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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여신처럼···두 눈 가리지않은 검사, 깡패보다 더 가혹 [Law談-윤웅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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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란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올바름’을 의미하고, 다른 말로는 공평, 불편부당, 공명정대, 정당함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검사에게 있어서 공정함이란 무엇일까? 고(故) 김원치 검사장은 그의 저서 『검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검사가 가져야 할 제1의 덕목으로 ‘공정’을 꼽으면서, 국가형벌권이라는 합법적 폭력을 행사하는 검사가 공정성을 잃으면 그것은 불법적 폭력으로 검찰은 깡패조직이 되고 검사는 깡패와 다름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두 눈을 가렸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공정을 의미한다. 셔터스톡

정의의 여신 디케는 두 눈을 가렸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공정을 의미한다. 셔터스톡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합류할 당시 “검사가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는 말을 했는데, 아무튼 여러 사람에 의해 검사가 깡패에 비교되는 것이 씁쓸하기는 하다. 그런데 검사에 의해 공정성·정당성을 잃은 수사를 당하고 모든 것을 잃게 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검사는 깡패보다도 더 가혹한 존재로 비칠 수 있어 검사와 깡패의 비교가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가만이 물리적 폭력을 합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는데, 그중 검사가 행사하는 권한도 기본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의 폭력적 행위이다. 검사가 사람을 소환하고 체포·구금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압수수색하는 것은 주거 침해로 그 평온을 해치는 것이며, 계좌 추적이나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개인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고, 감청하는 것은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일반인이 권한 없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한다면 모두 중형에 처해질 만한 범죄 행위들이다.

검사는 법의 이름으로 이러한 행위를 할 수 있지만, 법에 규정된 행위를 했다는 것을 넘어 공정하게 그 권한을 행사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검사선서’에는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의 맹세가 있고,  ‘검사윤리강령’ 에는 “검사는 피의자, 피해자, 기타 사건 관계인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대우를 하지 아니하며, 어떠한 압력이나 유혹, 정실에도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하고 공평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러한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세상은 언제나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권력이 있는 자와 권력이 없는 자 등 강자와 약자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간혹 검사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세상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또는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로 검사들을 혹독하게 비판한다. 한비자는 “거울이 흔들리면 밝게 비출 수 없고, 저울이 흔들리면 바르게 나타낼 수 없으니, 이는 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搖鏡則不得爲明, 搖衡則不得爲定, 法之謂也)”라고 말했다. 검사가 쓰는 거울과 저울이 흔들려 거울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비추어지고 저울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재어진다면 이는 공정함을 잃은 것이다.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국민들이 검찰을 불신하고 있는 이유는 검찰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국민은 검찰이 정치적 사건 등 중요 사건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유리하게 여당과 야당에 상이한 잣대를 가지고 수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여 검사들이 국민들에게 공정하게 보이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실제 법무부가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더라도 국민들이 법무부나 검찰에 바라는 제1순위가 공정한 법 집행이고, 구체적 문제점으로는 중요 사건의 검찰 수사가 편파적이라는 의견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국민들은 검찰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우상조 기자

국민들은 검찰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우상조 기자

이렇듯 우리 국민들은 검사가 그다지 공정하지 못하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그 주요 이유는 정치적 사건 등 중요사건에서 권력을 가진 쪽과 가지지 못한 쪽에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정치 권력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검사는 좌천·축출하고 자신들에게 순응하는 검사에게는 보상해 줄 수 있는 힘이 있다. 이에 검사들이 그 압력에 굴복하거나 또는 스스로 나서 권력의 시녀가 되는 경우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경우 권력의 유무에 따라 검사의 공정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검사에 대한 국민들의 위와 같은 불신은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면 강한 자에게 엄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것만으로 공정함을 이룰 수 있을까? 약자를 돕는 것은 이웃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사회적 덕목이나, 법의 공정함과 형평성에 있어서는 강자가 고려 대상이 아니듯 약자도 우대받을 수는 없다. 그렇게 해서는 공의(公義)를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성경 레위기 19장 15절은 “너희는 재판할 때에 불의를 행하지 말며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며 세력 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고 공의로 사람을 재판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칼과 저울을 든 정의의 여신 디케는 두 눈을 가림으로써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무사의 공정성을 표상하고 있다. 즉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불편부당(不偏不黨)이라는 디케의 정신이 검사가 가져야 할 공정함의 핵심이다.

검사는 사람을 단죄하기 위하여 그 사람의 행위를 법이라는 거울과 저울로 비추고 재는 작업을 수없이 한다. 한비자의 말처럼 검사의 거울과 저울이 그 대상이 되는 사람에 따라 흔들려서는 그 공정함이 상실되고 그렇다면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검사는 자신이 요경(搖鏡·흔들리는 거울)과 요형(搖衡·흔들리는 저울)으로 사람을 재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즉 공정함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보기도 하고 저울에 재보기도 해야 할 것이다.

로담(Law談) : 윤웅걸의 검사이야기

검찰의 제도와 관행, 검사의 일상과 경험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함으로써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검사와 검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를 통해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의 모습을 그려 보고자 합니다.

윤웅걸 변호사

윤웅걸 변호사

※윤웅걸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 서울지검 2차장검사/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제주지검장/전주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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