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10년 만에 ‘김정은 세상' 선포…'김정은 주의'로 홀로서기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19:34

북한이 ‘김정은 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홀로서기와 신격화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국가정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보위 국감중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의 보고 내용 일부를 알렸다. 이들은 “김 위원장은 (노동)당 회의장의 배경에서 김일성ㆍ김정일 부자 사진을 없애고,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독자적 사상 체계 정립도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열린 북한의 7차 당대회(아래 사진)와 5년 뒤 8차 당대회(위 사진)의 회의장 모습. 김일성ㆍ김정일 초상이 부각된 7차 대회와 달리 8차 대회장에는 노동당 당기 표시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연합뉴스]

지난 2016년 열린 북한의 7차 당대회(아래 사진)와 5년 뒤 8차 당대회(위 사진)의 회의장 모습. 김일성ㆍ김정일 초상이 부각된 7차 대회와 달리 8차 대회장에는 노동당 당기 표시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연합뉴스]

북한은 ‘김일성 주의’‘김정일 주의’‘김일성-김정일 주의’ 등의 용어를 사용했지만 ‘김정은 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국정원이 공개한 건 처음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집권 10년차를 맞아 제도적인 최고지도자 자격을 넘어 북한 주민의 정신ㆍ사상적인 지주로 자리매김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듬해인 2013년 북한 주민들의 생활 준칙인 유일 사상 10대원칙을 39년 만에 손질해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원칙’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당중앙’이라는 표현을 삽입해 자신을 '수령'의 반열에 올렸다. 할아버지(김일성 주석),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와 동격으로 자리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열린 당 창건 76주년 기념일을 맞아 기념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열린 당 창건 76주년 기념일을 맞아 기념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이후에는 오히려 급격한 체중 증가와 드레스 코드를 통해 ‘김일성 따라 하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이 ‘사회주의의 시조’라고 주장하는 김일성 주석을 통해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이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홀로서기는 집권 10년차인 올해 초부터 부쩍 나타났다. 지난 1월 열린 8차 당대회때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며 기존 규약의 서문에서 언급했던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조선로동당을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당으로 강화 발전시키시고 주체혁명을 최후승리에로 이끄시는 조선로동당과 조선인민의 위대한 영도자이다”라는 부분을 삭제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난 4월엔 노동당의 청년 외곽단체인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의 이름을 ‘사회주의 애국 청년 동맹’으로 바꿨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나아가 ‘김정은 주의’가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사상체계에서도 완전한 독립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의 수령론에 따르면 후계자는 수령의 지위와 역할을 같이하고, 이데올로기적 해석권이 있다”며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 사망)도 김일성의 유훈통치를 해 왔는데 김정은 주의가 등장했다는 건 김 위원장이 자신만의 통치를 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진행된 인사에서 국무위원에 오른 김여정 당 부부장. [뉴스 1]

지난달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회의에서 진행된 인사에서 국무위원에 오른 김여정 당 부부장. [뉴스 1]

한편,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달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한 것과 관련 “위상에 걸맞는 공식 직책이 부여된 것”이라며 “(김여정이)외교와 안보 분야의 총괄을 맡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김 부부장이 국가 기구의 직책을 갖고 향후 남북 대화나 북ㆍ미 관계에 등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 부부장의 올해 공개 활동은 총 34회로, 작년의 17회와 비교해 급증했으며, 대남ㆍ대미 활동을 관장하는 동시에 비공개 지방 방문을 통해 민생 동향을 파악해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기도 한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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