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머니랩 구독전용

[앤츠랩]돈 벌 줄 아는 ‘팬덤 전용 메신저’가 메타버스를 만난다?

중앙일보

입력

하반기 들어 공모주라고 상장 첫날 ‘따상’ 가고, 이런 건 찾기 어려워졌죠. 그만큼 공모주 청약에 신중해지는 데요. 오늘은 모처럼 상장 예정인 새내기주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바로 디어유.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메타버스…. 디어유를 설명하자니 요즘 증시에서 핫한 단어들이 다 나오는데요. 한 단어로 규정하긴 어렵습니다. ‘아티스트와의 1대 1 프라이빗 메신저 서비스’는 기존에 없던 사업모델이거든요.

셔터스톡

셔터스톡

SM엔터테인먼트의 손자회사 디어유는 2020년 3월 메신저앱 ‘버블’을 출시해 무섭게 성장 중인데요. 버블앱 첫 화면은 카카오톡과 비슷합니다. 메신저 채팅을 할 수 있는 친구들 프로필이 주르르 뜨는데요. 카톡과 다른 점은 그들이 모두 아티스트(주로 K팝 아이돌)라는 점. 그리고 원하는 아티스트와 메시지를 나누고 싶으면 돈(구독료 월 4500원)을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SM의 남자 아이돌 그룹인 NCT 팬이라면 월 4500원을 내고 NCT멤버 23명 중 1명과 채팅을 할 수 있는 거죠(2인권은 8000원). 만약 NCT멤버 정우를 선택했다면 정우가 종종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내줄 겁니다. “@@@(이용자 닉네임), 주말 잘 보냈어?” 그럼 답장도 보낼 수 있고요. 메시지뿐 아니라 미공개 셀카 같은 사진(독점 콘텐츠)도 보내주죠.

 버블에 뜨는 친구 리스트(왼쪽). 만약 에스파를 선택하면 구독안내 창이 뜬다(오른쪽).

버블에 뜨는 친구 리스트(왼쪽). 만약 에스파를 선택하면 구독안내 창이 뜬다(오른쪽).

서비스가 심하게 단순한데요. 실속은 있습니다. 왜냐. 팬덤이야 말로 지갑을 열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동력이기 때문이죠. 디어유 버블에선 SM과 JYP(2대 주주)를 포함한 23개 기획사의 아티스트 229명이 활동 중인데요. 이미 구독수가 120만건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2인 이상을 구독하는 고객도 많기 때문에 실제 구독하는 사람 수는 80만명 정도로 추정).

무료 체험 기간이 전혀 없는 100% 유료구독 건수가 이 정도라니 놀라운데요. 역시 팬덤의 힘. 구독자의 71%는 해외(중국 19%, 일본 12%, 동남아시아 14% 등)에서 옵니다. 번역 서비스를 탑재했기 때문.

해외 구독자엔 자동번역을 제공.

해외 구독자엔 자동번역을 제공.

실적은 빠르게 증가 중. 지난해 적자(연매출액 130억원, 영업이익 –5억원)였지만 올 상반기 흑자로 전환(상반기 매출액 184억원, 영업이익 66억원)했죠. 영업이익률이 36%로 꽤 높습니다. 구독료 4500원에서 구글에 앱수수료(현재 30%, 내년엔 15%로 인하)를 떼주고 받는 3150원이 매출인데요. 여기서 3분의 1 정도를 아티스트에 주고 나머지를 디어유가 챙기는 구조입니다.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이죠. 플랫폼의 성패는 결국 얼마나 많은 참여자들을 끌어모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버블은 팬덤플랫폼이기 때문에 아티스트가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느냐가 결정적이죠(팬들은 그저 아티스트에 딸려올 뿐...). 사실 팬과 소통하고 싶으면 인스타그램도 있는데? 아티스트가 버블을 할 이유가 돈 말고도 있으니, 바로 ‘찐팬’이 주는 힐링. 안티·악플이 없어 아티스트의 만족감이 높다는 군요.

하지만 부족합니다. 디어유가 IPO에 나선 것도 사업을 더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죠. 방향은 크게 세가지. 해외·커머스·메타버스입니다.

