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이미 와있어요. 모두에게 똑같이 오지 않은 것뿐이죠. 이제 중요한 건 '당겨진 미래'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거예요.
코로나19 3년 차 '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에게 '데이터로 본 우리 일상의 변화'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니, 이미 나타난 변화를 민감하게 바라보라"는 조언과 함께였다.
송 부사장은 매달 1억건이 넘는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동영상과 이미지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까지 들여다본다. 벌써 20년째다. 스스로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그렇게 사람들의 일상을 읽으며 발견한 깨달음을 책과 강연 등을 통해 나눠왔는데, 최근 6년 만에 새 화두(『그냥 하지 말라』)를 내놨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냥 하지 말라'…. 얼핏 선문답처럼 들리는 그의 말, 무슨 의미일까. 지난 18일 송 부사장을 만나 직접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6년 만에 새 책을 냈습니다.
불안해서 썼어요. 2015년 이후 글은 썼지만, 책을 내진 않았죠. 그러다가 2020년 잠시 멈춰서, 생각하고 측정해봤어요. 저만 불안한 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불안하실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 지금까지 제가 발견한 나름의 '상수'를 알려드리면, 다른 분들도 (새로운) 삶을 준비할 수 있겠다 싶어, 책을 냈습니다.
- 어떤 상수를 발견했나요.
3가지였어요. 인간은 이제 혼자 산다. 또 인간은 오래 살게 됐다. 그리고 인간이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여하는 정도가 점점 줄어든다. 이 상수들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이전부터 관찰돼왔어요. 다만 이제 그 변화들이 우리에게 '증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예를 든다면.
가령 '파김치'라는 키워드가 있어요. 일상적인 단어인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의미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2020년 1~2월에는 파김치가 (소셜 빅데이터 상에서) '맛집'이란 단어와 함께 쓰였다면, 같은 해 3~4월에는 '엄마'와 함께 등장했어요. 음식이었던 파김치가 한 달 사이에 엄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주양육자가 된 거죠.
이런 데이터를 분석하며, 우리의 공교육이 교육뿐 아니라 보육의 역할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덕분에 일상의 고마움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걸 알게 된 거죠. 데이터가 주는 큰 교훈입니다.
- 요즘 주목하는 키워드는 어떤 건가요?
저를 만나는 분들은 모두 이 질문을 합니다(웃음). 마치 이런 거죠. 희극인을 만났을 때 '웃겨주세요'라고 하는 것 같은. 그분들도 그런 요청을 받으면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해요.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변화는 쉼 없는 것이고, 새로운 건 늘 존재한다'고요. 다만 내가 관심을 기울이는가 아닌가의 문제입니다. 어떤 것에 익숙해지면 그 순간부터 그에 대한 관심이 줄고, 삶에 대한 열정도 줄어들잖아요. 중요한 건 대상이 아닌 관점인 겁니다.
- 새 책 제목에도 같은 메시지를 담은 것 같습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니, 생각을 먼저 하라'는 뜻이에요. 저는 새로운 걸 보면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요. 사람들이 '신기해'라고 말하고 넘어가는 걸 그냥 두지 않는 거죠. 예를 들어 제가 사는 동네에 로봇 카페가 생겼는데, 저는 굳이 가서 써봅니다. 또 앱을 다운로드받으면 커피 한 잔이 무료라고 하니, 그것도 일부러 해봐요. 기계와 3분간 씨름해가면서요. 얼마나 쉽게 만들었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중요한 건 민감해지는 겁니다. 미래는 이미 와있거든요. 물론 어떤 건 사라지고, 어떤 건 잘 되겠죠. 그런데 그 차이에 민감해지면 '다음'이 보입니다.
- 일에서 의미를 찾고 변화에 민감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어렵지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자기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다른 방법을 궁리하고, 거기서 성취를 얻는 겁니다. 이건 어느 분야에서든 노력하면 얻을 수 있거든요.
다행인 건 최근 일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거예요. 저희가 데이터를 잔뜩 보고 토론한 다음 알게 된 것이 바로 '성장은 목표가 아니라 매일을 잘 살면 얻는 훈장 같은 것'이라는 거였어요.
가령 토익 900점을 얻는 건 내가 그걸 위해 열심히 영어를 공부해서 얻은 훈장인 거에요. 이전에는 그 훈장에 주목했다면, 지금은 내가 얼마나 자라났느냐를 보는 거죠.
-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인가요.
우리가 노동을 판다고 할 때 일당을 말하잖아요. 일당은 주어진 시간에 정확히 비례하기 때문에 내가 그 이상의 것을 가져갈 수 없어요. 내 시간을 팔았으니까요. 그 이상을 가져가려면 결국 행위가 아니라 생각을 팔아야 해요.
슬픈 이야기지만 지금 일의 자동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지난해 3월 한 건물에 갔는데 체온 재는 아르바이트생분들이 있었어요. 교대근무다 보니 사업주분이 이들에게 한 달에 총 천만원을 급여로 지급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달 뒤 이들의 역할이 300만원짜리 기계로 바뀌었어요. 지금은 그 기계를 5만원이면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변하기까지 불과 1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우리의 일은 이렇게 하나둘 자동화되겠죠. 점점 퇴로가 사라지는 겁니다. 남는 건 우리의 정성을 담을 수 있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숙련을 넘어 진정성을 담을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 진정성을 담는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내 업은 누군가와의 관계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내가 빵 굽는 사람이라면 내 빵을 사는 사람들이 있겠죠. 그러니 그들이 내가 만든 빵에 '공명하며' 구매할 수 있도록, 나름의 노하우와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제가 이야기한 '업의 진정성'입니다.
- 일에 진정성을 담기 위해 무엇을 갖춰야 할까요.
첫 번째는 주체성이고요. 두 번째는 전문성입니다. 주체성은 내가 하는 거고요. 전문성도 내가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마케팅한다고 하는 분 중에 이런 분이 있어요. 일을 어떻게 실행하느냐고 물으면 '대행사가 한다'고 해요. 그 대행사는 또 아르바이트에 일을 맡기죠. 그럼 그 일은 자기가 한 게 아닌 겁니다. 업체만 관리한 거죠.
그런데 그걸 자기가 했다고 착각합니다. 이런 분들의 특징 중 하나가 이직이 안 된다는 겁니다. 본인이 (혼자) 한 게 없으니까요. 항상 누가 일을 도와줬죠.
반면 요즘은 주체성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처럼) 다른 사람이 시킨 일을 하지 않고, 내 일을 찾아 해야 합니다.
송 부사장이 인터뷰에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오는 다음달 11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세미나 '생각이 자본인 시대,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미나는 유튜브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되며 폴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