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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적재불량 화물차…족집게처럼 콕 집은 '매의 눈'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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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고속도로 안전 지키는 신기술③(끝)

화물차의 적재불량 탓에 고속도로에 쏟아진 목재. [사진 한국도로공사]

화물차의 적재불량 탓에 고속도로에 쏟아진 목재. [사진 한국도로공사]

#. 지난 12일 고철 덩어리를 잔뜩 실은 대형화물차가 경인고속도로 인천영업소로 진입하다 '적재불량'으로 적발돼 과태료 6만원이 부과됐다. 짐칸에 실은 화물이 떨어지는 걸 방지하는 덮개를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13일엔 중부고속도로 동서울영업소에서 화물운반용 팔레트를 화물칸에 가득 싣고 운행하던 대형트럭이 적재불량으로 확인됐다. 역시 화물추락 방지용 덮개를 하지 않은 과실로 과태료 6만원을 물게 됐다.

 #. 20일에도 덮개 없이 많은 양의 건축자재를 실어나르던 트럭이 동서울영업소에서 적발됐다. 적재불량 차량으로 고발돼 도로교통법에 따라 6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처럼 다양한 적재불량 차량을 잡아낸 건 다름 아닌 AI(인공지능)다. 수많은 적재불량 사례와 분류법 등을 딥러닝한 AI를 활용하는 한국도로공사의 적재불량 자동단속시스템이 톡톡히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시스템은 지난해 11월부터 인천(경인선)과 남인천(제2경인선), 동서울(중부선) 등 3개 영업소 14개 차로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기존에는 차량이 진입하면 담당 직원이 단속카메라를 통해 비치는 차량의 화물칸을 보면서 일일이 적재불량 여부를 가려내야 했다.

 반면 자동단속시스템은 차량이 진입하면 AI가 관련 영상을 자동으로 분석해 적재불량 의심차량을 족집게처럼 골라낸다. 화물차 적재함 형태와 적재 상태에 따라 3개 그룹 23개 유형으로 나눠서 분류 작업을 하며, 정확도가 95%를 넘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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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공사 ITS처의 안지성 차장은 "탑차나 탱크로리처럼 구조적으로 적재물이 떨어질 수 없는 화물차(규격차량)는 자동으로 제외하고 적재함이 개방된 채 화물을 싣는 차량들만을 대상으로 적재불량 여부를 가려낸다"고 설명했다.

적재불량 화물차에서 쏟아진 철근이 도로를 뒤덮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제공]

적재불량 화물차에서 쏟아진 철근이 도로를 뒤덮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제공]

 이렇게 AI를 활용한 효과는 두드러졌다. 3개 영업소의 시범운영 전후 실적을 비교한 결과, 무엇보다 담당 직원의 영상 판별업무가 무려 85%나 줄어들었다. 기존에는 하루평균 6800대 가까운 차량의 영상을 봐야 했지만, 자동단속시스템이 도입된 이후에는 규격차량 등을 자동 제외하면서 판별 대상이 하루 평균 990대 정도로 대폭 감소했다.

 그러면서도 단속실적은 크게 올랐다. 지난해 1~9월 사이 3개 영업소의 월평균 고발건수는 96건이었으나 AI를 도입한 11월에는 452건으로 4.7배나 늘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적재불량 단속권한은 경찰에 있기 때문에 도로공사는 해당 차량을 적발하면 경찰에 고발해 범칙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화물차에서 떨어진 대형 금속코일이 승합차를 덥쳐 8세 아동이 숨졌다. [제공 충북소방본부 제공]

화물차에서 떨어진 대형 금속코일이 승합차를 덥쳐 8세 아동이 숨졌다. [제공 충북소방본부 제공]

 적재불량은 과적과 더불어 도로공사의 큰 골칫덩어리다. 화물을 제대로 덮거나 고정하지 않은 탓에 도로에 떨어져 수거되는 낙하물이 매년 25만건을 넘는다. 낙하물로 인한 사고도 적지 않아 최근 5년간(2016~2020년) 80건 가까이 발생했다.

 지난 5월에는 당진영덕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에서 13t짜리 대형 금속코일이 떨어져 뒤따르던 승합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승합차 보조석에 타고 있던 8세 아동이 숨졌고, 운전석에 있던 아이 엄마도 크게 다쳤다. 적재불량을 보다 철저히 단속해야 하는 이유다.

 도로공사는 연말까지 5개 영업소(서울, 서서울, 군자, 동군포, 부곡) 20개 차로에 적재불량 자동단속시스템 설치를 완료하고, 오는 2024년까지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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