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언론 접촉을 피하던 황무성(71)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사장이 연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퇴 압박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한 데 이어 28일엔 3700자에 이르는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황 전 사장은 화천대유를 중심으로 한 ‘대장동 패밀리’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어 개발 사업을 출범시키는 시점에 임기를 1년 반 이상 남겨두고 퇴임(2015년 3월)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 흑막이 있었다면 누구보다 잘 알만한 인물로 주목 됐으나 사건 초기엔 입을 닫았다.
황무성 “이재명에 좋은 사람 잘 써야 한다 말해”
28일 오후 황 전 사장이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는 그가 입장을 바꾼 이유가 적시됐다. 그는 이 후보가 경기도 국정감사 때 자신에 대해 “역량 있는 사람이었고 (공사에) 더 있었으면 했다”고 말한 부분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시장이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당시 저에게 단 한마디라도 해야 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이 전 시장에게 좋은 사람을 잘 써야 한다고 말했지만,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다”고 적었다.
황 전 사장은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일로 인하여 저에게는 큰 수치심이었기에 알리지 않고 지내왔다. 하지만, 이재명 전 시장의 대장동 게이트를 보고 큰 후회를 했다”고도 했다.
황 전 사장은 지난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대선 후보니 (나에게 보인 모습과 다르게) 앞에서는 ‘그렇게 얘기하겠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는 ‘어떻게 저럴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에게 보이는 태도와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다르다는 의미로 “(이 후보는)두 마디를 하는 사람”이라는 표현도 썼다.
같은 건설회사 근무 인연이 악연으로
황 전 사장과 일한 공사의 한 관계자는 태도를 바꾼 황 전 사장을 두고 “상황이 정말 안타깝다”며 “황 전 사장은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구박이나 멸시를 당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이렇게 할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공사 관계자는 “황 전 사장은 점잖은 성격인데 (자작극 등 주장으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 같다”고 했다.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압박한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당시 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의 ‘악연’도 주목받고 있다. 둘은 과거 같은 건설회사(한신공영)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으며 황 전 사장에게 공사 입사를 권유한 이가 유 사장이었다. 공사 관계자는 “같은 회사 출신인 두 사람이 요직에서 공사를 이끌었다”며 “유동규 본부장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황 전 사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에 걸림돌이라 생각하고 유 사장에게 ‘네가 추천했으니까 네 손으로 받아와’라며 유 사장에게 사직서를 받아오게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황은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음 파일에도 담겨 있다.
그러나, 유 사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당시 황 전 사장이 사기 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위 사실을 알게 되어 도시개발공사에 누가 되거나 황 사장님 본인의 명예를 고려하여 사퇴를 건의 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황 사장님이 자발적으로 사퇴하지 않고 임명권자 운운하였기에 정진상 실장과 시장님 등을 거론 하였던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사퇴의 책임이 황 전 사장에게 있고, ‘윗선’과는 관련성은 없다는 것이다.
‘자작극’ 공세에 “이재명 떳떳하다면 특검 해라”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자 공모 공고지침서 내용이 자신이 자리에서 물러난 시점 전후로 달라졌다고도 지적했다. “2015년 1월 26일 사업 수익 50% 이상을 받는다고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됐는데, 이후 검찰에서 확인한 2015년 2월 13일 배포된 공고지침서에는 ‘사업이익 1822억원 고정’으로 변경돼 있었다”면서다. 황 전 사장은 “어느 특정 불순 세력의 행위”로 봤다.
이재명 캠프 측의 ‘자작극’ 주장도 황 전 사장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제가 자작극을 벌일 이유는 하나도 없다. 모든 자료는 하나도 공개를 하지 않고 본인들의 주장만 하는 옳은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재명 전 시장이 그렇게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서 밝히셔도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 측 박찬대 대변인은 지난 27일 논평을 내고 “황 전 사장은 공사 사장 재임 중 대장동 공모지침서에 결재한 것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사퇴 종용 자작극을 벌인 것은 아닌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황 전 사장은 석고대죄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