우선 국내 스포츠스타, 배우와 미국·일본의 유명 아티스트를 영입할 계획입니다. 팬덤 플랫폼 경쟁업체인 위버스 역시 해외 아티스트를 영입 중인데 비슷한 전략이죠.(위버스와 차별점은 뒤에서 설명할게요.)

쇼핑 기능도 추가합니다. 내년 1월 이모티콘과 아티스트의 손글씨 폰트부터 판매할 예정이죠. 카톡이 이모티콘에서 시작해 점점 커머스를 강화해나가는 것과 비슷. 그게 얼마나 팔리겠어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디어유 측은 “게임 아이템에 남성 유저들이 돈 쓰는 것처럼 여성들은 팬커머스에 돈 쓸 준비가 돼있다”고 자신합니다. (덕질이 게임만큼이나 중독성이 있단 뜻인가 봄..) 한 증권사는 보고서에 이렇게 썼더라고요. “그치 머 메타버스 세계 속 구찌백도 몇백만원에 판매되는 시대인데, 이거 안 사겠어.”(메리츠증권)

디어유가 준비 중인 메타버스 마이홈 기능. 디어유 IR설명회 영상 캡처

디어유가 준비 중인 메타버스 마이홈 기능. 디어유 IR설명회 영상 캡처

메타버스 기능도 탑재합니다. 메타버스라고 하니 거창하지만, 한마디로 ‘3D 싸이월드 미니홈피’. 3D로 자기 홈을 꾸미면 유저끼리 서로 홈에 방문해서 소통하게 한다는 거죠. 홈을 꾸미는 데 필요한 아티스트 사진 같은 아이템은 물론 유료 판매 예정. 내년 3월 베타서비스 예정이라 아직 개발 단계이고요. 개발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앞으로 필요.

구분선

구분선

팬덤 플랫폼이 버블(디어유) 말고도 있죠. 대표적인 게 위버스(위버스컴퍼니). BTS(하이브)와 블랙핑크(YG)를 모두 품었다는 점에서 위버스의 파워는 상당한데요. 일단 상반기 매출만 보면 위버스컴퍼니(958억원)가 디어유(184억원)을 한참 앞서죠.

'에이, 그럼 디어유 별 거 아니네~'라고 할 건 또 아닙니다. 디어유 영업이익률이 36%라곤 얘기했죠? 위버스는 올 상반기 적자였고, 지난해엔 영업이익률이 7% 수준이었습니다.

뭐가 더 낫다, 못하다 할 순 없습니다.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실제 사업모델은 다르기 때문이죠. 위버스는 다음카페+트위터 느낌인데(아티스트들 사진과 글 보는 건 공짜), 실제 수익은 앨범·굿즈·공연 판매로 올리는 구조입니다. 좀더 유통 플랫폼에 가까움. 이에 비해 버블(디어유)은 유료 메신저서비스라는 구독경제 모델이죠. 여기에 앞으로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를 더하겠다는 포부. 덩치(매출)로는 위버스를 따라가기 어렵지만 돈 버는 능력 면에선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팬덤 플랫폼은 이제 막 열린 시장입니다. 향후 몇 년은 시장 선점을 위해 박터지게 싸워야겠죠. 확실한 건 한국 기업이 글로벌리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점.

셔터스톡

셔터스톡

공모가가 2만6000원으로 확정됐습니다. 기관 수요예측이 흥행하면서(경쟁률 2000대 1) 희망공모가 상한(2만4000원)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공모가가 책정됐어요. 공모가로 계산한 PER은 48배(내년 예상 이익 기준)로 좀 높은 편입니다 .

그럼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오르겠냐고요? 글쎄요. 솔직히 그건 모르겠습니다. 초반에 주가가 오르더라도 기관물량이 쏟아질 수 있어 예측이 쉽지 않죠. 원래 새내기주 주가는 전체 증시 분위기와 수급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그래도 디어유의 상장일 유통가능물량은 전체 주식의 25.7%로 비교적 적긴 합니다.

좀더 길게 보면 버블에 어떤 아티스트를 새로 영입하느냐, 내년 시작될 커머스 신사업이 성과를 내느냐가 결국 주가를 좌우하겠군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랜선 덕질' 시장은 이제 막 개화

이 기사는 10월 29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