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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이제는 메타” 회사 간판 바꾼 페이스북, 저커버그는 왜?

중앙일보

입력

마크 저커버스 메타 CEO가 페이스북의 새로운 이름 '메타'를 소개하고 있다. 페이스북 영상 캡쳐.

마크 저커버스 메타 CEO가 페이스북의 새로운 이름 '메타'를 소개하고 있다. 페이스북 영상 캡쳐.

“이제부터 우린 메타(Meta).”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바꾼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28일(미국 현지시간) 가상·증강 현실(VR·AR) 콘퍼런스 '커넥트(Connect) 2021'에서 사명 변경 계획을 발표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71분간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는 인터넷 다음 챕터의 시작점에 서 있고, 우리 회사의 다음 챕터인 메타버스로 간다”고 강조했다.

왜 중요해?

모바일 다음(Next mobile) 혁신을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 경쟁이 본격화.
● 페이스북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SNS) 기업. 월간 사용자(MAU)만 35억8000만명(2021년 3분기)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이 쓴다. 그런 소셜의 왕이 '메타버스'란 승부수를 던졌다. 창업 17년, 오큘러스 인수(2014년) 7년 만의 변화다.
● 메타버스가 정보기술(IT)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더 커졌다. 인터넷→스마트폰→5G 통신으로 이어진 기술 발전은 ‘텍스트 중심의 웹→모바일 영상→실시간 영상으로 시장의 판을 바꿨다. 페이스북 등 메타버스를 미래 사업으로 꼽는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몰입감있는 경험 인터넷’ 시대가 올 것이라고 본다. 이날 저커버그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진정 같이 존재하는 것은 소셜 테크놀로지의 궁극적 꿈”이라며 "경험 중심의 구체화된 인터넷이 메타버스이고, 메타(Meta)라는 사명은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메타버스에서 뭘 하겠다고?

● 저커버그는 이날 발표에서 메타버스의 미래 영상을 공개했다. 증강현실 안경(Glass)을 이용해 손가락으로 홀로그램을 클릭하고 음성으로 전화를 실행하면 아바타가 눈앞에 소환되는 식. 저커버그는 "일하고, 배우고, 놀고, 창작하는 데 제약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앱을 메타버스로 '복제'하고 그 안에 커머스나 광고를 이식해 수익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아바타나 의류 등 디지털 아이템 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 메타버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모든 사업이 메타버스로 복제될 수 있고, 현실에선 불가능한 사업도 상상해볼 수 있다"며 "현실에선 글로벌 빅테크들이 섹터별로 이미 패권을 차지했지만, 메타버스는 이제 출발선에 있어 먼저 나설수록 유리하다"고 했다.

증강 현실을 이용해 회의에 참석한 모습. 커넥트(Connet) 2021 기조연설 영상.

증강 현실을 이용해 회의에 참석한 모습. 커넥트(Connet) 2021 기조연설 영상.

