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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푹 빠진 한국의 맛, 김치] 김치 맛을 좌우하는 숨겨진 이유는 '발효'…과학적 기술로 김치 프리미엄화 이끌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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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김치 발효 주도하는 3대 유산균

 김치는 발효를 주도하는 다양한 유산균의 종류와 환경에 따라 맛과 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사진 세계김치연구소]

김치는 발효를 주도하는 다양한 유산균의 종류와 환경에 따라 맛과 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사진 세계김치연구소]

한국 음식에는 ‘손맛’이라는 표현이 있다. 말 그대로 손으로 음식을 만드는 솜씨에서 우러나오는 맛을 의미한다. 김치 맛도 담그는 사람의 손맛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손맛이 김치의 맛을 좌우한다는 게 틀린 사실은 아니지만, 숨겨진 진짜 이유는 ‘발효’에 있다. 김치는 발효를 주도하는 유산균의 종류에 따라 대사산물이 달라진다. 대사산물은 김치의 맛과 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김치 발효를 주도하는 3대 유산균으로는 ‘류코노스톡’ ‘와이셀라’ ‘락토바실러스’가 있으며, 각기 다른 맛을 담당한다. 류코노스톡은 시원한 단맛과 청량감을 준다. 락토바실러스와 와이셀라는 주로 신맛을 낸다. 김치의 발효에 관여하는 김치유산균은 보관 상태에 따라 그 종류와 수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조리법으로 제조된 김치라 하더라도 냉장고 온도에 따라 김치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

 전통적으로 집에서 담가 먹던 김치가 산업화하면서 대량생산에 의한 김치 ‘상품화’가 됐다. 하지만 제조공정의 규격화·표준화가 없고, 발효식품임에도 아직 원·부재료에서 생기는 미생물에 의해 김치 환경에 따라 우위를 점하는 미생물이 바뀌는 ‘자연발효방식’에 머물러 인위적 발효조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통 중인 김치 상품도 아직 가정용 음식의 개념에 머무는 수준이다. 식품 산업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품질의 균일화·안전성·위생성’이 취약할 수 있다. 김치도 단순히 한국인의 먹거리(반찬)에서 산업 관점의 세계적 식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상품 김치의 품질 표준화, 위생 안전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과학적 연구를 통한 김치 산업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김치 상품에 사용되고 있는 김치 종균은 시원한 단맛과 청량감을 부여할 수 있는 ‘류코노스톡’ 균주 위주로 개발됐다. ‘김치종균’은 현재 품질 균일화, 맛 향상, 품질 유지기한 연장, 위생성 향상 등 품질향상 부분에 초점을 맞춰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 단계를 넘어 건강기능성을 부여할 수 있는 종균 적용 시 건강기능 발효식품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 김치 업계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김치는 손맛’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종균을 첨가해 김치를 생산하는 등 김치의 맛과 품질을 향상시키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김치는 제조 특성상 김치에 사용되는 원·부재료를 멸균하지 않은 상태로 사용하기 때문에 종균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원·부재료에서 기인하는 초기 미생물이 많거나 김치의 발효 환경에 따라 적용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이 김치 종주국으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한국산 김치의 ‘손맛’은 물론 ‘제조공정의 표준화’와 ‘종균’ 등 과학적인 기술을 더한 김치의 프리미엄화로 다른 나라에서 따라올 수 없는 ‘맛’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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