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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릉 뷰 아파트' 결정 11월로… "철거하는 경우 시뮬레이션 돌려보자"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심석용 기자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짓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심석용 기자

‘왕릉 뷰 아파트’에 대한 처분이 11월로 미뤄졌다.

28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궁능-세계유산 합동분과위원회의 2차 회의에서 "추가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공동주택 건립 현상변경 심의'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이 이번에 제출한 안으로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고, 추후 소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단지별 시뮬레이션 등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연합뉴스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 사적 20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포 장릉은 조선 선조의 5번째 아들이자 인조의 아버지인 원종(1580~1619)과 부인 인헌왕후(1578~1626)의 무덤이다. 연합뉴스

김포 장릉은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에 위치한 왕릉으로, 조선 인조의 아버지 원종과 어머니 인헌왕후의 능이다.

이번 논의의 대상이 된 사안은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에 건설 중인 20~25층 높이 아파트 3곳으로, 각각 735세대, 1417세대, 1249세대 규모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경계 500m까지 설정된 문화재구역으로부터 각각 213m, 375m, 395m 떨어져 있으며, 2022년 6~9월 준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파트 건물이 김포 장릉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가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풍수 원칙과 자연경관' 꼽은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 위태

사안이 커진 건 김포 장릉이 다른 조선왕릉 39기와 함께 묶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있기 때문이다.

2009년 '조선왕릉'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풍수 원칙과 자연경관'을 언급하며 '조선왕릉이 자연, 우주와 어우러지는 조화가 특색있고 의미심장한 장례문화를 보여준다'고 선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인조의 부모가 묻힌 김포 장릉과 인조가 묻힌 파주 장릉, 인천 계양산이 나란히 일직선상에 위치하도록 자리잡은 것 등이 풍수지리적인 의미를 가진다. 김포 장릉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선정 이유가 손색될 경우, 다른 39곳 왕릉의 세계문화유산 지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문화재청은 지난 8월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김포 장릉 앞 아파트 건설이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뒤 "건물 위쪽 일부가 조망돼 역사문화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대방건설·대광이엔씨·금성백조 등 건설사 세 곳에 개선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세 곳 건설사는 28일 회의에 앞서 문화재청에 제출한 개선안에서 ‘산책로 등 외부공간 조성, 색채 조정, 정자 등 옥외구조물 설치, 김포 장릉 주변 정비’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건설사 측 "철거해도 검단 신도시 고층아파트 똑같이 문제"

김포 장릉 인근 지도. 빨간색으로 표시한 구역이 이번에 문화재위원회에서 검토를 진행한 건설사 3곳이 지은 아파트로, 20~25층 높이다. 이 건설사들은 "검단 신도시에 이미 지어져있는 29층짜리 아파트(노란색 표시)가 있어, 건설중인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이미 왕릉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훼손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뮬레이션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지도 캡쳐

김포 장릉 인근 지도. 빨간색으로 표시한 구역이 이번에 문화재위원회에서 검토를 진행한 건설사 3곳이 지은 아파트로, 20~25층 높이다. 이 건설사들은 "검단 신도시에 이미 지어져있는 29층짜리 아파트(노란색 표시)가 있어, 건설중인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이미 왕릉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훼손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뮬레이션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지도 캡쳐

이날 회의에 참석한 건설사 관계자 일부는 "철거했을 경우를 시뮬레이션으로 돌린 결과, 검단신도시에 이미 지어져 있는 29층 아파트가 있어, 이번 세 단지의 아파트를 철거하더라도 장릉과 계양산을 잇는 풍수지리적 요소는 여전히 제한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의 주장을 확인할 시뮬레이션을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결과가 나오는 11월 초순까지 안건에 대한 결정을 보류하고, 양쪽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비교해 다시 일정을 잡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 보호법 위반 고발…수사 진행 중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달 8일 건설사 3곳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건설된 주택 44개 동과 공사 중인 19개 동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문화재보호법 13조에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는 해당 지정문화재의 역사적ㆍ예술적ㆍ학문적ㆍ경관적 가치와 그 주변 환경 및 그 밖에 문화재 보호에 필요한 사항 등을 고려하여 그 외곽경계로부터 500미터 안으로 한다. 다만, 문화재의 특성 및 입지여건 등으로 인하여 지정문화재의 외곽경계로부터 500미터 밖에서 건설공사를 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 공사가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500미터를 초과하여 범위를 정할 수 있다’(2019년 11월 26일 개정)고 쓰여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적법한 행정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문화재 보호 조례 제 5조 1항 나에 따르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를 '주거지역은 문화재의 외곽경계로부터 200미터 이내의 지역'으로 지정해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사건을 맡은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 19일 관련 서류 확보를 위해 인천 서구청과 인천시 등을 압수수색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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