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는 ‘빅테크’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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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태호 광장국제통상연구원 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박태호 광장국제통상연구원 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의 해외수익에 대해 현지법인을 설립하지 않았어도 시장 소재국의 과세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실제로 프랑스는 2019년 7월 빅테크 기업이 자국에서 벌어들이는 총수익의 3%를 디지털 서비스세로 부과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미국은 자국 기업들에게 차별적인 피해를 준다고 판단해 프랑스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25%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0월 초 세계 130여 개 국가와 합의한 다국적기업에 대한 새로운 국제조세제도를 발표했다. 2023년부터 연매출액이 2백억 유로(약 27조원)를 넘는 다국적기업 초과이익의 25%에 대해 고정 사업장이 없더라도 시장 소재국의 과세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는 이번 주말에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에서 추인될 전망이다.

OECD 새로운 국제조세 제도 발표
유럽 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
미 하원, 빅테크 기업 규제법 발의
빅테크 관련 포괄적 대응체제 필요

뿐만 아니라 EU는 2018년 5월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을 시행하였다. GDPR의 핵심은 EU 역내 거주자 모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EU 역내소재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기업들에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GDPR은 거주자의 기본정보 외에도 개인성향, 인터넷 검색기록 등 개인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개인정보로 간주한다. 기업들이 GDPR을 심각하게 위반한 경우 글로벌 매출액의 4%에 해당하는 금액 또는 2천만 유로(약 270억원) 중 더 큰 금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어 빅테크 기업들에게도 매우 엄중한 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EU는 나아가 2020년 12월 ‘디지털 서비스법’과 ‘디지털 시장법’ 초안을 발표했다. 디지털 서비스법은 불법콘텐트의 유통 및 확산을 차단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플랫폼 사업자가 지켜야 할 다양한 의무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연 매출액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게 되어있다. 한편 디지털 시장법은 디지털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소위 ‘게이트키퍼(gatekeeper)’ 기업을 지정하고 이들 기업으로 하여금 자사 서비스 우대행위 금지, 타 서비스로의 전환제한 금지 등 엄격한 의무를 지키도록 했다. 이 법을 어기는 기업은 글로벌 매출액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내야 하며 반복해서 위반할 경우 EU 역내에서 플랫폼 운영의 중단, 자산매각 또는 기업분할 등을 강제할 수 있게 했다.

미국에서는 하원이 2020년 10월 디지털 시장의 경쟁관련 문제점과 빅테크 기업의 비경쟁적 행위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자사 서비스 및 제품을 우대하고, 중소기업을 퇴출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등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동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미국 법무부, 연방거래위원회, 다수의 주 정부 검찰은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6월 미 하원은 여야의 초당적인 합의를 통해 “더 강한 온라인 경제를 위한 반독점 어젠다”라는 제목으로 5개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의 핵심은 소비자와 중소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 빅테크 기업들의 반경쟁적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들에는 지배적 플랫폼의 차별행위 금지,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신생기업 인수 금지, 검색결과에 자사 상품 및 서비스 우선노출 금지, 진입장벽과 전환비용 감소를 위해 데이터 이동성과 호환성 보장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앱 마켓사업자의 의무와 금지행위를 규정한 ‘개정 통신사업법’이 9월 중순에 시행되었다. 이번 개정법에는 앱 마켓사용자가 모바일콘텐츠 제공자에게 ‘인앱결제’와 같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또한 2022년 상반기에는 공정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 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동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준수해야 할 의무와 규제대상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법은 적용대상이 다를 뿐 아니라 각각의 적용범위가 제한적이어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전반적으로 다루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빅테크 기업의 반경쟁적 행위와 기업인수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키워나가는 독점기업화를 방지하는 것이 최근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국제적 흐름에 맞게 빅테크 기업을 규율할 수 있도록 관련 부처들이 함께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포괄적인 대응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물론 디지털경제시대에서 혁신성장에 기여하는 테크 기업의 역할을 위축시켜서는 안 되며 궁극적으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테크 기업들도 OECD가 발표한 새로운 국제조세제도, EU의 개인정보보호법, EU와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주시해야 하며 앞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운영을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