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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사옥 대신 ‘메타버스 오피스’로 출근하는 시대, 옵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31 12:01

업데이트 2021.10.31 12:07

안녕하세요, ‘목요 팩플’ 인터뷰입니다.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협업은 더욱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팩플팀이 지난 150호 레터(2021.10.5, "너 내 동료가 돼라" 협업툴 WAR)에서 협업툴 시장의 변화를 자세히 분석했었고요. 오늘 팩플레터에선 미국과 일본에서 협업툴 소프트웨어 시장에 도전해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인 창업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유부혁 기자가 스윗의 이주환 대표를, 박수련 기자가 오비스의 정세형 대표를 만났습니다. 남다른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이 내다본 '일의 미래', 함께 보시죠.

[팩플] 원격근무SW 인터뷰①

Today's Interview
정세형 오비스(oVice) 대표

코로나19로 늘어난 원격근무, 계속하자니 기업도 직원도 고민이 많다. 문자로 하는 메신저, 각 잡고 카메라 앞에 앉는 줌(zoom)만으로는 뭔가 부족하고 불안하다. 출퇴근 관리도 난감하지만, 창의적인 브레인스토밍도 안 되고 직원들의 소속감이나 유대감도 떨어진다고 한다. 이런 기업들이 요즘 찾는 곳이 있다. ‘온라인 오피스’다. 화상회의를 넘어 직원들과 만날 ‘공간’과 ‘상황’에 주목한다는 의미다.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이 만든 ‘개더타운(Gather town)’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채용 설명회를 열거나 직원 대상 이벤트를 하는 배경. 그런데 만약, 이런 온라인 오피스로 매일 출근해야 한다면 어떨까.

정세형(30) 대표가 지난해 일본에서 창업한 ‘오비스’(oVice)는 이 시장을 노린다. 어쩌다 행사 때 한번 가보는 메타버스가 아니라, 직원들이 매일 8시간씩 일할 수 있는 편하고 효율적인 온라인 오피스를 지향한다. 지난해 8월 공식 출시된 오비스에는 현재 일본 광고회사 덴츠(dentsu), 일본 최대 채용 플랫폼 엔재팬(enJapan) 등 2000개 기업 직원들이 출근한다. 정 대표를 지난 5일 서울에서 만났다. 18억엔(약 186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마무리한 후 한국에 잠시 들렀다고 했다.

튀니지에서 만들어, 일본을 잡다

오비스는 어떤 서비스인가.  
“오프라인 사무실처럼 직원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대화 나눌 수 있는 가상 사무실이다. 아바타들이 각자 자리에서 일하거나, 회의실서 회의하거나, 휴게공간에서 동료와 수다를 떤다. 오비스와 달리 놀이공원 같은 역할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일이 잘 안 된다. 오비스는 일하는 공간의 자연스러움과 효율을 추구한다.”
사무실처럼 자연스럽고 효율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오비스는 현재 2차원(평면) 그래픽이다. 3차원 공간이나 VR 기기를 머리에 써야하는 서비스는 통신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자도 피곤하다. 오비스는 그런 시각 요소를 줄이고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집중했다. 가령, 오비스에서 아바타끼리 서로 가까이 있으면 음성이 잘 들리지만 등 돌리고 말하면 잘 안 들린다. 회의실 밖에 앉은 아바타는 회의실 대화내용을 들을 수 없다. 실제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과 정보의 흐름을 기술로 구현했다.”
원격근무로 부상한 건 줌(zoom)이었다.  
“줌은 의제를 중심으로 회의하는 데 쓰는 툴이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면 대화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발표자 뺀 나머지는 마이크를 끈다. 의견을 주고받지 못하니, 오래 하면 지친다. 오비스는 화상회의를 해도 회의실에 둘러앉아 대화하는 상황을 유지하고, 대화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오비스에서 제공하는 사무공간 예시. [사진 오비스 홈페이지]

오비스에서 제공하는 사무공간 예시. [사진 오비스 홈페이지]

그런데 어쩌다 오비스를 만들게 됐나.
“이번이 세 번째 창업이다. 두번째 창업 회사(온라인 채용 플랫폼)를 매각한 일본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퇴사하고, 다시 창업했다. 아프리카 튀니지에 출장을 갔다가 코로나19로 숙소에 갇혀버렸다. 튀니지는 프랑스의 IT 아웃소싱 기지라 우수한 개발자가 많다. 숙소에서 줌도 쓰고, 디스코드(음성 채팅)도 쓰면서 원격으로 현지 개발팀과 일했다. 그런데 다 별로였다.”
뭐가 문제였나.
“같이 일할 공간, 스페이스(space)가 없었다. 실제로도 인터넷에서도. 만약 우리가 사무실이었다면 주고받았을, 자연스럽고 우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싹 사라져버렸다. 줌 회의용 의제 중심으로만 일하게 되더라. 협업의 질도, 창의성도, 소속감도 다 떨어졌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걸 만들었다. 오피스(office·사무실)와 보이스(voice·목소리)를 합친 오비스.”
일본은 디지털 전환이 늦다고 하는데, 기업들이 이걸 바로 반응하던가.
“처음엔 기업들이 시큰둥했다. ‘코로나 곧 끝나면 사무실 갈텐데 그런 툴 왜 쓰냐’더라. 그런데 지난해 여름 이후부터 ‘코로나가 안 끝날 것 같다’고 바뀌었고, 올해는 ‘지금 당장 원격근무 하자’고 했다. 젊은 직원들이 도쿄 같은 대도시를 떠나겠다니까 기업들도 오비스를 찾았다.”

