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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이후 민주당 정부, 사회 전체 양분화 불러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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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홍구 전 총리(왼쪽) 미수 기념 심포지엄이 28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이종은 국민대 명예교수가 이 전 총리에게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홍구 전 총리(왼쪽) 미수 기념 심포지엄이 28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이종은 국민대 명예교수가 이 전 총리에게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촛불시위 이후 민주당 정부 하에서 일어난 개혁은 한국사를 작위적으로 단순화한 것이며, 이데올로기적이다. 또 국가가 역사의 옳고 그름을 해석하는 국가 중심 역사관을 공식화하고 정책화한 것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28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역사·과거·적폐 청산을 이같이 평가했다. 최 교수는 이날 이홍구 전 국무총리의 미수(88세)를 기념해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한국정치 심포지엄’에서 “촛불시위 이후 현재의 민주당 정부 하에서 진보와 보수로 표현되는 양극화는 정치 영역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양분화를 불러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차기 대선과 한국정치의 전환: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대화문화아카데미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발표와 토론엔 최 교수와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장훈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김용호 경희대 특임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인사말을 지난 26일 별세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묵념으로 대신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번) 심포지엄과 같은 학술적 모임을 아주 좋아하셨다. 동의해주신다면 다 함께 (노 전 대통령이) 편히 영면하시길 바라면서 묵념으로 기도하겠다”면서다. 이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국토통일원(현 통일부) 장관을 지내며 노태우 정부의 통일 방안이었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설계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심포지엄 모습. 우상조 기자

같은 장소에서 열린 심포지엄 모습. 우상조 기자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도 미수 축하연에 참석해 “(이 전 총리가) 직접 주도적으로 만든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의거한 남북 화해와 더 나아가 남북통일을 생전에 보실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며 “우리 사회가 둘로 갈라져 아주 어두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전 총리의) 원만한 성품과 혜안으로 갈라진 사회를 조금이라도 치유하는 데 국가 원로로 큰 역할을 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수 축하연에 앞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 최장집 교수는 ‘차기 대선과 한국 민주정치의 진로’ 주제의 기조 발제를 맡았다. 최 교수는 “촛불시위를 혁명이라고 정의하는 것과 동시에 추구된 정치적 목표 자체가 80년대, 90년대 이어진 ‘협약에 의한 민주주의’의 틀을 해체했다”며 촛불시위 이후 가속화한 한국의 정치·사회적 양극화를 비판적 관점에서 조명했다. 최 교수는 “촛불시위는 ‘시위’일 뿐 혁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혁명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을지 지극히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의 민주주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원적 민주주의의 확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경제 원리가 만들어내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도 지적됐다. 강원택 교수는 “1987년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적 부분은 민주화했지만, 정작 대통령의 제왕적 요소와 권위주의적 성격은 해체하지 못한 채 민주화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개헌 작업을 본격화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박명림 교수도 “한국 대통령은 인사권과 예산권, 정책 결정권, 법률안 제출권, 감사권, 심지어 개헌안 제출권까지 보유해 초대통령제에 해당한다”며 “최소한 인사동의권과 법률안 제출권은 의회로 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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