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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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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영희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이영희 도쿄특파원

이영희 도쿄특파원

빨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나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에 요즘 일본에서 핫하다는 ‘한국여행 검정’을 치러보았다. 한류드라마·한글·공연·관광 등 네 분야 중 나름 자신 있는 ‘한류드라마’를 택했다. “미국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한 작품은?” (정답 : 오징어 게임) 당연히 맞췄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제5중대 막내 은동이 전투 게임에서 사용한 닉네임은?” 어, ‘토마토 재배자’ 였던가…(정답 : 피타는 노력). 최종 점수는 60점. 70점 이상을 받아야 검정 통과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가 지난해 시작한 ‘한국여행 검정’은 4차에 이르는 동안 100만이 넘는 페이지뷰, 누적 응시자는 3만 명을 넘었다. 코로나19로 왕래가 막힌 상황에서 한국으로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을 퀴즈로 달래는 사람들이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도한놀이(渡韓ごっこ)’라는 태그를 단 게시물이 넘쳐난다. 집이나 호텔에서 떡볶이·치킨 등을 사다 놓고, 한국 드라마나 아이돌 영상을 보며 ‘한국 여행 기분’을 내는 놀이다.

한국 음식을 먹으며 여행 기분을 내는 ‘도칸곳코(한국 여행 놀이)’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 음식을 먹으며 여행 기분을 내는 ‘도칸곳코(한국 여행 놀이)’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300명대로 떨어지며 ‘위드 코로나’로 접어든 일본에선 한국 여행에 대한 열망이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다. 한국인 기자인지라 더 민감하게 느끼는 측면을 감안해도 확실히 그렇다. 왕래가 뚝 끊긴 지난 2년간 일본에선 한국 드라마·영화·문학·웹툰·음식·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타올랐다. 지난 주말엔 일본 콘텐트회사 가도카와가 주최한 ‘미트(MEET)-K’ 행사에 다녀왔다. 조금 이르다 싶었는데 ‘여신강림’ 등의 한국 웹툰, 달고나 등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에 놀랐다. 행사는 계속된다. 29일부터 한 달간 한국관광공사의 ‘다카라KOREA-한국관광 가을축제’가 이어지고, 11월 16~21일에는 한국 문학을 조명하는 ‘K북-페스티벌’도 열린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한국과 일본을 오간 사람은 1000만 명이 넘었다. 이 중 일본을 찾은 한국인이 753만 명, 한국을 찾은 일본인이 295만 명으로 7대 3 정도 비율이었다. 당시 한국 젊은이들 사이엔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해 일본 소도시를 찾는 게 인기였다. 다시 관광 교류가 시작되면 이 수치는 뒤집힐 수도 있다. 한 여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몇 년은 한·일 간 방문객 수가 50대 50 정도가 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양국간 관광 격차도 사라지는 시대, ‘랜선 한국’이 아닌 진짜 한국을 보여주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