오비스의 경쟁자는 오피스 

수익은? 슬랙 같은 SaaS(Software as a Service)처럼 사용자 수대로 사용료를 받나?
“기존 SaaS들은 직원 한 명 늘 때마다 비용도 비례해서 는다. 기업엔 부담되는 방식이다. 근데 오비스도 그래야 하나? 보통 사무실 빌릴 때 직원 머리 수로 임차료를 계산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비스는 공간크기, 평수 기준으로 사용료를 받는다. 최대 50명까지 들어갈 면적의 오비스는 월 5만원 내면 된다. 회의실이나 카페테리아용으로 공간이 더 필요하면 추구할 크기만큼 비용 더 내면 되고. 올해 구독매출(ARR, 연간반복매출) 30억원을 넘겼고, 목표는 100억원이다. 일본 SaaS 시장에서  역대 가장 빠른 성장속도다. 일본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기업 SaaS 시장이 크다.”
오비스는 누구와 경쟁하나. 미국산 개더타운? 한국산 메타폴리스(직방)?
“그들과도 경쟁하겠지만, 우리가 본질적으로 대체할 시장은 사무실이다. 일본 기업들은 이제 ‘실제 사무실을 빌리면 연 1억원인데, 오비스에선 연 100만원이면 되네?’하고 둘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실제 사옥엔 없는 루프탑 정원이나 추가 회의실도 오비스에선 가능하다.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누구나 넓고 쾌적한 곳에서 일하고 살고 싶은 게 인간의 욕망이다.”
회사가 오비스에 복사기·냉장고 두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몸은 집에 있는데.  
“오비스는 일종의 데이터 플랫폼이다. 오비스에서 문서 출력 버튼을 누르면, 실제로는 집 프린터에서 문서가 나오지만 그 비용과 사용 데이터는 회사가 지불하고 관리한다. 냉장고 간식이나 각종 비품도 마찬가지. 게다가 모든 활동이 다 데이터화되니, 자원 관리도 더 편리할 수 있다. 이 기능들은 오비스가 아니라, 서드파티(3rd party)가 제공할 거다. 그런 생태계를 만들려는 중이다.”
오비스 창업자인 정세형 대표. [중앙일보 팩플]

오비스 창업자인 정세형 대표. [중앙일보 팩플]

91년생 연쇄창업자 

그런데 왜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나.  
“한국에서 중3까지 자랐다. 내가 게임에 빠져 지내서 부모님 걱정이 아주 심했는데, 호주로 조기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일본인 친구를 만나 그때 일본어를 빠르게 배웠다. 일본 SF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고양이 모양 로봇)을 언젠간 내가 만들겠다고 생각할만큼 일본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일본 교토에서 대학 다니며 창업경진대회들에도 나갔다. 일본을 잘 알고 일본어 잘하는 외국인이 IT 창업을 하니 반사이익도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벌써 세 번째 창업인가.
“대학 가기 전에 무역중개 회사를 차렸다. 호주-일본-한국 오가다보니, 온라인 쇼핑몰 상대로 중개하면 잘 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환율 문제로 수익성이 확 꺾였다. 그후 두 번째로 온라인 리크루팅 플랫폼을 창업했다. 이게 잘 돼서 엑시트를 했다. 프로그래밍은 9년 전에 배웠다. 그때 내 코딩 선생님이 현재 오비스의 CTO다. ”
당신은 어디서 일하나. 오비스 사무실은 어디?
“나도 도쿄에서 살 필요가 없다. 현재 바다와 가까운 이시카와 현에 살고 오비스에서 일한다. 오비스는 오프라인 사무실이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사무실을 만드는 순간, 우리가 망했다는 신호 아닐까(웃음). 일본, 튀니지, 미국, 한국등 전세계에 우리 직원들이 일한다.”

이번 시리즈A 투자에서 오비스는 18억엔(186억원)을 조달해 누적 투자액은 20억 5000만엔(211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투자자인 일본VC( DG벤처스, 원캐피털) 외에 글로벌 VC들이 투자자로 합류했다. 피델리티 계열의 에잇로즈 벤처스, 세일즈포스벤처스, 일본의 JAFCO, 한국 KB인베스트먼트다. 이들은 왜 투자했을까. 유용원 KB인베스트먼트 책임심사역은 “슬랙이 1세대, 줌이 2세대 원격근무 협업 툴이었다면 앞으로는 오비스처럼 끊김없는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3세대 툴의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SaaS 시장이 큰 일본에서 급성장한 오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팩플] 원격근무SW 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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