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쓴소리’.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남양주갑)의 별명이다.
검사 출신 조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을 견제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을 추진하다 조직에 찍혀 검사를 그만뒀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선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던 중 비선 실세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보고했다가, 거꾸로 문건 유출자로 지목돼 기소까지 당했다. 그 덕에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그의 ‘쓴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2018년 청와대 특별감찰관 비위 논란 땐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2019년 ‘패스트트랙 정국’에선 여당이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삭제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라왔을 땐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표결에 불참했다.
그런 그가 최근 ‘대장동 논란’과 관련해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배임이 될 수 없다”며 ‘이재명 옹호론’을 펼쳤다.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감사반장으로 의사봉을 잡을 땐 ‘회의 진행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눈이 삐딱하니까 삐딱하게 보이는 것”, “그럼 (손가락질이 아니라) 발가락질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스터 쓴소리’는 왜 유독 대장동 논란에 단호할까. 조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률가로서, 또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로서 종합적으로 따져봤지만, 성남시의 대장동 사업이 배임이란 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국정감사 이후 “조응천의 재발견”, “실망했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 “원칙을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국회법과 합의, 선례라는 세 가지 원칙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스톱워치를 준비해 여야 위원과 도지사까지 다 답변 시간을 체크했다. 합의에 어긋나면 여야 불문 강력하게 제지했고, 도지사에게도 ‘빨리 답변 끝내라’고 했다.”
- ‘발가락질합니까’라는 발언도 화제였다.
- “야당 의원들이 ‘손가락질하지 말라’고 외치던 상황이었다. 저로선 최선의 대응이었다. 달리 말했으면 싸움이 났을 거다. 위트 정도로 봐줄 수 있는 말로 (싸움을) 피하면서 상황을 끝낸 것뿐이다.”
- 화천대유에 엄청난 수익이 갔다. 그런데 왜 대장동 개발이 배임이 아닌가.
- “배임을 말하려면, 지금이 아니라 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2015년에 이재명 시장이 성남시에 손해를 끼치고 화천대유에 이익을 준 구조는 아니었다. 이재명 시장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당시 추정이익 중 72%를 공공이 먼저 확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 추가이익 환수조항을 두지 않아 민간이 이익을 독식했다는 주장도 있다.
- “그건 거래의 ABC를 무시한 놀부 심보 같은 주장이다. 부동산 경기가 변동돼 추가 이익이 발생했을 때 (민간 이익) 28%를 나눠달라고 하려면, 추가 손실에 대한 별도 약정을 하거나 공공이익을 감액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겠나? 그런 것 없으면 거래 자체가 거부됐을 거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제2의 조국 사태”라고 한다.
- “진 전 교수나 김경율 회계사는 화천대유의 대장동 아파트 분양사업까지 포함해서 ‘민간업자들에게 엄청난 개발이익을 안겨줬다’고 비난하는 것 같다. 그런데 성남도시개발공사(도개공)의 대장동 사업은 도시개발사업이다. 도개공이 출자한 ‘성남의뜰’은 택지 매각까지만 담당했다. 아파트 분양은 별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토지조성 후 분양하는 공영사업도 아파트 분양매출액은 모두 다 민간에 귀속된다. 같은 잣대로 비교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조 의원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선 “조 의원이 개인적 친분 때문에 이 후보를 편드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지적에 대해 조 의원은 “조금이라도 잘못된 거 있었으면 저는 못 이런다. 차라리 잘못됐다고 비판했거나 침묵했을 것”이라며 “이건 다 따져보니 자신 있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 이 후보와 가깝지 않나?
- “연수원 동기다. 동기가 300명이니 얼굴은 알았지만, 청년 이재명과 청년 조응천은 성향이 달랐다. 그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갔고, 나는 공안검사였다.”
- 가까워서 편드는 건 아닌가?
- “가까웠으면 경선캠프에 들어가서 도왔을 거다.”
- 도와달라는 말도 없었나.
- “아휴, 서로 어떤 놈인지 잘 아는데…”
- 이번 대선은 ‘고발 사주 의혹’과 ‘대장동 논란’으로 끝날 것 같다.
- “검찰개혁 논의가 진행될 때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신속한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대장동 수사는 검·경이 총력수사를 한다지만 엇박자를 내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국민이 수사역량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 대장동 수사 상황이 검찰개혁의 난맥상과도 닿아있나?
- “그렇다. 헤드쿼터(headquarter·사령부)가 있어서 여기는 압수수색을 했으니 이쪽은 저쪽으로 나가라는 식으로 하든가, 압수수색 결과를 공유하든가 해야 하는데, 효율적이지가 않다. 제 얘기는 최대한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서 빨리 진상을 규명하라는 것이다. (수사 결과를) ‘이겁니다’라고 자신 있게 드러내고 국민은 ‘그렇구나’ 하면서 끝나야 하는데, 그게 안 되지 않느냐. 답답하다.”
- 이번엔 수사가 대통령을 결정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 “예전에도 정치권에서 고소·고발이 있었지만, 이젠 아예 대놓고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의 한 수단으로 수사기관을 이용하는 것 같다. 저 역시 정치인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수사 기관은 원칙을 세워야 한다.”
- 어떤 원칙인가.
- “선거가 임박하면, 후보자 관련 사건 중 선거에 직접 관련된 게 아니라면 잠정적으로 수사를 유보하는 게 낫다. 수사기관이 누구 소환하고 어디 압수수색하는 것에 따라 정보가 왜곡될 수 있어서다. 검찰이나 경찰, 공수처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정보를 근거로 유권자들이 대표를 뽑을 수는 없다. 국민은 ‘정치검찰’만 싫어했던 게 아니라 ‘검찰 정치’도 거부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