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이나 중국이나 청년의 삶은 고달프다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60호 20면

문턱의 청년들

문턱의 청년들

문턱의 청년들
조문영 외 12명 지음
책과함께

‘88만원 세대’, ‘n포 세대’, ‘달관 세대’…. 한국 청년들의 고단한 삶을 시사하는 말들이다. 기성세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 물결이어야 할 청년들은 오늘날 교육에 치이고, 일자리에 좌절하고, 부동산 장벽에 가로막혀 암울한 미래 앞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웃 나라 중국에서도 관찰된다. 개미족(蚁族·蟻族, 학력은 높지만 취업난으로 인하여 빈곤한 삶을 사는 이들), 팡누(房奴, 집의 노예), 캥거루족(啃老族,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는 젊은이들), 댜오쓰(屌絲, 집안 배경 없고 돈 없고 못생긴 남자) 같은 신조어가 유행한다.

『문턱의 청년들』은 힘든 삶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한·중 청년들의 일상을 비교한 책이다. 두 나라 청년들이 국경이라는 주권적 경계뿐 아니라 자신을 가로지르는 여러 다른 경계와 씨름하면서 어떤 궤적과 실천을 만드는가를 현장연구를 통해 살폈다. 한국과 중국의 청년들을 마주 볼 수 있게 하는 연구의 결과물인 13편의 글을 모아 펴냈다.

한국 청년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큰 관심사로 다뤄 왔다. 이 책은 특히 ‘지방 소멸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 비수도권 지역, 청년들이 대거 유입된 배달 플랫폼 노동시장 등의 열악한 사정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추석 직전인 지난달 17일 대구 영진전문대의 중국인 등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고국의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추석 직전인 지난달 17일 대구 영진전문대의 중국인 등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고국의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그동안 언론들의 관심은 이른바 ‘표준 취업경로’에 치중돼 왔다. 공무원 시험을 봐서 공무원이 되고, GSAT 등의 인적성시험을 봐서 대기업에 취업하고, NCS 문제집을 통한 공기업에 취업하는 일자리들이 표준 취업경로의 시작이다. 그러나 여기엔 대표성의 문제가 있다. 표준 경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인구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과 지방거점국립대학에 입학하는 인원을 합친 숫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85~90%는 표준 취업경로와 상관없이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플랫폼 노동 등 비정형 노동을 하거나 자영업을 영위하게 된다.

‘지방대 페널티’로 빚어지는 여러 가지 현상으로 지방 청년들의 어려움은 배가된다. 수도권 집중, 제조업의 고도화,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팩토리, 지방대학의 쇠락은 함께 어우러져 더 큰 파도가 되고 있다.

지은이들은 이 지점에서 지역의 청년들은 무엇을, 그리고 그들을 위한다는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중국 청년들의 삶도 만만치 않다. 중국 대도시에서 청년 세대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며 가정을 이루는 과정은 한국에서보다 더 절박하고 위태해 보인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집값은 이미 서울의 집값 수준을 넘어섰는데 중국 청년들의 평균 소득은 한국의 절반에 미치지 못해 소득 대비 집값은 훨씬 더 높게 체감된다. 한국처럼 전세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월세도 가파르게 상승해 불안정한 주거환경에 처하기 쉽다.

베이징에서 일하지만 호구(戶口)가 다른 도시에 속한 베이퍄오(北漂)의 경우 교육, 의료 등 사회복지 혜택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베이징에 정착하는 데에 이중의 장벽을 느끼게 된다. 베이징에선 학군 배정에 주택 소유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어서 외지 청년의 경우 호구뿐 아니라 주택구매 부담까지 크다. 서울 강남의 8학군처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하이뎬구, 시청구, 동청구 등의 학군지역 주택은 쉬에취팡(學區房)이라 불리는데 작고 낡은 아파트도 엄청 비싸다.

어렵게 호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베이징에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영끌’ 노력 이상을 쏟아부어야 해 자칫 본인은 물론 부모님들을 팡누(房奴)로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 사이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같은 대도시 이탈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베이징 외곽 지역에 비교적 저렴한 집을 한 채 구매하는 것을 상차(上車)라고 한다. 치솟기만 하는 베이징 집값과 갭을 메워 보려는 전략이다.

이 책은 또 접경 도시 중국 샤먼의 양안창업기지 등에서 일하는 대만 청년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유학을 택한 이주 팬덤 ‘대륙 언니들’의 활동도 소개한다.

지은이들은 “한국과 중국, 그 사이와 너머의 삶들을 진지하게 탐색하고 국가, 세대 등 기존 경계에 매몰되지 않는 방향으로 공생의 지도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