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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수처, 손준성 꾸짖더니 영장엔 ‘윗선’ 이름도 틀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핵심으로 지목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검사는 일반 범죄자와 그 처신이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개탄스러운 행태”라고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작 구속영장에는성명불상’(姓名不詳‧성과 이름을 알지 못함)이라는 단어가 총 23번 등장할 정도로 구멍이 숭숭빈데다, 손 검사의 범행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작년 4월 대검 차장검사의 이름도 잘못 적어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밥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밥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영장 ‘성명불상’만 23번…공수처 “소환 불응, 용납될 수 있었나”

2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A4 12쪽 분량의 구속영장에서 ‘성명불상’이라는 단어를 총 23번 언급했다.

우선 공수처는 손준성 전 수사정보정책관과 그 아래 성상욱 수사정보2담당관과 공모했다고 보는 웟선의 상급 검찰 간부를 ‘성명불상’으로 적시했다. 뿐만 아니라 김웅 의원에게 보낸 기사와 페이스북 캡처사진, ‘제보자X’ 지모씨에 대한 실명 판결문을 손 검사에게 보내고 손 검사 지시로 최강욱 국회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썼다는 검찰 공무원 모두를 ‘성명불상’으로 적시했다. 김웅 의원과 함께 여권 인사 고발을 공모했다고 본 당시 미래통합당 인사 역시 ‘성명불상’으로 적혔다. ‘고발 사주 의혹’의 지시자와 고발장 작성자, 공모자 모두가 ‘성명불상’인 셈이다.

이어 공수처는 “소환 통보를 한 지 한 달이 지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이 그간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용납될수 있었던 것인지 묻고싶다”는 근거를 들어 증거인멸의 우려를 들었다. 그러나 손 검사는 영장이 기각되고 난 이튿날인 27일 내달 2일 소환조사를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또 이 사건 수사로 “‘정치검찰’, ‘정치적 편향성’ 등의 부조리한 관행을 근절할 수 있고 법조 전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가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수사권과 기소권 등을 가진 검사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논리에서다.

손 검사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하던 중 여권 정치인 등에 대한 고발장을 성명불상의 검찰간부와 공모해 성명불상의 검찰 공무원에게 작성하게 하고, 이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등 총 5개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안팎 “대검 간부 이름 틀린 건 본질적 차이”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구속영장 내용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성명불상’으로 적힐 만큼 공수처 수사로 밝힌 혐의 사실은 적은 반면 손 검사의 범죄 사실과는 무관하고, 야권 대선 유력주자가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내용들이 구속영장에 하나하나 열거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공수처는 특히 ‘사건의 배경’을 서술하며 윤 전 총장과 관련된 내용에 5000자 이상을 할애했다. 공수처는 당시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이후 본인 및 가족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벌였고,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유재수 전 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사건 등 청와대 여권 의혹 수사를 본격화했다”고 적었다.

또 ‘판사 사찰 문건 작성 및 배포’ ‘윤석열 장모 대응 문건 작성’ ‘채널A 사건 감찰 및 수사 방해’ ‘윤석열 징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 등 그동안 여권이 윤 전 총장을 공격할 때 활용했던 내용을 6가지 항목으로 나눠 자세히 기술했다.

더군다나 작년 4월 대검 차장검사 이름을 조남관으로 잘못 적기도 했다. 당시 대검 차장검사는 구본선 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었다. 조남관 현 법무연수원장은 그의 후임으로 6월 부임했다. 이를 놓고 한 검찰 간부는 “당시 대검 차장이 누구인지는 윤 전 총장으로 가는 보고 라인을 구성하는 본질”이라며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을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20일 손 검사가 출두를 여러 차례 미뤘다며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기도 했다.

손준성 검사 변호인 측은 “수사받는 입장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절차적 권리와 인권 보장 측면에서 평가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현직 차장검사도 “출범 후 최초인데다 공수처 2인자인 차장이 주임검사를 맡은 구속영장이 이토록 허술한 것이냐”라며 “인권 침해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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