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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전력 40대 "두바이 출장간다" 요청에 전자발찌 풀어준 법무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자발찌를 차고 있던 상태에서 지인을 협박해 수천만원을 빼앗은 뒤 해외로 달아났던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을 막기 위해 현재보다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발찌를 제작하고, 도주자를 신속하게 검거하기 위해 경찰·지자체와 공조를 확대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을 막기 위해 현재보다 더 견고한 재질로 전자발찌를 제작하고, 도주자를 신속하게 검거하기 위해 경찰·지자체와 공조를 확대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천안서북경찰서는 지인을 협박해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로 A씨(46)를 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일 오전 4시쯤 충남 천안에서 지인 B씨를 협박해 5700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를 위협해 계좌 이체 방식으로 자신의 통장으로 5700만원을 전달받은 뒤 이 가운데 3000만원가량을 인출했다. B씨가 경찰과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여러 차례 수면제를 강제로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천만원 빼앗은 뒤 신고 못하게 수면제 먹여

강도행각을 저지른 A씨는 범행 당일 오후 7시쯤 인천공항 화장실에서 법무부 보호관찰소 직원을 통해 전자발찌를 풀었다. 그는 법무부에 “사업차 두바이로 출장을 간다”며 전자발찌를 임시로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성범죄 등을 저질러 2014년부터 203년까지 10년간 전자발찌 부착 대상이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법무부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31일 천안보호관찰소에 ‘해외출국 신청서’를 제출했다. 천안보호관찰소는 접수 당일 그의 신청을 허가했다. 천안보호관찰소 측은 “A씨가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비제조 업체를 통해 두바이 출장 사실을 확인한 뒤 전자발찌 임시 해제 허가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보호관찰소, 출국 신청 당일 허가 

이 과정에서 업체 대표는 천안보호관찰소에 나와 A씨에 대한 신원을 보증해주기도 했다. 전자발찌 착용자는 출국이 금지돼 있지만, 신원이 보증되고 여행 국가와 기간 등이 명확하면 허가를 받아 출국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제활동까지 막으면서 통제할 수는 없다”며 “현장 조사까지 진행한 뒤 출국허가를 해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A씨가 보호관찰 기간 성실하게 일하면서 직원들을 속인 것 같다.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범행 당일 출국, 프라하 여행중 체포돼 

전자발찌를 푼 A씨는 3일 오후 9시 비행기를 타고 두바이로 출국했다. 하지만 5일 오전 피해를 본 B씨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해외로 출국한 상태였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 여권을 무효로 하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던 중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던 중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B 씨에게서 빼앗은 5770만원 가운데 3000만원을 인출한 뒤 해외로 출국했다. 인천공항에서도 두 차례나 현금을 인출했다. 두바이를 거쳐 지난달 7일 체코 프라하에 도착한 A씨는 빼앗은 돈으로 여행하다 지난달 21일 인터폴 공조를 통해 수사 중이던 체포 경찰에 현지 호텔에서 붙잡혔다.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은 A씨는 지난 21일 국내로 송환된 뒤 천안서북경찰서로 이송돼 범행 동기와 도주 경위 등을 조사받았다.

경찰은 마무리 조사를 마친 뒤 A씨를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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