 항상 마시곤 하는데 그때 꼭 히스 세라믹 머그컵을 이용해요. 뜨거운 물에 차를 우려 놓고는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려요. 돌아오면 딱 마시기 좋은 온도가 되어 있더라고요. 차가운 계절에 차나 커피를 마실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어요.

사브르 파리의 커트러리들. 왼쪽부터 디너 나이프, 디너 스푼, 디너 포크, 샐러드 포크, 티 포크, 티 스푼, 스프레드. [사진 권민경]

사브르 파리의 커트러리들. 왼쪽부터 디너 나이프, 디너 스푼, 디너 포크, 샐러드 포크, 티 포크, 티 스푼, 스프레드. [사진 권민경]

사브르 커트러리도 너무 예쁘네요.

‘사브르 파리(Sabre Paris)’는 1993년 파리에서 시작한 브랜드에요. 펜싱 경기에 쓰이는 ‘검(Sabre)’을 모티브로 커트러리에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캐주얼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어요. 나는 사브르 커트러리 중 빈티지한 무광 스테인리스 재질과 나무 손잡이가 조화를 이룬 이 제품이 마음에 쏙 들었어요. 다른 라인 중에는 손잡이 부분이 컬러와 패턴이 다양한 아크릴을 사용한 제품이 많아요. 하지만 이 제품은 나무와 스테인리스의 조합으로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겨요.

어디서 구입할 수 있고, 가격은 얼마인가요.

사브르 커트러리는 프랑스 파리 봉마르셰, 갤러리 라파예뜨 백화점 등 전 세계 50개 국가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현재 국내에도 공식 수입원을 통해서 수입되어 백화점에서 구매할 수 있고, 스마트 스토어에도 있더라고요. 제가 산 이 제품 가격은 티스푼과 케이크 포크 2만1000원씩, 디너스푼과 디너포크, 샐러드포크, 스프레더는 각 2만5000원씩, 디너나이프는 2만8000원이에요. 7종 세트는 17만원에 구매했어요. 세트 가격에 잠깐 망설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 번 사두면 오래도록 식사 자리를 빛내줄 물건이라 큰맘 먹고 장만했어요.

빈티지한 무광 스테인리스 재질과 나무 손잡이가 조화를 이룬 커트러리. 나무와 스테인리스의 조합이 클래식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사진 권민경]

빈티지한 무광 스테인리스 재질과 나무 손잡이가 조화를 이룬 커트러리. 나무와 스테인리스의 조합이 클래식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사진 권민경]

일반적인 수저(왼쪽)와 사브르 스푼의 크기를 비교해봤다. 큰 크기를 활용해 음식을 더는 서빙 스푼으로도 즐겨 쓴다. [사진 권민경]

일반적인 수저(왼쪽)와 사브르 스푼의 크기를 비교해봤다. 큰 크기를 활용해 음식을 더는 서빙 스푼으로도 즐겨 쓴다. [사진 권민경]

이 커트러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단연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이에요. 클래식한 디자인이라 한식, 양식에 구애 없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의외의 쓰임새도 있어요. 디너 스푼과 포크의 사이즈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크기가 조금 커요. 하지만 여럿이 음식을 덜어 먹을 때 서빙 스푼 대신 사브르 스푼으로 덜어 먹으면 꽤나 유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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