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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툰베리'들 외침…기후재앙 직격탄 '미래세대' 나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환경단체 회원이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탈을 쓰고 '당신의 아이들의 미래'라는 문구가 적힌 배에 불을 지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곳에선 각국 정상들이 모여 기후변화에 대해 논의하는 COP26이 열린다. 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환경단체 회원이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탈을 쓰고 '당신의 아이들의 미래'라는 문구가 적힌 배에 불을 지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곳에선 각국 정상들이 모여 기후변화에 대해 논의하는 COP26이 열린다. AP=연합뉴스

"기후 정의는 사회적 정의이자 그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들 글래스고에서 만나요!"

스웨덴의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18)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린 메시지다. 그의 말대로 전 세계 청소년ㆍ청년 활동가들이 영국 글래스고로 향한다.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청소년·청년, 영국에서 열리는 COP26 주목 #2020년생 폭염 겪을 확률, 1960년생의 6.8배 #전 세계 미래 세대 활동가, 목소리 내기 시작 #"기성세대에 실망" 국내서도 기후파업 등 진행

청년과 청소년들이 COP26을 보는 시선은 좀 특별하다. 상대적으로 현재에 집중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향후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를 실질적으로 입는 이들이 바로 ‘미래 세대’이기 때문이다.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5년 파리 기후협약 이후 전 세계가 취할 행동을 논의할 COP26의 화두도 바로 이들이다.

스웨덴의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기후 파업 시위 도중 손에 '기후 파업' 피켓을 든 채 휴대전화로 뭔가를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웨덴의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기후 파업 시위 도중 손에 '기후 파업' 피켓을 든 채 휴대전화로 뭔가를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적 에너지난 등으로 회의 전망이 어둡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이라도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요 결정은 기성세대가 하지만 그 비용 부담은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짊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스리랑카의 14살 기후 활동가 딜마니는 26일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내가 사는 동안 기온은 더 올라갈 거고, 식수는 부족해질 것이다. 미래의 아이들은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고소득 국가 정상들은 우리 같은 저소득 국가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미래 세대가 체감하는 기후 위기는 이미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됐다. 최근 벨기에ㆍ스위스 연구팀과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 발표한 '기후 위기 속에서 태어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동은 조부모뻘인 1960년생과 비교했을 때 평생 폭염을 경험할 확률이 6.8배 이상 뛸 것으로 예상됐다. 홍수와 흉작은 2.8배, 가뭄은 2.6배, 산불은 2배 더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파리 기후협약에 근거한 추정치다.

특히 저소득ㆍ분쟁 국가 등에 사는 아동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신생아들은 1960년에 태어난 조부모보다 폭염에 노출될 확률이 1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문가들 사이에서 잿빛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는 26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공약을 분석했더니 2030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이 7.5% 정도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2100년 지구 평균 온도는 2.7도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파리 기후협약에서 정한 목표치 1.5~2도를 훌쩍 넘는 수치다.

앞서 8월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지된다면 2021~2040년 중 1.5도 지구 온난화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1.5도 상승 시점이 2018년 특별보고서에서 제시한 2030~2052년보다 대폭 앞당겨진 것이다.

대학생기후행동이 28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유럽 출국 전 현수막을 들고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다음 달 5일까지 7박9일 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및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자총회(COP26) 참석을 계기로 유럽 순방에 나선다. 뉴스1

대학생기후행동이 28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유럽 출국 전 현수막을 들고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다음 달 5일까지 7박9일 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및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자총회(COP26) 참석을 계기로 유럽 순방에 나선다. 뉴스1

그렇다 보니 기후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 툰베리로 대표되는 청소년ㆍ청년 활동가들의 움직임은 COP26을 앞두고 분주해졌다.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각국 정상들에 미래 세대의 분노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툰베리는 COP26 회의가 한창인 5일 글래스고에서 열릴 기후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기후 파업에 모두를 초대한다"고 밝혔다. 다른 환경단체들도 6일 '기후를 위한 글로벌 행동의 날'이란 이름으로 글래스고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꼭 글래스고에 가지 않더라도 세계 각국의 미래 세대가 COP26에 참석할 정상들을 압박하고 있다. 저마다의 지역에서 활동하는 10대들은 우리 모두가 기후 대응에 당장 나설 것을 촉구한다. 잠비아의 15살 활동가 저스티나는 "벌목, 화석 연료 사용 등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문제에 대해 '노'(NO)라고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의 엠마뉴엘(14)도 "지금 노선을 바꿀 수 없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를 겪게 될 거다. '하겠다'고 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당장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청소년기후행동이 연 2021 글로벌 기후파업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제대로 된 2030 국가 온실가스 배출목표(NDC) 설정을 요구하며 당근을 바닥에 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부당하거나 위급한 상황을 알릴 때 당근을 흔든다'라는 표현을 이용해 퍼포먼스를 펼쳤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청소년기후행동이 연 2021 글로벌 기후파업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제대로 된 2030 국가 온실가스 배출목표(NDC) 설정을 요구하며 당근을 바닥에 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부당하거나 위급한 상황을 알릴 때 당근을 흔든다'라는 표현을 이용해 퍼포먼스를 펼쳤다. 연합뉴스

국내 청소년ㆍ청년 단체들도 COP26을 주목하고 있다. 제일 활발히 움직이는 곳 중의 하나가 청소년기후행동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불충분한 기후 대응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을 내면서 주목받았다. 이번달엔 기후파업을 진행하면서 '기후위기 당사자가 여는 새로운 민주주의' 등의 슬로건이 담긴 피켓을 들었다. 또한 청년이 주축이 된 환경 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COP26에서 발표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해서도 가장 센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노건우 1.5도클럽 활동가는 "기후 대응을 비판하면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넘어가는 기성세대에 실망감이 든다. 기대치가 크진 않지만, 그래도 COP26에서 전향적인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대표는 "이번 COP26에선 미래세대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거라고 본다. 앞으로 젊은 기후 운동가들이 회의장 근처에서 피케팅 하는 수준을 넘어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한 법적 소송으로 가는 일이 갈수록 늘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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