근데, 페이스북은 왜

① 치열해진 경쟁 : 페이스북은 SNS를 거점으로 영상·게임 등 다른 분야와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스냅챗 같은 SNS나 유튜브·틱톡 같은 영상은 물론이고 게임 전용 소셜서비스 디스코드·트위치(아마존) 등도 소비자의 시간을 두고 경쟁한다. 로블록스나 에픽게임즈(포트나이트 운영) 같은 게임사의 메타버스 플랫폼도 최근 급성장했다. 오큘러스 인수후 확장경험(XR)에 꾸준히 투자한 페이스북도 미래 사업의 방향을 확실히 할 때가 됐다.
②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 유튜브·틱톡처럼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콘텐트를 만들고 창작물로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창작자 경제'(creators economy), 메타버스에선 페이스북이 이를 선점하고자 한다. 크리스 콕스 메타 최고제품책임자(CPO)는 29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 대상 설명회에서 "메타에선 창작자들의 존재감이 더 커질 것"이라며 "패션 디자이너라면 인스타그램에 사진만 올릴 게 아니라, VR 갤러리를 열고 패션쇼를 열어 경험의 폭을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창작 및 제작자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 1억 5000만 달러(1750억원)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③ 생태계 리더 : 구글·애플이 장악한 모바일 '앱마켓' 사업자 지위를 메타버스에서 가지려 한다. 단, 폐쇄적 독점 대신 상호운영 형태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소비자의 선택권 부족과 개발자들에게 부여되는 높은 수수료가 인터넷 경제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며 "메타는 사이드 로딩(side loading·특정 스토어 외 다운로드)을 허용하고, 수수료를 가능한한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군을 늘려 '독점 논란'을 피하고 신사업 기회도 찾겠다는 의미다.
④ 위기 타개책 : 회사는 최근 미 정부로부터 강력한 반독점 조사를 받았고,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페이스북 앱이 증오 발언과 허위정보를 방치하고, 사용자들의 극단적인 행동과 사고를 자극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그동안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의혹에 회사는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내부에선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와중에 사명 변경에 나서자, 저커버그 CEO가 정치적·사회적 부담이 커진 SNS 이슈와 거리를 두려는 계산이란 평가가 나온다. 에드 마키 미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페이스북은 우리가 그들을 메타라고 부르기를 원하겠지만, 우리는 그들을 프라이버시·민주주의·아동 위협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일침했다.

메타의 주요서비스와 출범 시기.

메타의 주요서비스와 출범 시기.

이름 말고도, 달라지는 것들

● 페이스북은 서비스명으로 남고 기업명은 '메타'다. '페이스북 from 메타', '인스타그램 by 메타' 같은 식이 되는 셈. 나스닥 주식 티커(종목코드)도 12월부터 'FB'에서 'MVRS'로 바뀐다.
● 사업구조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앱 부문 외에, VR·AR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 2020년 신설)가 메타의 중추로 발돋움한다. 메타는 올해 4분기부터 기존 앱 서비스 사업 실적과 메타버스 부문(리얼리티 랩스) 실적을 분리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메타 측은 "모든 제품은 메타버스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돕는다는 비전이 내부에 공유됐다"고 했다.
● 메타버스 관련 라인업도 공개했다. 소셜 VR 공간인 호라이즌 홈(Horizon Home)과 VR 업무공간 호라이즌 워크룸(8월 공개)이 대표적. 제스쳐 기반으로 작동하는 프레즌스 플랫폼(Presence Platform), 오큘러스를 이을 차세대 올인원 VR기기 캠브리아(내년 발표) 등이 있다.

나랑은 무슨 상관

● 지금 쓰던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오큘러스 등 계정이 순차적으로 '메타' 계정으로 통합된다. 기존 서비스에 VR·AR 콘텐트도 늘어난다. 콕스 CPO는 "인스타그램, 메신저 등에 호라이즌 같은 VR기반 서비스가 점차 통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메타가 메타버스 창작자 생태계를 키우겠다며 나서면서 경쟁사들도 급해지게 됐다. 전 세계 2억명이 쓰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등은 페이스북의 창작자경제와 겨뤄야할 판. 다만, 메타 측은 "개방적인 표준과 새로운 거버넌스를 위해 처음부터 (여러 곳이) 함께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손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중인 제페토. 네이버도 제페토를 메타버스 중심의 창작자 생태계로 키우고자 한다.

네이버 손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중인 제페토. 네이버도 제페토를 메타버스 중심의 창작자 생태계로 키우고자 한다.

앞으로는

● 저커버그는 "향후 5~10년 사이 메타버스 기술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메타가 영상으로 그린 서비스가 가능해지려면 상당기간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 콕스 메타 CPO도 "우리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고 기술기업과 건축, 의료 등 다양한 분야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각종 협력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본 기술과 플랫폼, 도구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메타버스 관련 인력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 메타는 지난 17일 유럽연합에서 5년간 1만명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권에서도 인재 선점을 위해 움직이는 중. 저커버그는 "10년 내 메타버스가 10억명의 사람에게 도달하고, 수 천억 달러 디지털 상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크리에이터와 개발자를 찾는 일자리 수백만 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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