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역도 기관마다 조기게양 제각각…노태우 분향소 '자율'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16:00

업데이트 2021.10.28 16:19

28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합동분향소의 정오 모습. 점심시간이라 오가는 사람은 많지만, 조문객을 찾아보기가 쉽지않다. 우상조 기자

28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합동분향소의 정오 모습. 점심시간이라 오가는 사람은 많지만, 조문객을 찾아보기가 쉽지않다. 우상조 기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정부가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함에 따라 서울ㆍ부산ㆍ대구·충북 등 광역 단체에서는 28일 분향소가 잇따라 설치됐다. 반면 광주ㆍ전남ㆍ충남 등 일부 지자체는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吳, 방명록에 “평안히 영면하소서”  

서울은 이날 오전 9시에 서울광장에 시민 분향소를 설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전 9시 2분쯤 조인동 행정1부시장, 류훈 행정2부시장, 김도식 정무부시장 등과 함께 분향소를 직접 찾았다. 오 시장은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아래 국화꽃을 내려놓은 뒤 고개를 두 번 숙이며 조의를 표했다. 방명록에 적은 문구는 “평안히 영면하소서”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는 시민분향소 운영이 감염병 예방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방역수칙 위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이날 온라인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분향소 설치는 관혼상제에 해당한다. 집시법상 신고대상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분향소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북적이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점심시간을 넘기면서 조문객의 모습이 증가하긴 했지만,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릴 정도는 아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조문을 왔다는 박모(69ㆍ동대문구)씨는 “무조건 깎아내리거나, 찬양하는 일은 잘못됐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의는 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시청, 1층 로비에 분향소 설치  

28일 오전 부산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에 이병진 행정부시장을 비롯한 부산시 간부 공무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부산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에 이병진 행정부시장을 비롯한 부산시 간부 공무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는 이날 시청 1층 로비에 고 노태우 전 대통령 분향소를 설치해 오전 10시부터 시민 조문을 받고 있다. 분향소는 30일까지 운영되며,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시는 분향소에 안내직원을 배치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조문객 발열 체크, 조문객 간 거리두기 같은 방역수칙 준수를 유도하고 있다. 분향소에는 방명록도 비치해놓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가장으로 결정돼 분향소를 급히 설치했다”며 “추모 기간 각종 행사는 검소하게 개최하는 등 범시민 추모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애도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시 홈페이지(누리집)에 근조 배너를 게시했다.

대구, 생가 ‘용진마을’ 비롯 여러곳 분향소 운영  

노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대구에는 분향소가 여러 곳 마련됐다. 대구시는 지난 27일부터 안병근 올림픽기념유도관을 국가장 분향소로 운영 중이다. 또 대구시청 별관에도 국가장 분향소를 설치, 시민들의 조문을 받고 있다. 분향소는 오는 30일까지 운영한다.

대구 팔공산 자락 ‘용진마을’에도 분향소가 차려졌다. 용진마을은 노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마을에선 생가 입구에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88올림픽 오륜기 로고와 6ㆍ29선언 등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새긴 기념비와 안내문을 세웠다.

27일 오후 대구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용진마을'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뉴스1

27일 오후 대구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용진마을'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뉴스1

채건기 문화관광해설사는 “생가 기념비도 세우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단장을 많이 했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생가는 노 전 대통령이 유년을 보낸 곳으로 규모는 대지 466㎡, 건축물 66.45㎡의 목조건물 3동이다. 생가 인근은 교하 노씨(交河 盧氏) 집성촌이다. 노 전 대통령 친ㆍ인척들이 많이 살고 있다. 대구와 이웃한 경상북도도 동락관에 분향소를 마련해 조문을 받고 있다.

충북도도 28일 청사 안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기를 게양했다. 도청 신관 1층 민원실 앞 휴게공간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이시종 지사와 간부 공무원들이 분향했고, 오전 11시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분향소는 영결식이 끝나는 이달 30일까지 운영된다.

광주ㆍ전남, 지역정서 감안해 미설치
광주ㆍ전남은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는다. 광주시청과 전남도청 등 관공서들은 조기 게양도 하지 않았다. 다만 광주경찰청과 전남경찰청은 국가장법에 따라 조기를 게양해야 하는 법령을 고려해 28일 오전 10시쯤 조기를 올렸다.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 국기게양대에 태극기가 정상 게양돼 있다. 광주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기간에 조기를 게양하지 않기로 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28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주시청 국기게양대에 태극기가 정상 게양돼 있다. 광주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 기간에 조기를 게양하지 않기로 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는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 성명을 통해 “광주시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오월 영령과 광주시민의 뜻을 받들어 조기 게양 및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5월 단체도 반발하고 있다. 5ㆍ18 기념재단을 비롯한 3단체(유족회ㆍ부상자회ㆍ구속부상자회)는 성명을 통해 “한 사람의 죽음을 조용히 애도하면 될 일”이라며 “국가의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광주시민 앞에서 단 한 번도 사죄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5월 단체들은 “2011년 펴낸 ‘노태우 회고록’에서는 5ㆍ18에 대해 ‘광주시민들이 유언비어에 현혹된 것이 사태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며 “학살자들은 시민들에게 사과한 적 없고, 우리 시민들 또한 사과받은 적 없다”고 했다.

충남ㆍ세종도 미설치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

충남도는 내부 논의를 거쳐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기 게양도 하지 않는다. 분향소 설치와 조기 게양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정부(행정안전부)에서도 ‘설치하라’는 공문을 보내지 않아서다. 충남도 관계자는 “(도지사께) 보고를 드렸고 분향소와 조기 모두 하지 않기로 했다”며 “강제적인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역시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분양소 설치와 조기 게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제주, 온라인 분향소만 운영하기로   

제주도는 분향소를 실제로 설치하지 않고, 온라인 분향소만 운영한다. 제주도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고 이날 오후 3시부터 오는 30일까지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온라인 분향소를 운영하고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노 전 대통령 유족 뜻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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