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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성 3700자 반박 "내가 자작극? 이재명 떳떳하면 특검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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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왼쪽)과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 성남도시개발공사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왼쪽)과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 성남도시개발공사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언론 접촉을 피하던 황무성(71)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사장이 연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퇴 압박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한 데 이어 28일엔 3700자에 이르는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황 전 사장은 화천대유를 중심으로 한 ‘대장동 패밀리’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되어 개발 사업을 출범시키는 시점에 임기를 1년 반 이상 남겨두고 퇴임(2015년 3월)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 흑막이 있었다면 누구보다 잘 알만한 인물로 주목 됐으나 사건 초기엔 입을 닫았다.

황무성 “이재명에 좋은 사람 잘 써야 한다 말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비대면 방식으로 화상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도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비대면 방식으로 화상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28일 오후 황 전 사장이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는 그가 입장을 바꾼 이유가 적시됐다. 그는 이 후보가 경기도 국정감사 때 자신에 대해 “역량 있는 사람이었고 (공사에) 더 있었으면 했다”고 말한 부분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시장이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당시 저에게 단 한마디라도 해야 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이 전 시장에게 좋은 사람을 잘 써야 한다고 말했지만,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다”고 적었다.

황 전 사장은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일로 인하여 저에게는 큰 수치심이었기에 알리지 않고 지내왔다. 하지만, 이재명 전 시장의 대장동 게이트를 보고 큰 후회를 했다”고도 했다.

황 전 사장은 지난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대선 후보니 (나에게 보인 모습과 다르게) 앞에서는 ‘그렇게 얘기하겠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는 ‘어떻게 저럴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에게 보이는 태도와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다르다는 의미로 “(이 후보는)두 마디를 하는 사람”이라는 표현도 썼다.

같은 건설회사 근무 인연이 악연으로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 사진 포천도시공사 페이스북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 사진 포천도시공사 페이스북

황 전 사장과 일한 공사의 한 관계자는 태도를 바꾼 황 전 사장을 두고 “상황이 정말 안타깝다”며 “황 전 사장은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구박이나 멸시를 당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이렇게 할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공사 관계자는 “황 전 사장은 점잖은 성격인데 (자작극 등 주장으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 같다”고 했다.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 제출을 압박한 유한기 포천도시공사 사장(당시 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의 ‘악연’도 주목받고 있다. 둘은 과거 같은 건설회사(한신공영)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으며 황 전 사장에게 공사 입사를 권유한 이가 유 사장이었다. 공사 관계자는 “같은 회사 출신인 두 사람이 요직에서 공사를 이끌었다”며 “유동규 본부장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황 전 사장이 대장동 개발 사업에 걸림돌이라 생각하고 유 사장에게 ‘네가 추천했으니까 네 손으로 받아와’라며 유 사장에게 사직서를 받아오게 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황은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음 파일에도 담겨 있다.

그러나, 유 사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당시 황 전 사장이 사기 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위 사실을 알게 되어 도시개발공사에 누가 되거나 황 사장님 본인의 명예를 고려하여 사퇴를 건의 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황 사장님이 자발적으로 사퇴하지 않고 임명권자 운운하였기에 정진상 실장과 시장님 등을 거론 하였던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사퇴의 책임이 황 전 사장에게 있고, ‘윗선’과는 관련성은 없다는 것이다.

‘자작극’ 공세에 “이재명 떳떳하다면 특검 해라”

사진은 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 모습. 연합뉴스

황 전 사장은 대장동 사업자 공모 공고지침서 내용이 자신이 자리에서 물러난 시점 전후로 달라졌다고도 지적했다. “2015년 1월 26일 사업 수익 50% 이상을 받는다고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됐는데, 이후 검찰에서 확인한 2015년 2월 13일 배포된 공고지침서에는 ‘사업이익 1822억원 고정’으로 변경돼 있었다”면서다. 황 전 사장은 “어느 특정 불순 세력의 행위”로 봤다.

이재명 캠프 측의 ‘자작극’ 주장도 황 전 사장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제가 자작극을 벌일 이유는 하나도 없다. 모든 자료는 하나도 공개를 하지 않고 본인들의 주장만 하는 옳은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재명 전 시장이 그렇게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서 밝히셔도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 측 박찬대 대변인은 지난 27일 논평을 내고 “황 전 사장은 공사 사장 재임 중 대장동 공모지침서에 결재한 것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사퇴 종용 자작극을 벌인 것은 아닌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황 전 사장은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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