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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하루 350개 알람, 협업툴을 정리하라”

중앙일보

입력 2021.10.31 12:00

업데이트 2022.05.18 11:37

팩플레터 160호, 2021.10.28

Today's Interview 1
이주환 스윗(Swit) 대표

안녕하세요, ‘목요 팩플’ 인터뷰입니다.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협업은 더욱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팩플팀이 지난 150호 레터(2021.10.5, "너 내 동료가 돼라" 협업툴 WAR)에서 협업툴 시장의 변화를 자세히 분석했었고요. 오늘 팩플레터에선 미국과 일본에서 협업툴 소프트웨어 시장에 도전해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인 창업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유부혁 기자가 스윗의 이주환 대표를, 박수련 기자가 오비스의 정세형 대표를 만났습니다. 남다른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이 내다 본 '일의 미래', 함께 보시죠.

[팩플] 원격근무SW 인터뷰②

Missing half(잃어버린 반쪽). 지난 3월, 구글 클라우드 경영진이 글로벌 고객들에게 스윗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더 잘 쓰려면 스윗을 활용하라"고도 했다.
스윗(Swit)은 이주환 대표가 201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스윗 테크놀로지스’의 협업 툴. 이메일, 메신저, 업무관리 등 주요 업무를 한 화면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함께 일하는 팀’(SWIT=Stay Working in Teams)이라는 의미를 회사 이름에도, 서비스 이름에도 담았다. 미국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이주환(40) 대표를 지난 14일 화상으로 만났다.

실리콘밸리에서 발견한 협업 시대 

왜 한국 아닌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나.
“여긴 가장 훌륭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영업, 타 조직과의 협업 그리고 워크플로우를 다양한 업종과 규모의 기업으로부터 벤치마킹하고 그 기업들이 툴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직접 배우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벤치마킹 할 협업 툴이나 관찰할 기회가 없더라.”
협업 툴 소프트웨어 기업을 창업하기로 작정하고 미국에 갔다?
“스윗 창업 전에도 기업용 소프트웨어로 창업했었다. 11살 때부터 배운 코딩에 대학교 전공(영문과)을 더해 영어 학습관리 시스템(LMS)을 만들었는데, 잘 안됐다. 이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시장을 이해하고 비즈니스를 정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이해할 시장을 어디로 할지 정해야 하는데, B2B 시장을 떠나긴 싫더라. 제로(0)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피벗(사업모델 전환)을 위해 공부하다가 협업 툴을 눈여겨보게 됐다. 그 후 실리콘밸리에 직접 가보니 확신이 들었다. ‘협업 툴의 시대가 오겠구나'라고.”
뭘 보고 확신이 들었나.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실리콘밸리로 온 게 2014년이었다. 스타트업, 중견기업, 대기업을 돌아다녔다. 세계에서 가장 기술 수준이 앞서 있다는 이 동네 기업들은 일할 때 어떤 툴을 쓰는지, 어떤 기능을 주로 쓰고 안 쓰는지 등 이런 걸 파악하는 데 1년 반이 걸렸다. 글로벌 플랫폼 십수개를 연동하는 복잡한 워크 플로우를 여기서 익혔다.”
그 외에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니 뭐가 좋던가.
“글로벌 유니콘은 ‘미국에서만' 잘하는 게 아니더라. 이를 위해선 인재가 필요했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이 쓴다. 조직 내 다양한 구성원의 언어와 문화가 잘 어우러져 좋은 결과물, 즉 글로벌에서 통하는 제품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 기업 주식으로 미국 직원을 채용하는 덴 한계가 있었다. 런던·우크라이나·중국 등 전 세계 인재를 채용하려면 ‘미국 상장'이 필요했다. 스타트업 직원들 입장에서 가장 큰 복지는 훌륭한 동료들과 일하면서 최고의 비즈니스를 만들어 창업자와 함께 부자 되는 거 아닐까. 전 직원 백만장자 되기가 창업 목표기도 하다. ”

알람에 지친 사용자 구하기 

현재 스윗은 184개국 3만7000여 기업들이 쓰고 있다. 이들의 70%는 미국 기업이고, 한국 기업은 12% 정도다. 국내에선 SV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와 미래에셋벤처투자로부터 누적 140억원 가량 투자받았다. 현재 시리즈A 투자유치 막바지 단계다. VC업계에선 스윗의 기업가치를 약 2000억원으로 평가한다.

