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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자기소개…있어보이게 보다는 겸손·진솔하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경랑의 4050세일즈법(42)  

수습 기간이 끝나고 부서 배치를 앞둔 김명석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수료식에서 진행할 3분 자기소개 스피치를 앞두고 걱정이다. 소문에는 부서 배치를 위한 사전 점검이라는 말도 있다. 홍보팀이나 마케팅 전략 쪽에 관심이 많은 만큼, 자기소개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저런 스피치 시나리오를 작성 중이다. 그런데 막상, 대학 시절이나 동호회 자기소개와는 분명 달라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어떤 방향이 좋을지 망설이게 된다. 너무 식상하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무엇보다 실제 나 자신의 특성을 잘 표현하고 싶다.

첫 직장 입사 후 25년간 한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새로운 직장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 박이사. 은퇴 전까지 남아있는 열정을 다하고, 행복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이런저런 두려움이 있기도 하다. 낯섦, 변화에 대한 적응력 등도 있지만, 예전 직장보다 더 젊은 연령대의 직원들과 어떤 공감대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걱정도 포함되어 있다. 다음 주 초에는 입사 후 첫 전체 부서 공식 회의자리다.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는 것부터가 중요한 첫 번째 과제라는 생각이다. 어디서 무슨 일을 했고, 어떤 마음으로 함께 하고자 하는지, 부서의 방향성 등을 포함해 무난하게 준비할 수도 있겠으나 직원들의 마음에 좀 더 인상 깊은 한마디가 없을지 곰곰이 고민 중이다.

자기소개는 ‘나’를 ‘타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하는 것임을 잊지 않는다면 이름과 소속 이외의 추가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자기소개는 ‘나’를 ‘타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하는 것임을 잊지 않는다면 이름과 소속 이외의 추가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자기소개. 유치원 시절부터 다양한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처음 만나는 모든 자리에서 자기 이름과 소속 등을 밝히는 간단한 스피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기본적인 매너이자, 관계 맺기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고, 더 확장해서 보자면 자기 자신을 주도적·적극적으로 타인에게 잘 알려 인식시키고자 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기를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 이름과 소속 정도면 충분할까? 자기를 소개하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목적에 맞는 내용이 있을 것이다. 아니, 목적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아니라도 자기소개는 ‘나’를 ‘타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하는 것임을 잊지 않는다면 이름과 소속 이외의 추가적인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쏟아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고 궁금해하는 것’ 에다가 ‘나의 목적’이 적절히 더해져야 한다. 여기에 추가로 상황에 맞는 자기소개의 ‘결’도 정해야 한다. 유머러스하게 할 수도 있고, 진지하면서도 예의 바름이 더 강조되어야 할 때도 있다. 자신의 장점을 부각해야 하는 자기소개도 있고, 참석하는 자리를 더 빛나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말하는 ‘눈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자리의 의미와 자기소개의 목적,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것 등을 고루 고민해봐야 한다.

세일즈에서도 자기소개는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간혹 명함이나 제안서, 브로슈어 등에 작성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화법으로 고객에게 전달하지 못하기도 한다) 자기소개는 일종의 브랜딩이기도 하지만, 고객에게 자신의 실력, 고객 지향성, 전문성, 차별화를 간결하게 드러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인사를 나누며, “간단히 제 소개를 드리려 합니다” 라는 말에는 대부분 짧은 시간이라도 귀를 기울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일즈에서의 자기소개는 일종의 ‘세일즈 화법’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호기심이나 특별함 등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준비하는 것이 좋다.

◦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인지를 표현
◦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인지를 표현
◦ 고객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사람인지를 전달
◦ 전문성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

이러한 목표에 부합하는 자기소개를 만들어 세일즈 상황, 특히 고객과의 첫 접점에서 화법으로, 혹은 인사말이나 메시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세일즈맨 뿐 아니라 다양한 경우에 중요한 자기소개 스피치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왕이면 평상시에 나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문장 한두 개쯤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좋고, 상황에 맞게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면 더욱 좋다. 이름, 소속을 읊는 정도가 아니라, 목적에 맞고 상대방에게 나를 인식시키는 자기소개 문장을 만들어 보기를 추천한다.

