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재형 '식집사' 뜨고 가구 매출 '쑥'…반려식물 호텔도 등장

중앙일보

입력

# 주부 A씨는 자칭 ‘식집사(식물+집사)’다. 반려식물을 키우며 기쁨을 찾는 사람이란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식물 키우는 일에 빠져들었다. A씨는 “코로나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식물원으로 만들며 풀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엔 식재하면 식물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토분과 식물과 어울리는 가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매출 240% 늘어난 제품군도

자연 친화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실내 곳곳을 식물로 꾸미는 것을 뜻하는 ‘플랜테리어(plant·식물+interior·인테리어)’의 인기가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최근 1~2년 사이 더 퍼진 이 트렌드는 ‘일상용어화’가 됐다.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서 ‘플랜테리어’ 해시태그(#)가 달린 글은 90만 개가 넘는다. ‘#반려식물’이 달린 글은 76만 개, ‘#식집사’가 붙은 글은 8만 개에 이른다. 식물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를 뜻하는 ‘#식멍’을 언급하는 글도 2만 개 이상이다.

이런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는 곳이 있다. 바로 홈퍼니싱(home+furnishing·집 꾸미는 제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형 가구회사나 플랫폼이다. 플랜테리어 인기의 수혜를 입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은 화분, 사이드 테이블, 다용도 수납장 등이다.

현대리바트가 운영하는 홈퍼니싱 브랜드가 지난 27일까지 플랜테리어 관련 제품 매출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증가했다. 특히 올가을(9월 1일~10월 27일) 들어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늘며 지난해보다 240%나 매출이 올랐다는 후문이다.

플랜테리어 제품군으로 분류되는 턴 우드 레그 플랜터. [사진 현대리바트]

플랜테리어 제품군으로 분류되는 턴 우드 레그 플랜터. [사진 현대리바트]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집 꾸미기 열풍을 타고 인테리어 소품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던 차에 최근 SNS나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반려 식물을 100여 종 넘게 키우는 인플루언서와 연예인이 화제가 되면서 고객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플랜테리어에 관심 많은 이들이 가장 많이 거론하는 ‘연예인 식집사’는 가수 정재형이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101가지 반려식물을 기르고 있다”고 밝힌 그는 지난 13일과 25일 인스타그램에 “식물대이동. 주말 한파. 공연 연습 열일. 식집사. 겨울맞이 준비”“오늘의 식물생활”이란 글과 함께 집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가수 정재형의 인스타그램. 겨울을 맞아 마당에서 키우던 식물을 실내로 들이는 내용을 적었다.

가수 정재형의 인스타그램. 겨울을 맞아 마당에서 키우던 식물을 실내로 들이는 내용을 적었다.

“플랜테리어 키워드 관심 급증” 

한샘은 플랜테리어에 어울리는 가구도 지난해 9월 출시했다. 장식 가능하면서 식물을 쉽게 올릴 수 있는 선반장·책장·장식장 등이 플랜테리어 구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샘 관계자는 “이런 가구 세트는 출시 이후 3000세트 이상 판매됐다”며 “가구 구매가 많은 성수기나 비성수기 시즌과 무관하게 잘 나간다”고 설명했다.

플랜테리어에 어울리는 가구로 꼽힌 갤러리장. [사진 한샘]

플랜테리어에 어울리는 가구로 꼽힌 갤러리장. [사진 한샘]

인테리어 플랫폼도 화색이다. 국내 최대 인테리어 플랫폼인 ‘오늘의집’에 따르면 홈데코 부문에서 플라워·식물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플랜테리어 상품 수요는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상승세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지난해 1월 대비 올 8월 거래액은 220% 성장했다”며 “플랜테리어를 키워드로 한 사진이나 콘텐트 수도 1만9000개에 육박하는 등 플랜테리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식물과 잘 어울리는 라탄 바구니 세트도 3000개가 넘는 리뷰 수를 기록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인기를 끈 라탄바구니 세트. [사진 오늘의집]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서 인기를 끈 라탄바구니 세트. [사진 오늘의집]

플랜테리어 트렌드는 의외의 방향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4일 꽃·채소·허브 등 다양한 식물을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신개념 식물 생활가전을 내놓았다. 계절과 상관없이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자동 온도조절 시스템을 접목했고, 인테리어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이밖에 환경과 조명을 고려해 반려식물을 맡아주는 반려식물 호텔이 지난달 생긴 데 이어 이달 들어 반려식물 전용 병원과 반려식물 치료센터도 문을 열었다.

꽃·채소·허브 등 다양한 식물을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신개념 식물 생활가전. [사진 LG전자]

꽃·채소·허브 등 다양한 식물을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신개념 식물 생활가전. [사진 LG전자]

이런 트렌드는 한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일 공개된 이케아의 ‘라이프 앳 홈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이들은 지난 1년간 부상한 ‘이상적인 집의 중요한 특성’으로 ‘개인 정원이나 발코니를 갖는 것(36%)’과 ‘자연과 가까이 거주하는 것(35%)’을 많이 꼽았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34개국 3만43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관련 제품의 매출액만 봐도 플랜테리어는 분명 대세”라며 “앞으로 관련 트렌드가 어디까지 발전할지 계속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