이미 협업 툴만 수십 개다. 스윗으로 풀고 싶은 문제는.
“툴은 여럿이지만, 통합의 문제는 아무도 해결 못 했다. 다양한 앱들이 출시되면서 단일 기능에 특화된 기존 앱들은 어느새 레거시(유물)이 됐다. 가령 메신저의 슬랙, 프로젝트 관리용 지라·아사나 등등. 알람이 불필요하게 중복돼 업무를 방해하고, 생산성과 상관없이 일을 위한 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협업 툴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다.”
다른 협업 툴도 그런 비효율은 해결하겠다고 한다. 스윗이 더 집중하는 문제는 뭔가.
“문제는 더 있다. 협업 툴을 사용해 일하기 편해지기만 한 건 아니다. 또 툴에 맞춰 일하고 툴을 더 잘 아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좀 더 사람을 중심에 둔’ 협업 툴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싶다. 또 대기업에서도 잘 쓰는 성공작은 아직 안 나왔다. 스타트업이 만든 툴은 규모 작은 팀엔 적합하지만 원격근무 시대를 대비해야 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그룹웨어를 대체하진 못했다. 이 시장이 비었다.”
그걸 해결할 스윗의 핵심 경쟁력은 뭔가.
“협업 툴을 쓰는 지식노동자들의 현실을 먼저 보자. 우리 고객들을 조사해보니, 지식 노동자들은 (협업 툴을 통해)하루 평균 350개의 알람을 받는다. 흐트러진 집중력을 다잡고 다시 몰입하는 데만 평균 25분 걸린다고 한다. 알람 배지를 0으로 해놓고 퇴근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알람이나 공유 링크를 누르면 화면에 탭이 또 추가된다. 메신저로 링크를 받으면 새로운 브라우저 탭을 오가며 채팅을 해야 한다. 너무 피곤한 일이다.”
협업 툴 스윗 화면. 별도의 탭을 추가하지 않고 동시에 채팅(화면 오른쪽)과 업무관리가 가능하다. 사진 스윗 화면 캡쳐

협업 툴 스윗 화면. 별도의 탭을 추가하지 않고 동시에 채팅(화면 오른쪽)과 업무관리가 가능하다. 사진 스윗 화면 캡쳐

협업 툴의 완성은 기업문화 

그래서 스윗이 그런 피곤을 덜어주나.
“스윗은 다른 앱들과 ‘완벽하게’ 연동된다. 알람을 중복해 받을 필요 없고 탭을 추가할 필요도 없이 일할 수 있다. 이전에 동료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나 파일을 찾아 드래그로 바로 공유할 수도 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나 MS 365의 5대 필수 앱(이메일, 드라이브, 문서, 화상미팅, 캘린더)은 스윗 화면에서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확장성도 강점이다. 포춘 500대 기업 70%가 슬랙을 사용한다지만 이건 전사 차원이 아닌 부서 단위로 쓰는 것이다. 스윗은 계정 하나로 업무공간을 무한대로 만들어 쓸 수 있어, 다른 툴에 비해 경제적이다.”
구글이 10월부터 구글 독스(docs) 같은 앱과 스윗을 연동할 수 있게 했다. 구글에 올라탄 비결은?
“구글의 가려운 부분을 스윗이 채워준 것 아닐까. 개발 때부터 고려한 포인트다. 구글의 보안 서드파티(기술 협력업체)가 함께 선정하는데, 구글 추천 앱 26개 중 협업 툴로는 스윗이 유일하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평가사이트 G2에선 협업 툴론 최고 평점인 4.7점을 받았다. 슬랙은 4.3이었다.”
협업 툴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현재 이 시장의 과제는 원격(재택)근무를 제대로 돕는 거다. 협업 툴은 인간 대체재 아닌 협업 보완재다.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인 특성을 기업의 문화로 보완해야 협업 툴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 일의 미래는 인간 중심의 디지털 전환에 있다. 협업 툴이 불필요한 관리나 사내 정치, 정보 사일로(칸막이) 등을 어느 정도 해결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가장 인간다운 기술로 대체 불가능한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게 협업 툴의 과제다. 스윗이 그걸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팩플] 원격근무SW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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