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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제재 받고 칩거 중인 北, "올림픽 오라" 中 손짓 응할까

중앙일보

입력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도쿄올림픽에 불참했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재를 받은 북한이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참석하게 될까.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국경을 닫고 '칩거' 중인 북한을 끌어내려는 움직임이 잇달아 포착되고 있다. 임기말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중재 외교 속에 평창올림픽에 이어 또 하나의 '깜짝 이벤트'가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긴박하게 움직이는 문재인 정부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올림픽에 이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 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에 왕이 외교부장은 "베이징 (겨울) 올림픽이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청와대는 왕 부장의 "역사적인 일" 발언을 강조하며 남북 관계 돌파에서 중국의 역할을 암시한 바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IOC가 북한이 내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관대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북한의 올림픽 참석이 ‘종전선언’ 카드와 맞물려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 관련해 "한국과 계속 협의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유지하던 미국 정부가 최근 순서·시기·조건 등 세 가지 요소를 특정해 한국과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협의 과정의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이와 관련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도 지난 15일 한 세미나에서 "중국이 북한의 베이징 겨울 올림픽 참가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남·북·미가 접촉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北 흥행에 도움…IOC 반대할 이유 없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9월 8일(현지시간) 집행위원회를 열고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결정했다. [사진 IOC]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9월 8일(현지시간) 집행위원회를 열고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결정했다. [사진 IOC]

전문가들은 베이징에서 남과 북이 만나는 국제적인 여건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은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IOC의 제재로 북한이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참가하기 어렵다는 관측은 중국의 국력을 무시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IOC 제재로 2022년까지 북한 올림픽위원회(NOC)의 자격이 정지됐을 뿐 아니라 IOC의 재정적 지원도 못 받게 됐다.

하지만 남 원장은 "중국이 대북 페널티를 보상하는데, 올림픽 흥행몰이를 고대하는 IOC가 북한의 참가를 반대할 이유가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만약 중국이 북한을 초청하는 부담을 모두 떠안는다면 IOC로서도 제재 원칙을 고수하긴 어려울 거란 얘기다.

오히려 넘어야 할 것은 미국의 '견제' 가능성이다. 일단 미국에선 홍콩 민주주의 탄압과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미국이 빠진 상황에서 남·북·중 정상이 베이징에서 모이는 모양새가 된다. 미국으로선 반갑지 않은 그림이다.

이와 관련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지난 5일 한 화상 세미나에서 "미국은 올림픽 기간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문 대통령 사이에서 회담을 중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결코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오라 손짓하는 中…북한의 선택은  

고립주의를 자처해온 북한은 스포츠 분야만큼은 국제사회와 협력해온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아시아 최초로 8강에 올랐으며 2016년 리우 여름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2개를 포함해 7개의 메달 획득해 206개 참가국 중 34위를 기록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램방아시안 게임에서는 총 37개의 메달을 따낸 바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도 순조롭게 시작했고 북한의 대표 축구클럽인 4·25 체육단은 당시 아시아의 유로파리그를 표방하는 AFC컵 결승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북한의 국제 스포츠 교류에도 제동이 걸렸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중국 및 러시아 국경을 봉쇄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33년 만에 여름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IOC는 도쿄올림픽 폐막 후인 지난 9월 북한에 제재를 가했다.

2018년 2월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가 끝난 뒤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부부장(왼쪽부터)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위스의 경기가 끝난 뒤 김정숙 여사, 문재인 대통령,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부부장(왼쪽부터)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입장에서 스포츠 분야 국제교류는 체제에 위협을 주지 않으면서 대내외적으로 정치·경제적 실리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일련의 조치로 북한은 국제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가시적이고 안전한 창구를 잃은 상황이다. 독일 도이치빌레(DW)는 "북한은 스포츠 분야를 통해 가장 가시적인 대외 교류를 해왔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발을 뺀 지금처럼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표면적으로 '코로나19 방역'을 핑계로 도쿄올림픽과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 철수했지만, 실제로 그런 건지 다른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는지는 알 길 없다. 북한은 지난 8월 '코백스'(COVAX)의 코로나19 백신 지원도 거절한 바 있다. 때문에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북한의 선택은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barometer)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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