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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국제적 위상 높아져, 콘텐트 창작자 파워 커질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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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호 10면

[SPECIAL REPORT]
‘오징어 게임’ 대해부

‘오징어 게임’ 현상은 문화산업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암호화폐 시장에는 최근 ‘Squid Game(오징어 게임)’이라는 이름의 암호화폐까지 등장했다. 암호화폐의 시황을 전하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4시간 동안 종전 가격의 1628%까지 치솟았다고 경제 매체 CNBC가 전했다. 멀게는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가깝게는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BTS로 대표되는 K팝의 성공을 잇는 또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블룸버그, 한국 소프트파워 조명

영국의 더타임스는 이런 한국 대중문화의 잇단 성공 비결을 분석하는 기사를 최근 내보냈다. ‘한류! 한국 문화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Hallyu! How Korean culture conquered the world)’라는 제목을 붙였다.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 공원’이 당시 현대자동차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것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리자 한국 정부가 ‘할리우드를 따라잡자’는 슬로건 아래 대중문화 산업에 집중 투자한 결과가 지금의 한류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오징어 게임’ 이외에 볼 만한 한국 드라마 10편을 소개하는 기사를 썼고, 블룸버그 통신은 K팝과 ‘오징어 게임’이 한국의 소프트파워와 경제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찬사들에 무감각해져서 그렇지, 초현실적이라고 할 만한 상황이다. 훗날 한국의 대중문화사는 ‘오징어 게임’이 솟구쳤던 2021년을 특별히 기록할 것 같다.

‘오징어 게임’ 현상은 우리에게 궁금증도 불러일으킨다. 속편은 나올까. 제2, 제3의 ‘오징어 게임’은? 한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어떻게 살려 나갈 수 있을까.

속편은 현재로서는 정해진 게 없다는 게 넷플릭스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황동혁 감독은 최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자신의 과거 극장 상영 영화 세 편을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오징어 게임’의 승자처럼 부자가 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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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넷플릭스는 당연히 적극적일 것이다. 덩치를 키우는 데 콘텐트의 생산국, 언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새삼 절감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TV 책임자 벨라 바하리아는 최근 미국의 대중문화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에서 “황 감독이 새로운 챕터를 위해 다른 시나리오 라이터들과 협업하고 싶어한다”며 “황 감독을 위한 최적의 구조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황 감독뿐 아니라 국내 콘텐트 제작자들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달에는 또다른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애플TV플러스가 개국한다. 한국인 창작자를 찾는 수요가 늘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오징어 게임’ 출연 배우들이 벼락 유명세를 맛보고 있다. 강새벽 역을 연기한 정호연 배우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9일 기준 2280만 명으로 드라마 공개 시점(40만 명) 대비 57배나 증가했다. 한국 배우들의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협상력 더 키워 저작권 확보해야”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전 세계 OTT가 좋은 콘텐트를 찾아 나서는 건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한국 콘텐트 창작자들의 딜 바게닝, 즉 교섭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도 “BTS·기생충에 이은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국내 콘텐트 제작자들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며 “한국 드라마에 대한 호감도가 한껏 높아진 이번 기회를 산업적으로 잘 활용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서양 사람들이 한국 문화는 트렌디하고 현대적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전환적 시기라고 할 만하다”고 평했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수익 배분 문제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트를 제작할 때 제작비를 모두 사전에 부담하고, 창작의 자유를 보장한다. 대신 흥행에 따른 저작권, 판권 등 추가 수익은 모두 넷플릭스에게 귀속된다. 이런 계약이 지속되면 거대 플랫폼의 하청 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영대 평론가는 “결국 남는 것은 판권”이라며 “그와 함께 장기적으로 문화적인 통제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은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한국 콘텐트 산업의 축적된 역량이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만나 폭발한 것”이라며 “콘텐트의 힘을 토대로 협상력을 제고시켜 향후에는 저작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제작 시스템의 문제부터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유정 평론가는 “넷플릭스로 인기 있는 한국 콘텐트가 몰리는 이유는 그만큼 국내 제작 시스템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만들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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