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리커창 면전서 “中, 국제질서 위협”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16:18

업데이트 2021.10.28 16:2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참석한 국제회의에서 “중국의 강압적 행동이 우려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이 올해 들어 대만을 군사적으로 위협하는 데 대한 공개 비판이다.

27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 [EPA=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 [EPA=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대만 해협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 행동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대만에 바위처럼 단단한 (rock-solid) 약속을 했다. 이 약속은 행정부 전반에 걸쳐 확고하고 일관적으로 지켜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극도로 예민해 하는 인권 문제까지 거론했다. 그는 “신장, 티베트 그리고 홍콩인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며 “미국은 남중국해를 포함해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해상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알렸다.

백악관은 별도 성명을 내 바이든 대통령이 EAS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지속적 전념을 재확인하고,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일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인도·태평양 지역 전념’은 곧 ‘중국 견제’와 동일한 의미인 만큼 중국에 대한 공개 메시지다. 대만 위협을 중단하라는 경고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경고에 나선 건 전례 없는 중국의 대만 위협 때문이다. 앞서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 CNN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공격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해 중국이 반발했다. 직후 백악관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꾸는 게 아니라고 해명해 일단락됐지만 일주일 만에 ‘중국을 건드리지 말라’고 다시 경고한 것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27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리커창 중국 총리가 27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은 대중정책에 있어서 양보할 생각이 없으며 중국의 패권 추구를 단념시키겠다는 기조를 견고히 한 것”으로 “‘중국 압박’이 미국의 대중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발언은 미·중 양자 회의가 아닌 다자회의장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압박 동참을 촉구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날 EAS에는 리 총리를 포함해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등 동아시아 18개국이 참석했다. 이들 정상에게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레드라인’으로 꼽는 대만 문제, 신장 위구르, 홍콩 인권 및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한꺼번에 거론해 미국의 속내를 분명하게 알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제16차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제16차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뉴스1]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파트너 국가들과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모색하겠다고 알렸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주도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백악관이 밝힌 경제 프레임워크엔 무역 촉진, 디지털 경제와 기술 표준, 공급망 회복, 탈 탄소와 클린 에너지, 인프라, 근로자 표준 등이 공동 목표로 담겼다.

이날 리 총리는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견제했다. 리 총리는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은 아세안 지역 모두의 중대 이익”이라며 “남중국해는 아세안 공동의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아세안의 영역인 남중국해에 미국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이 깔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이어 중국에 대한 강경 메시지를 보내면서 한국의 부담은 더 커졌다.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간 한국의 전략적 관계는 더더욱 어려워진 입장”이라며 “두 나라와의 관계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버리고, 하루빨리 일관된 원칙을 정립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미 PBS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도 이날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자유롭고 개방된 해양 질서에 대한 도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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