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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능 외부업체 맡긴 KT, 관리도 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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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KT혜화타워 앞에서 취재진에게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KT혜화타워 앞에서 취재진에게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KT의 전국적 ‘통신 먹통’ 사태는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협력업체와 KT의 부실한 관리·감독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기간통신망 사업자가 핵심 기능을 외부 업체에 맡기고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정부와 KT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사태는 협력업체의 부주의와 KT의 관리 소홀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KT의 협력업체가 야간에 실시하라고 승인받은 망 고도화 관련 장비 작업을 이날 오전에 했고, 그러다가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정보를 잘못 입력하면서 통신 장애가 생겼다.

사고 발생 이후에도 KT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사고는 부산에서 발생했는데 KT는 해당 오류가 전국의 네트워크를 마비시키는 것을 막지 못했다. 백업망도 작동하지 않았다. 구현모 KT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에 있는 KT혜화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리·감독의 책임이 KT에 있기 때문에 저희 책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출장을 갔다가 사고 발생 사흘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핵심 기능을 외주업체에 그냥 맡긴 건 너무 무책임하다”며 “만약 외주업체 직원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손쉽게 국내 망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혜화타워를 찾은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명령어 한 줄이 빠지면서 발생한 문제인데, 그게 전국적 라우터에 자동 전송되면서 전국 시스템이 마비됐다”며 “다른 통신사도 이런 일이 없도록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재발 방지를 위해 근본적으로 테스트베드를 운영해 작업하겠다”고 말했다.

KT는 조기에 피해 보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 약관상으로는 ‘3시간 이상 연속으로 서비스를 받지 못해야’ 보상이 가능해 KT에는 엄밀히 따져 보상 책임이 없다. 하지만 KT는 국가적 통신 마비 사태를 일으킨 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다음 주 중에 피해 구제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현행 3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약관도 손 볼 계획이다. 이원욱 위원장은 “해당 약관이 음성통화가 중심이 되던 시기에 만들어져 데이터통신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방통위가 그 문제를 시대에 맞게 어떻게 바꿀지 본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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