자기소개는 그냥 멋지고, 있어 보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멋지고 화려한 자기소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자기소개를 통해 거둘 수 있는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어야 하고, 실제로 지켜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소개를 얼마나 멋지게 만들 것인가에 앞서, 내가 어떤 이미지로 상대방에게 인식되고 싶은가에 대한 ‘컨셉’ 혹은 ‘전략’을 먼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일즈맨을 코칭하며 추천했던 방법을 하나 공유해본다.

자신에 대해 겸손하지만 진솔하게, 정확하게 표현하려 애쓰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호감을 주고, 더 잘 기억되는 것은 당연하다.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사진 pxhere]

자신에 대해 겸손하지만 진솔하게, 정확하게 표현하려 애쓰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호감을 주고, 더 잘 기억되는 것은 당연하다.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사진 pxhere]

나를 표현하는 주요 컨셉과 전략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들을 정하고, 이들을 연결하거나, 단어의 개념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몇 가지 샘플 컨셉 단어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전문적인/ 따뜻한/ 배려하는/ 약속을 지키는/ 지식이 풍부한 /경험이 많은 /정보가 많은/객관적인 / 정확한 / 최선을 다하는 /가족, 친구 같은/ 한결같은 /늘 옆에 있는 /도와주는/믿을 수 있는/ 능력 있는 /노력하는/일 잘하는 /매력 있는.

이 단어들을 결합해 문장을 만들어보고 자신의 이미지에 어울리면서, 세일즈 전략에 부합하는 문장으로 재탄생시킨다. (물론 이후에 더 추가적인 수정, 보완 작업은 필요하고, 상황에 맞게 조금씩 변형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샘플을 몇 개를 추가해 보면 이렇다.

따뜻한 마음이 최고의 실력이 되도록 노력하는 000팀장. 주어진 역할을 통해 고객에게 도움을 드리는 전문가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00를 상담합니다. 진실된 마음이 실력이 되고, 가족 같은 마음이 편암함이 되고, 현장의 풍부한 경험이 지혜가 되는 000 전문가.

세일즈맨을 위한 자기소개이지만, 위 사례에서 언급한 김명석 신입사원이나 새로운 시작을 한 김이사에게도 중요한 팁이 된다. 다음의 세 가지를 기억하고 적용할 수 있으면 된다.

◦ 이번 자기소개를 통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가
◦ 상대방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두 가지 주제를 결합하고
◦ ‘나’를 표현하는 핵심 컨셉을 정한 후 상황에 맞는 스피치의 결을 고려하기

신입사원 김명석씨가 다음과 같이 자기소개 스피치를 준비한다면 어떨까.

◦ 자신의 목적 : 원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밝히면서 자신의 장점을 부각한다
◦ 상대방이 알고 싶어하는 것 : 어떤 사람인지 & 경쟁력이 무엇인지 등 전반을 알고, 기억할 수 있도록 (특히, 홍보, 마케팅 분야의 리더와 HR을 겨냥)

◦ 차별화된 핵심 컨셉 : 창의적인, 욕심 있는, 집중하는, 성과를 중시하는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자기소개 스피치를 준비한다면, 핵심 문장을 다음과 같이 작성해 볼 수 있다.

“꿈꾸는 창의성보다는 결과를 만드는 창의성에 매력을 느낍니다. 창의성의 근간에는 목표에 대한 욕심과 주제에 대한 집중력이 필요함을 배우고 경험했기에 000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특별한 자신만의 경험이나 객관적인 경쟁력이 있다면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스토리텔링을 더할 수 있다.

너무 익숙한 주제이지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 있는 주제가 바로 ‘자기소개’이다. 자기소개를 정돈해보고, 잘 다듬는 것은 상대에 대한 정성으로 볼 수도 있고, 예의나 매너로도 해석될 수 있다. 세일즈에서는 더욱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나의 존재를 제대로 알리고자 한다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과장하고, 포장하라는 의미가 아님을 이해한다면, 자신에 대해 겸손하지만 진솔하게, 정확하게 표현하려 애쓰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호감을 주고, 더 잘 기억되는 것은 당연하다.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한 재산임을 안다면,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우리의 일상에서도 다듬어 보고 재정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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