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달린 장성 마주치자 장병 10여명 '쌩'…요즘 군대 이렇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10.30 05:00

업데이트 2021.10.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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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의 픽 : 거수경례와 전투력 

서울 용산역에서 한 장성이 겪었던 일이란다. 그가 별이 달린 정복을 입고 열차를 타러 가면서 10명이 넘는 간부와 병사와 마주쳤다. 그러나 그에게 경례를 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다른 간부와 병사는 고개를 돌리거나, 아니면 그를 무심코 지나쳤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훈포장 및 표장 수여자들에게 거수경례로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훈포장 및 표장 수여자들에게 거수경례로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방부 엘리베이터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문이 열리면서 영관급 장교가 들어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엔 장성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도 영관급 장교는 장성을 모른 척했다.

요즘 군대의 군기가 어떤지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군대는 계급 중심의 위계질서가 뚜렷하며 그에 따른 명령과 복종 관계로 이뤄진 집단이다. 거수경례는 군 예절의 기본이다. 권위를 인정하며 명령에 따르겠다는 뜻을 상급자에게 나타내는 동작이기 때문이다.

군기의 기본인 거수경례가 이러할진대 ‘군기가 빠졌다’는 한탄이 군대에서 나오는 게 당연하다. 최근 간부와 병사간 두발 규정 차이를 없애는 방향으로 국방부가 검토한다고 하자 장교ㆍ부사관과 같은 간부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새 두발 규정이 당나라 군대로 만들겠다는 우려를 섞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정작 군기를 땅에 떨어뜨린 주범은 병사가 아닌 간부들이다. 일례로, 나이가 지긋한 부사관이 갓 임관한 장교에게 경례를 꺼리는 일이 잦다. 다른 군의 상급자에 대한 경례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도 한다. 군기의 기본인 경례부터 간부들이 먼저 등한시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미국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리처드 윈터스 소령이 예전 상관인 허버트 소블 대위가 외면한 채 지나가려 하자 경례를 받아 내며 한 얘기는 경례의 본질을 잘 말해준다. “사람이 아니라 계급에 대해 경례하는 걸세.”

경례뿐만이 아니다. 한여름 덥다며 밖에서 군모를 벗어 손에 들고 다니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간부를 여럿 봤다. 군예식령에 따르면 ‘군모는 실외에서 착용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돼 있다.

멋을 낸다며 규정보다 머리가 더 긴 젊은 간부들도 있다.

군대 문화를 연구하는 김진형 예비역 해군 소장은 “ 거수경례, 두발ㆍ복장규정은 허례허식이 아니다. 군대는 항상 엄정한 군기를 세워야 전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것”이라며 “간부들의 솔선수범이야말로 군기를 확립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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