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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푹 빠진 한국의 맛, 김치] 비늘김치·서거리지·감태김치…입맛 따라 골라드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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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밥 한 그릇 뚝딱'하는 4개 권역 특색 있는 김치 12종 소개
‘만약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밥을 먹을까.’ 정광태가 부른 ‘김치주제가’(1985년 발표) 가사의 첫 구절이다. 이처럼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에 절대적 존재감을 뽐내는 음식이다. 다만 지역마다 즐겨 먹는 김치는 다르다. 지형에 따라 기후·재료·식습관 등에 차이가 있어 수백여 종의 김치로 분화해 왔기 때문이다. 김치의 문화적 동질성을 반영해 구분한 ▶서해안·내륙 문화권 ▶동해안·해양 문화권 ▶서남해안·평야 문화권 ▶동남해안·산간 문화권의 4개 권역별로 특색 있는 김치 3종씩을 소개한다.

〈서해안·내륙 문화권〉


보쌈김치 - 나박나박 썰어 절인 무와 배추에 미나리·갓·쪽파·배·밤·석이·표고·낙지·전복·대추·잣 등의 부재료와 양념(고춧가루·젓갈·다진마늘·생강 등)을 버무려 소를 만든 뒤 절인 배춧잎에 넣어 보자기처럼 감싸서 미나리로 묶는다. 봇짐처럼 하나씩 잘 싸맨 김치를 작은 항아리에 나누어 담고, 조기젓국을 부어 익혔다가 먹을 때 항아리 하나씩 헐어서 먹는다.

비늘김치 - 무에 비늘처럼 칼집을 낸 뒤 그사이에 김칫소를 넣은 후 김칫소가 빠지지 않도록 배춧잎으로 겉을 감싸준다. 만드는 데 공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서울 경기지역 양반가에서 만들어 먹던 격식 있는 김치다. 단독으로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고 통배추로 김장김치를 담글 때 배추 사이사이에 넣어 익혔다가 먹을 때 겉에 싼 배춧잎을 열고 먹는다.

해물섞박지 - 서해안의 젓갈과 해물의 집결지인 충청 해안 및 금강 유역의 호서지방은 예로부터 조기젓· 굴젓·밴댕이젓·민어젓 등 3~4가지 이상의 젓갈과 소라·낙지·전복과 같은 고급 해물을 한꺼번에 넣어 만든 섞박지로 정평이 난 곳이다. 갯벌이 많은 지역에서는 개흙(뻘)에서 잡은 게를 젓갈로 담에서는 개흙(뻘)에서 잡은 게를 젓갈로 담갔다가 김치를 담글 때 곱게 갈아서 게젓김치를 만들기도 한다.

〈서남해안·평야 문화권〉

갓김치 - 갓이 지닌 알싸한 매운맛은 미각을 자극해 식욕을 돋우는 매력이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여수의 돌산 갓처럼 근대 이후 김치의 재료가 된 것도 있지만, 김장김치가 떨어진 봄에 밭 사이에 흔하게 피어있던 재래종 갓은 오래전부터 귀한 반찬이 돼 주었다. 양념 김치를 만들 때는 강한 맛과 어우러지도록 멸치젓이 제격이고, 따뜻한 곳에서 노랗게 띄워 물김치로도 담글 수도 있다.

고들빼기김치 - 고들빼기는 뿌리째 먹는 나물로, 약용으로 쓰인다. 특유의 쓴맛으로 식재료로 사용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전라도 손맛을 만나 별미김치로 탄생하게 됐다. 뿌리에 좋은 성분이 많기 때문에 뿌리째 소금물에 담가 1주일쯤 삭혀 쓴맛을 우려낸 후에 멸치젓을 넣고 담가야 제맛이 난다. 잔뿌리가 많아 사이사이 잘 씻지 않으면 흙이 서걱거리므로 정성이 필요한 김치다.

