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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초청' 없는데…文, 교황에 또다시 "방북, 평화 모멘텀 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하고 북한 방문을 재차 요청했다.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한 뒤 DMZ 철조망을 잘라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설명하고 있다. 교황청 제공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한 뒤 DMZ 철조망을 잘라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설명하고 있다. 교황청 제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 교황궁 2층 교황의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대해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며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 기꺼이 가겠다”고 답했다.

이날 면담은 통역을 맡은 한현택 신부를 제외한 배석자 없이 문 대통령과 교황의 독대 형식으로 진행됐다.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화하고 있다. 교황청 제공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화하고 있다. 교황청 제공

문 대통령은 면담을 마친 뒤 비무장지대(DMZ)의 철조망을 녹여 만든 십자가를 교황에게 선물했다. 그러면서 “성서에 ‘창을 녹여서 보습(쟁기의 날)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꼭 한반도에서 뵙게 되기를 바라겠다”며 교황의 방북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

문 대통령의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은 이번이 두번째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지 한달만인 그해 10월 교황을 처음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에게 교황을 만나 뵐 것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에게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면 열렬히 환영한다는 적극적 환대 의사를 받았다”며 “김 위원장의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자신했던 북한의 초청장은 지난 3년간 오지 않았고, 결국 교황의 방북도 성사되지 않았다.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마친 뒤 수행단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교황청 제공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마친 뒤 수행단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교황청 제공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있는 문 대통령은 이날 교황과의 두번째 면담에 이례적으로 이인영 통일부장관을 수행단에 포함시켰다. 교황의 방북과 문 대통령이 재추진 의사를 밝힌 종전선언의 실현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하지만 이날 면담에서도 북한의 초청장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교황 면담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별도로 교황을 면담한다는 사실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주요국 중 한ㆍ미 정상만 교황과 면담하는 것으로 안다”며 “교황을 중심으로 한ㆍ미 정상이 한반도 문제를 공유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ㆍ미 정상은 모두 가톨릭 신자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세례명은 각각 디모테오와 요셉이다.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교황청 제공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마친 뒤 대화하고 있다. 교황청 제공

그러나 지난 26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 “한ㆍ미는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 등에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며 이견을 감추지 않았다.  ‘교황 방북’에 대해서도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김정은이 갖고싶어 하는 지위와 위신, 관심을 주게 될 뿐”이라는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30~31일 로마 G20 정상회의나 다음달 1~2일 영국 글래스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기간 한ㆍ미 정상의 별도 회동도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교황 면담에 이어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의 별도 면담에서도 재차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정부는 또 문 대통령의 교황 면담 일정에 맞춰 로마 산티냐시오 성당에서 종전선언을 기원하는 의미의 ‘철조망, 평화가 되다’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교황청 제공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교황청 제공

전시회에는 DMZ에 설치됐던 철조망을 녹여 만든 136개의 십자가가 전시됐다. 136개의 십자가는 1953년 정전(停戰)협정 이후 68년간 남북이 각각 겪은 분단의 시간(68년×2)을 상징한다. 조속히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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