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한국 '기후악당' 지목된다"는데…文, 영국서 무슨 말 할까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17:38

기후위기비상행동 등이 2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가 확정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규탄하고 기후정의 실천을 위한 시민사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기후위기비상행동 등이 2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가 확정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규탄하고 기후정의 실천을 위한 시민사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달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개막한다. 한국도 27일 확정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국제사회에 발표할 예정이다.

전 세계 정상들이 참여하는 COP26 관련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위치한 한국이 맡을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직접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실상 30% 감축?…"기후 악당 낙인 우려"

27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 모인 기후단체 회원들이 COP26을 앞두고 기후 관련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 모인 기후단체 회원들이 COP26을 앞두고 기후 관련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환경단체들은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NDC 목표가 국제사회 기대치보다 낮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NDC가 최소 50%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이들은 "이대로라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기후 악당' 이미지만 강화될 것이다. 정해진 목표치를 바꿀 수 없더라도 문 대통령이 의미 있는 발언을 추가로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과학계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절반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국외 감축분과 통계 꼼수를 빼면 사실상 30%만 감축하겠다는 수준"이라면서 "선진국에 비해 NDC가 유난히 낮은 한국이 COP26 이후 '기후 악당'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행동팀장도 "온실가스 배출국 9위인 우리나라는 NDC로 더 많은 책임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목표로는 국제사회에 실망만 안겨줄 뿐"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제로 한국은 탄소중립과 거리가 먼 화석연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환경단체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OCI)이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한국수출입은행 등 5개 공공 금융기관이 해외 석유·천연가스 사업에 제공한 공적 금융 액수는 약 33조원이다. G20 국가 중 가장 많은 규모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COP26 직전 이 보고서가 발간되면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심지어 NDC에도 2030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을 22% 잔존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 참석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 참석 등 7박9일 유럽 순방을 위해 28일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 참석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 참석 등 7박9일 유럽 순방을 위해 28일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스1

국외 감축분 담은 '파리협정 제6조' 쟁점

이번 회의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온실가스 감축 국제협력을 규정한 파리협정 제6조다. 이 조항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개발 협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이 이 조항을 이용해 국외 탄소 감축 사업 비중을 높이는 대신 자국에서 탄소 중립을 소홀히 할 것이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린피스는 파리협정 제6조에 대해 "건강한 국제개발 협력을 통해 탄소를 줄이는 조항이지, 개발에서 나오는 잿밥을 나눠 먹는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선진국이 개도국에서 일방적으로 탄소 감축 성과를 챙기는 협력이 아니라, 기술 공유 등을 통해 개도국의 탄소 감축을 돕는 개발 협력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COP26에서 파리협정 6조에 대한 합의가 새로 이뤄지면 한국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선진국이 벌이겠다는 국외 감축 사업인 청정개발체제(CDM)나 개도국 산림보호활동(REDD+)은 효과도 불확실하며 정의로운 방식이 아니다. 만약 6조를 제대로 해석하게 된다면 한국도 전체 감축분의 12%에 달하는 국외 감축 사업을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영국 주도 '탈 석탄' 이슈도 한국 역할 주목 

시민단체들은 한국이 COP26에서 탈(脫) 석탄 의지를 얼마나 보일 지도 주목하고 있다. 그린피스 국제본부에 따르면 COP26 의장국인 영국이 주도하는 탈석탄동맹이 각국 정상들과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이 높다. 알록 샤마 COP26 의장도 "이번 회의는 석탄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하는 계기"라고 공언했다. 탈석탄동맹은 2017년 영국·캐나다 주도로 시작된 연합체로 2030년까지 석탄발전 중단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선 인천, 강원, 충남, 전남 등이 지자체 단위로 가입했다.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탈석탄동맹에 가입하거나 그에 준하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국제적 위상(소프트 파워)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그린피스 측 주장이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도 "아시아 국가에서 탈 석탄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한국 경제를 뒤따라오는 동남아 국가들에 좋은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COP26에서 전 세계의 탈 석탄 의지가 확인되더라도 실제 영향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탈석탄동맹이 이번 회의의 기반이 된 파리 기후협약과 별개인데다, 동맹에 대한 석탄 기업들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확정한 27일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 모습. 연합뉴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확정한 27일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 모습. 연합뉴스

어려움 토로 산업계, 환경단체도 "비용 논의" 공감

COP26 등 기후위기 대응에서 중요한 또다른 이슈는 바로 기업이다. 각국 정부에 탄소중립 목표치를 낮추거나 관련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서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7일 "기업이 탄소 중립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면 생산설비·고용 감소, 해외 이전 등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품 수출이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향후 여정은 기업뿐 아니라 국민의 삶에 큰 도전 과제이자 부담"이라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산업계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과학에 기반한 비용 논의를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높은 기후 대응 목표치를 말하는 건 산업계를 무시하는 게 결코 아니다. 비용 논의가 빠져 있는 만큼 기업들의 두려움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다만 기후변화는 결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COP26을 통해 객관적인 탄소 중립 비용을 예측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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