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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내 중국집과 같은 이름 쓰는 중국집, 상표권 침해일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48)

사람에게 이름이 중요하듯이 회사나 가게를 운영하는 경우에도 상호는 중요하다. 그런데 일반적인 식당이나 카페와 같은 소규모 가게나 작은 회사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유명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는 가게가 또 있는 경우다. 특히 어느 한쪽 가게에서만 상호에 관해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면 상표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과거에는 상표와 서비스표를 구분하였는데, 상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상품에 대한 것이고, 서비스표는 요식업 같은 서비스업이 타인의 서비스업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종전에는 상표등록과 서비스표등록으로 나뉘었지만 2016년 9월 이후에는 모두 상표로 통합되었다.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는 가게가 있을 때, 어느 한쪽 가게에서만 상호에 관해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면 상표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진 piqsels]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는 가게가 있을 때, 어느 한쪽 가게에서만 상호에 관해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면 상표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진 piqsels]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미 다른 가게에서 쓰고 있었음에도 그 상호가 유명하거나 좋아 보여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의 상호를 그 상호와 똑같거나 유사하게 사용하는 경우라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소매점으로 유명한 ‘다이소’와 관련해 상표권(서비스표권) 분쟁이 있었다. 즉 다이소를 운영하는 업체는 2001년경부터 ‘다이소’라는 상호로 생활용품 등 소매점 가맹사업을 시작해 2013년 기준 900여 개에 이르는 국내 가맹점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2013년 무렵 ‘다사소’라는 생활용품 등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에 다이소 운영업체에서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대법원에서는 이를 등록서비스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에서 제시한 상표권 침해 판단의 기준은 아래와 같다.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행위는 그 상표권에 대한 침해 행위가 된다. 여기서 유사상표의 사용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두 상표가 해당 상품에 관한 거래실정을 바탕으로 그 외관, 호칭, 관념 등이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에게 주는 인상, 기억, 연상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할 때 두 상표를 때와 장소를 달리하여 대하는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가 상품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는지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상표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서비스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하지만 누군가 먼저 상표권 등록을 마쳤고, 다른 사람이 등록된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상표권 침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표법 제90조에서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한다면 다른 사람이 등록한 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하더라도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자기의 상호를 사용하는 경우 타인이 등록한 상표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는다는 등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었다면 다른 사람이 등록한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더라도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비록 하급심 판결이긴 하지만 최근 선고된 판결에 따르면, 자신이 운영하는 중국집 상호와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는 다른 지역의 중국집 사장에 대해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법원은 부정경쟁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다.

이외에도 상표법 제99조에서는 다른 사람이 상표등록출원을 하기 전부터 상표를 사용하고 있던 경우 상표를 계속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상표권 침해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먼저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는 점만 들어 등록된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영세업자에게 형사책임 운운하면서 상호 사용금지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년 전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었던 ‘폰트(글씨체)’ 저작권 분쟁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폰트 개발 업체에서 자신이 개발한 폰트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치원, 학교 등 불특정 다수의 기관과 업체에 내용증명을 보내 형사책임 등을 언급하면서 고가의 폰트 프로그램 패키지 상품 구매를 강요하다시피 하거나 합의금을 요구해 이른바 합의금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일었던 사안인데, 상표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게의 상호를 정하기 전 혹시나 자신이 생각한 상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호가 등록되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piqsels]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게의 상호를 정하기 전 혹시나 자신이 생각한 상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호가 등록되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piqsels]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가게가 위치한 지역과 업종, 상호의 사용 기간과 가게의 규모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내용증명을 보내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부정한 목적, 즉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를 통해 돈벌이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한다.

이러한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게의 상호를 정하기 전 혹시나 자신이 생각한 상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호가 등록되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특허청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특허 정보 검색서비스를 이용하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정한 상호에 대해 상표등록을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상표등록을 하지 않고 가게 상호를 사용해 오고 있었는데 만일 누군가로부터 상표권 침해 내용증명을 받게 되더라도 겁부터 먹지 말고 정말 자신이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 맞는지 꼼꼼히 확인해 본 뒤 차분하게 대응하면 된다.

제90조(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① 상표권(지리적 표시 단체표장권은 제외한다)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1. 자기의 성명ㆍ명칭 또는 상호ㆍ초상ㆍ서명ㆍ인장 또는 저명한 아호ㆍ예명ㆍ필명과 이들의 저명한 약칭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상표

2.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의 보통명칭ㆍ산지ㆍ품질ㆍ원재료ㆍ효능ㆍ용도ㆍ수량ㆍ형상ㆍ가격 또는 생산방법ㆍ가공방법ㆍ사용방법 및 시기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

3. 입체적 형상으로 된 등록상표의 경우에는 그 입체적 형상이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하는 것인지 식별할 수 없는 경우에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등록상표의 입체적 형상과 동일ㆍ유사한 형상으로 된 상표

4.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대하여 관용하는 상표와 현저한 지리적 명칭 및 그 약어 또는 지도로 된 상표

5. 등록상표의 지정상품 또는 그 지정상품 포장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 불가결한 형상, 색채, 색채의 조합, 소리 또는 냄새로 된 상표

②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권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1. 제1항제1호ㆍ제2호(산지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또는 제5호에 해당하는 상표

2. 지리적 표시 등록단체표장의 지정상품과 동일하다고 인정되어 있는 상품에 대하여 관용하는 상표

3. 지리적 표시 등록단체표장의 지정상품과 동일하다고 인정되어 있는 상품에 사용하는 지리적 표시로서 해당 지역에서 그 상품을 생산ㆍ제조 또는 가공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가 사용하는 지리적 표시 또는 동음이의어 지리적 표시

4. 선출원에 의한 등록상표가 지리적 표시 등록단체표장과 동일ㆍ유사한 지리적 표시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 상표권자,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가 지정상품에 사용하는 등록상표

③ 제1항제1호는 상표권의 설정등록이 있은 후에 부정경쟁의 목적으로 자기의 성명ㆍ명칭 또는 상호ㆍ초상ㆍ서명ㆍ인장 또는 저명한 아호ㆍ예명ㆍ필명과 이들의 저명한 약칭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99조(선사용에 따른 상표를 계속 사용할 권리)

①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자로서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갖춘 자(그 지위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는 해당 상표를 그 사용하는 상품에 대하여 계속하여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1.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이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하여 사용하고 있을 것

2. 제1호에 따라 상표를 사용한 결과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시에 국내 수요자 간에 그 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을 것

② 자기의 성명ㆍ상호 등 인격의 동일성을 표시하는 수단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상표로 사용하는 자로서 제1항제1호의 요건을 갖춘 자는 해당 상표를 그 사용하는 상품에 대하여 계속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③ 상표권자나 전용사용권자는 제1항에 따라 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가지는 자에게 그 자의 상품과 자기의 상품 간에 출처의 오인이나 혼동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표시를 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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