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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후 美·獨 모두 줄이는데 韓만 확장…재정 건전성 '빨간불'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2022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2022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 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의 내년도 예산 규모가 604조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예산을 줄인 주요 국가보다 감소 폭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도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8일 주요 국가와 한국의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미국·독일·프랑스 등은 내년 예산 규모가 올해 결산 추정액보다 평균 15% 줄었다. 반면 한국의 내년도 예산 규모는 604조4000억원으로 올해 결산 추정액(604조9000억원)과 대동소이(-0.1%)했다.

내년도 정부지출 규모를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과 비교해봤을 때, 한국의 증가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정부지출(중앙+지방) 규모는 1.15배가 되면서 미국(1.1배), 독일(1.07배), 프랑스(1.01배)와 비교해 증가 폭이 뚜렷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지급하던 연방 특별실업수당을 지난달 종료했고 급증했던 소상공인 지원 예산도 내년엔 90% 줄였다. 독일은 피해를 본 비상장·소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축소하고, 사회보장 관련 지출은 3분의 2를 줄일 계획이다. 프랑스도 코로나19 피해 구제 예산을 99% 이상 삭감했다. 반면 한국은 한국의 내년 예산이 올해 수준으로 유지된 가운데, 사회복지 예산은 74조원으로 올해(72조원)보다 3%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과 주요국가의 2019년 대비 2022년 일반정부지출 규모.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과 주요국가의 2019년 대비 2022년 일반정부지출 규모.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한경연은 그동안 기초연금 확대와 아동수당 인상 등 항구적인 복지 지출이 많이 늘어났다면서 이러한 지출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쉽게 줄이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의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이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가 이어져 재정 정상화가 불투명하다.

한경연은 주요 국가들이 내년 중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그동안 위기 대응을 위해 확대 집행했던 재정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가 줄어든다”며 “그동안 확대 집행했던 정부지출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내년도 예산 규모가 향후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잇따라 우려 섞인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앞서 25일 열린 재정 관련 통합 세미나(한국의 재정 건전성 진단과 과제)에서 박형수 전 조세재정연구원장(현 K-정책플랫폼 원장)은 “위기 극복 이후 빠르게 재정 정상화가 이뤄진 과거 위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만성적인 재정 악화에 시달릴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재정 건전성 훼손을 방어하기 위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한도를 법으로 규정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수 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이 25일 한국의 재정 건전성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재정학회]

박형수 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이 25일 한국의 재정 건전성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재정학회]

김원식 전 재정학회장(건국대 교수)도 “내년도 예산 604조4000억원 중 보건·복지·고용 분야가 216조7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재정적자 기여도도 31%로 매우 높다”며 “오랜 기간 사회보장·교육 지출이 늘고, 경제 분야 지출이 줄면서 재정지출의 비효율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29~30일 열릴 재정학회 추계 정기학술대회에서도 국가부채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김성순 단국대 교수는 “국가부채는 단기적으로는 성장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가장 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미래세대로의 경제부담 전가와 성장잠재력 훼손 등 부작용을 유의하면서 재정을 배정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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