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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탄핵 막 기각됐는데…與 내부도 우려하는 검사 탄핵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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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 공작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권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총선 직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여권 정치인들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대해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왼쪽부터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윤영덕, 김승원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강민정 의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검찰 공작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권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총선 직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검찰이 여권 정치인들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대해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왼쪽부터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윤영덕, 김승원 의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강민정 의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 강경파들이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14년만의 검사 탄핵 추진에 돌입했다. 당내 초선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 일부는 "지난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고인이었던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혐의로 이두봉 인천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 소추 청구서를 작성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처럼회’소속인 김승원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어제(28일) 오후 몇몇 의원들이 탄핵안 초안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진행 등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아직 진행 초기 단계로, (발의까지) 의원 100인의 동의가 필요해 앞으로 당내 의견을 좀 더 모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민·민형배·박영순 민주당 의원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이 해당 논의에 참여 중이라고 한다.

이들이 탄핵 1순위로 지목한 이 지검장은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재직 당시 유우성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기소를 지휘했다. 하지만 유씨는 “검찰·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해 나를 간첩으로 기소했다가 탄로나자, 과거 기소유예 처분을 했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끄집어내 돌연 보복 기소를 했다”고 반박했다. 지난 14일 대법원은 유씨 주장을 받아들여 최초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유씨를 변호해 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26일 “피해자를 보복 기소한 검사들에 대해 국회가 탄핵 절차를 진행하라”고 주장했다. 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 과반 찬성으로 성립된다. 현재 민주당 의석 수(169석)를 고려할 때 야당의 협조 없이 단독 추진이 가능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해 10월 대전 지역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전지방검찰청에 도착해 강남일 대전고검장(왼쪽),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인사를 나눈 뒤 건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해 10월 대전 지역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위해 대전지방검찰청에 도착해 강남일 대전고검장(왼쪽),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인사를 나눈 뒤 건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당내에는 신중론이 적잖다. 법사위 소속 의원은 “검사 개인에 대한 탄핵보다는 남은 검찰 제도 개혁을 어떻게 잘 마무리할지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이두봉 지검장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월성 원전 고발 사주' 관련 수사가 공수처에서 진행 중이다. 공수처 수사 상황을 먼저 지켜본 뒤 탄핵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고민을 하고 있다”며 “결론이 명확하게 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총장(대행 포함)이 아닌 검사에 대한 탄핵 추진 전례가 2007년 단 한차례인데다,이 지검장 탄핵 추진이 자칫 ‘반(反) 여권’ 성향 검사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비출 여지가 있다는 점 등이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법연수원 25기인 이 지검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연수원 23기)의 특수통 직속 후배다. 대전지검장이던 지난해 8월 있으면서 월성 원전 수사 강행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불기소를 권고하자 “윤석열 후보가 법무부장관의 반대에도 윤석열 사단인 이두봉 지검장이 있던 대전지검에 사건을 배당하고 사퇴직전까지 직접 수사지휘를 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대법원이 유우성씨의 손을 들어준 지난 14일 여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이 지검장에게 사과를 촉구했지만, 이 지검장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말만 반복한 장면도 있었다. 당시 김용민 의원 등은 “존중은 누구나 하는 것이다. 사과할 생각 없나”라면서 이 지검장과 대립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야당에서는 민주당이 걸핏하면 탄핵 카드로 사법부와 검찰을 흔든다고 비판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임성근 판사 탄핵이 각하되자마자 이번에는 검사 상대 탄핵을 추진한다니, 다수당의 수적 우위를 이용한 독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면서 “언제까지 검찰과 법원을 정치화해 정국 변화를 꾀하려는 건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곳곳에서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헌법재판소에 대한 “유감” 표명이 이어졌다. 송영길 대표는 “사법이 무풍지대처럼 사법권 독립하에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위원들도 “판사는 절대적 존재가 아니다”(김용민), “이것은 매우 중대한 위헌 사태라고 볼 수 있다”(김영배)라고 거들었다. 임 전 판사 탄핵을 주도한 이탄희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수호의 큰 의미에 집중하기보다 법 기술자적인 판단에 머물렀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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