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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밥벌이도 허가받으라는 이재명의 ‘선량국가’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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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 상점에서 떡을 구입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 상점에서 떡을 구입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음식점 허가 총량제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음식점 총량제”, 자영업자를 불나방 비유

과도한 반시장 포퓰리즘 아닌지 돌아봐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음식점 허가총량제를 운용해 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가 하루 만인 어제 “당장 시행한다는 것은 아니고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수습하려 한 것이다. 해명 과정에서 자영업자를 불나방으로 비유해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이 후보 발상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영업이 과잉 진입·경쟁으로 ‘물러서면 벼랑 끝, 눈앞엔 핏빛 경쟁’의 위기로 내몰린 건 맞다.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거나 퇴직한 사람들이 별다른 대안이 없어 자영업을 선택한다는 근본 원인을 도외시한 채 숫자를 통제하겠다는 건 결코 해법일 수 없다. 실행된다면 경쟁이 줄어들 테니 기존 자영업자에겐 과도한 혜택일 테고, 진입이 어려워진 신규 사업자에겐 과도한 차별이 될 터다. 다양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는 선택권을 빼앗기는 셈이 된다. 천부당만부당한 얘기다. 오죽하면 “생계에 나선 국민이 권력자들에게 밥벌이에 대한 허가를 구해야 하는가”(조은산), “조선시대 육의전 시스템으로 돌아가 다 같이 망하자는 것”(이한상 고려대 교수)이란 반응이 나오겠는가. 더 나아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도전이자 경제·직업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에도 반한다.

이 후보는 “선량한 국가에 의한 선량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의 부당한 개입을 치장하려는 교언(巧言)일 뿐이다. 태생적으로 ‘선량한 규제’는 없다. 전·월세 폭등을 잡겠다던 임대차 3법이 전·월세 폭등을 불러온 것을 보라. 문재인 정부가, 또 부동산 규제가 선량하지 않아서 부동산 난맥상을 불러온 게 아니지 않나.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규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뿐이다.

이 후보는 “공약화하고 시행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는 정도로 논란을 넘기려는 듯하다. 대통령 후보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이재명은 합니다’를 내건 후보 아닌가. 이 후보 주변에서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현실에 대한 고민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간 야당 후보들의 정책 설화에 강하게 비판했던 사람이 이 후보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진짜 걱정은 이 후보의 정책에서 일관되게 보이는 포퓰리즘 속성이다. 최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이 논란이 되자 ‘100% 개발이익 환수제’를 들고 나왔는데, 듣기 좋을지 모르나 실현 가능하지 않은 얘기다. 개발이익이 없는데 누가 개발에 나서겠나. 주4일제 근무제도 솔깃한 얘기이나 현실적이지 않다.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두고도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여러 가지로 준비해야 할 사안이 많고 장기적 과제다.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할 정도다. 이 후보 스스로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