[사진 농촌진흥청]

[사진 농촌진흥청]

감태김치 - 해조류인 감태는 김발에 걸리면 김의 품질을 떨어뜨린다고 해서 천대를 받기도 했는데, 요즘엔 김과 다른 색다른 식감과 맛으로 가치를 재평가받고 있다. 김이나 감태는 통상 말려서 보관하지만 전라도에선 멸치젓과 재래식 간장으로 간을 해 김치로 만들어 저장해 두고 먹었다. 먹을 것 없던 시절 감태김치를 젓가락에 둘둘 말아 구워서 간식으로 먹기도 했다.

〈동해안·해양 문화권〉

오징어김치 - 오징어김치는 무를 채 썰어 담그기 때문에 강원도에선 통상 채김치라고 부른다. 무 3~4개를 채 썰어 소금에 절인 후 여기에 생오징어도 한 마리를 채 썰어 넣고 양념에 버무려 담근다. 강원도에선 오징어가 아주 흔해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김장철엔 오징어를 궤짝으로 사서 젓갈을 대신해 채김치를 담그곤 했다.

서거리지 - 서거리는 생선아가미를 칭하는 강원도 사투리다.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명태로 만든 서거리지는 명태 아가미와 거기에 붙은 내장까지 손질해 잘 말려 두었다가 김치 담글 때 불려 양념과 함께 버무려서 만든 무김치다. 아가미 부분을 갈기갈기 찢어 절이는데 이때 엿기름 가루를 넣어 잘 삭도록 해야 한다. 식해와는 사촌지간이라 할 수 있다.

가자미식해 - 식해는 젓갈과 김치의 중간 형태라 할 수 있는데 날이 추워 푸성귀를 구하기 어려웠던 강릉·양양 등 동해안 북쪽 지역에서 발달했다. 가자미식해는 가자미를 뼈째로 잘게 저며 좁쌀밥과 엿기름을 넣고 여기에 반 건조시킨 무를 길쭉하게 썰어 함께 삭혀서 완성한다. 오독오독 씹히는 무는 김치와 비슷하지만 발효된 가자미와 곰삭아진 좁쌀에서 단맛이 돌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동남해안·산간 문화권〉

부추김치 - 부추는 어느 지역에서나 텃밭에서 흔하게 키울 수 있어 ‘졸’ ‘솔’ ‘소풀’ 등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경상도에선 부추를 ‘정구지’라고도 하는데 멸치젓으로 간을 해 담근다. 부추김치는 봄과 여름철 별미 반찬으로, 멸치젓에 절이고 고춧가루로 양념하면 칼칼하고 개운한 맛이 있다. 겉절이처럼 무쳐서 바로 먹을 수 있는데, 잎이 연한 부추는 거칠게 버무리면 풋내가 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담가야 한다.

콩잎김치 - 콩은 논과 밭의 가장자리 자투리땅에 아무렇게나 심어도 잘 자란다. 이 때문에 농지가 부족한 산간이나 경상도 지역에서 별도의 채소밭 없이도 키워 김치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보니 지역 별미 김치가 됐다. 서리가 내린 후 낙엽이 들 때 따서 김장 때 간을 세게 해서 담가 잘 보관하면 이듬해 여름까지 먹을 수 있다. 콩잎은 가을철에 누렇게 단풍이 든다고 해 ‘단풍콩잎’이라고도 한다.

비지미김치 - 무를 불규칙하게 어슷어슷 연필 깎듯이 삐져 썰었다고 해서 ‘비지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모가 난 비지미는 투박하고 큼지막한 모양이 특징이다. 무를 말려서 만드는 ‘무오그락지’(곤짠지 또는 곤지라고도 부름)와 함께 배추가 귀한 경상도 지역의 대표 김치이다. 잘 익은 비지미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아삭함과 시원함은 투박한 경상도식 국밥과 최상의 궁합을 이룬다.

중앙일보·세계김치연구소 공동기획

중앙일보·세계김치연구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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