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총량제" 욕먹는 이재명 '식당총량제'…캠프도 곤혹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17:46

업데이트 2021.10.31 16:42

28일 더불어민주당에는 전날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안한 “음식점 허가 총량제” 후폭풍이 불었다. 이 후보가 발언 하루 만에 “당장 시행한다는 것은 아니고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야권에서 “헛소리 총량제부터 실시하자”(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의 원색적 비난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대 양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에서 참가 업체의 사족보행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2021.10.28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에서 참가 업체의 사족보행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2021.10.28 국회사진기자단

주변서 “불가능한 일” 수습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음식점 총량제 관련 질문에 “아직 당하고는 얘기를 안 했다. 선대위가 꾸려지면 좀 더 검토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전체 GDP(국내총생산) 대비 소상공인 비율이 높은 건 사실이라 그런 기본적인 고민 속에서 이게(음식점 총량제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선 공약 설계의 한 축을 담당할 당 정책위에서 ‘음식점 총량제=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 나온 거다. 신현영 원내대변인도 정책조정회의 백브리핑에서 “아직 논의된 사항이 아닌데 이제 제기된 문제라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며 “정확히 답변드리기 좀 그런 상황”이라고 반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장 이번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다고 하기는 아직은 이르다"면서도 "결국 어느시점에는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장 이번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다고 하기는 아직은 이르다"면서도 "결국 어느시점에는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원내뿐 아니라 이 후보 주변에서도 후보 개인의 돌발 제안 쪽에 무게를 두고 사태를 수습하는 반응이 주였다. 이 후보 측 정책라인의 핵심 의원은 이날 “음식점 총량제와 주 4일제는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수많은 자영업자가 생겨나고, 이들이 각자도생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허가 총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개입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 후보 측근 의원도 “어제(27일) 후보가 상가를 돌면서 지역 화폐 얘기를 하고, 워낙 상인들이 어려워하니 평소에 여러 대안으로 생각하던 게 불쑥 나오지 않았나 싶다”면서 “정책 단위에서 집중 논의한 적은 없다. 중·소상공인의 치킨게임을 해결할 필요는 있지만 시장 논리에 따라 하는 게 맞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李 “불나방” 또 논란

하지만 이 후보는 이날 해명 중에도 거침없는 표현을 이어갔다. 그는 고양시 킨텍스 ‘2021 로보월드’ 방문 후 기자들에게 “(음식점 총량제를) 국가정책으로 도입해서 공론화하고 공약화하고 시행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규제철폐 만능, 자유 만능이라는 잘못된 사고가 있다. 아무거나 선택해 망할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불나방들이 촛불을 향해 모여드는 건 좋은데 너무 지나치게 가까이가 촛불에 타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27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G1(강원민방)에서 열린 강원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후보. 뉴스1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27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G1(강원민방)에서 열린 강원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후보. 뉴스1

곧장 국민의힘 경쟁 후보들에게서 “국민은 불나방이 아니다”(윤석열 전 검찰총장)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윤 전 총장은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국민관은 국민을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에 빗댄 조국 전 장관의 그것과 닮았다”면서 “도대체 국민 알기를 무엇으로 아는 것인지 개탄이라는 말조차 쓰기 아깝다”고 썼다.

음식점 총량제 발상에 대한 야권의 비판은 헌법(15조)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등 위헌성에 집중됐다. 홍준표 의원은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국민 자유를 박탈하려 한 시도에 대해 즉각 사과해야 한다”면서 “자영업자를 몰락시킨 국가적 책임을 ‘을과 을의 싸움’으로 전가시키는 전형적인 이재명식 선동정치”라고 비판했다.

“경제학의 근본을 무시하는 정책”(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유승민 전 의원은 “북한 김여정의 말인줄 알았다”면서 “총량제를 한 다음에는 ‘음식점 이익보장제’까지 정부가 할 것이냐. 이 후보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초등학생 수준도 안 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대장동→정책·공약…전선 옮겨질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박용진 의원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박용진 의원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식점 총량제를 비롯해 주 4일제, 개발이익환수법·도시개발법 등 이 후보가 최근 새로 거론한 정책 구상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기본소득처럼 국민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면서, 반대 논리가 명확해 찬반이 선명하게 갈리는 발상들이라는 점이다.

명·낙 대전 후유증 봉합으로 지지율 반등세를 잡은 이 지사가 30%대 박스권 탈출 카드로 ‘파격 정책’ 물량 공세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이재명·이낙연 회동 직후인 지난 25~26일 조사한 양자대결에서 이 후보는 ‘이재명(41.9%) vs 홍준표(39.3%)’, ‘이재명(45.8%) vs 윤석열(35.7% )’로 야권 투톱에 모두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는 이날 김두관·박용진 두 의원과 회동해 당내 경선 경쟁자들과의 ‘원팀’ 구성 논의를 마무리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대장동 이슈 정면돌파에 나섰지만 사람들은 이미 대장동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선대위 출범에 맞춰 정책과 공약으로 이슈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 재선 의원은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대장동 뉴스가 아닌 정책 관련 뉴스가 나오는 건 우리로서 무조건 좋은 일”이라며 “‘킬러 콘텐트’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방문한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에게 정책자료집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방문한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에게 정책자료집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당내에선 설익은 발상 공개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마치 여파가 큰 정책 제안을 간보는 식으로 던졌다 주워담는 일이 반복되면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이 무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4일제 등을 이 지사보다 먼저 주장해 온 정의당은 이날 “공약도 아니라면서 계속 같은 주장을 어제와 같은 논리로 또 반복했다”며 “무공감, 무책임의 이재명 후보 ‘음식점 총량제’ 발언, 철회해야 마땅하다”는 논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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