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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빠진 한국 김치…수출 사상 최대, 12년 만에 흑자로

중앙일보

입력

김치 12년만에 무역 흑자 전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치 12년만에 무역 흑자 전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해 김치 수출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해 1억4451만 달러(약 1684억원)어치의 김치를 세계로 수출하며 2012년(1억661만 달러) 이후 8년 만에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올해는 기세가 더 거세다. 올 1~9월에 이미 1억2381만 달러를 팔았다.

최근 김치 수출이 점점 늘고는 있지만, 사실 한국은 김치 무역에서 적자를 본 지 오래다. 수출하는 김치보다 수입하는 김치가 항상 많았기 때문이다. 2009년에 2305만 달러 흑자를 낸 뒤 매년 적자를 찍었다. 그러나 올해는 김치 무역이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9월까지 김치 무역수지는 2624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알몸 김치’ 파문에 중국산 수입 급감

중국에서 배추를 절이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중국에서 배추를 절이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고전했던 것은 값싼 중국산 김치의 물량 공세 탓이다. 지난해 한국의 김치 수입액은 1억5243만 달러로 역대 가장 컸다. 한국이 수입하는 김치는 사실상 전부(99.9%) 중국산이다.

그동안 국내 식당이나 급식소는 현실적인 이유로 중국산 김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국산과 중국산의 단가 차이가 3배 이상 나기 때문이다. 음식값을 올리면 국산 김치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가 발길을 끊으면 어떡하냐는 게 업계의 우려였다.

올해는 소비자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에서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된 것이 큰 계기다. 실제 3월 이후 김치 수입액은 6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심했던 지난해보다 올해 김치 수입을 더 줄였다는 이야기다. 올해 9월까지의 김치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감소한 9756만 달러를 기록했다.

김치를 소비하는 주요 국가에서의 한국산 김치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외국 주요 16개 도시 현지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식을 먹어본 사람 중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은 김치(33.6%)가 1위를 차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면역력에 좋다고 알려진 김치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징어 게임’ 한류에 K-푸드 관심 급증

세계인의 안방을 파고든 한류도 김치를 비롯한 K-푸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1 코리안 페스티벌’에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달고나 뽑기와 함께 김장 체험 행사 등에 수만명의 시민이 몰렸다.

미국에는 대상(종가집)‧CJ(비비고) 등 국내 김치 제조기업이 직접 진출해 대형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아시아에선 일본‧홍콩‧대만 등이 주요 김치 수출 대상국이다. 대만의 경우 현지 편의점에 입점하는 김치 상품이 많아지는 등 유통망을 확대하면서 인기를 높이고 있다.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아시아 국가에서는 특히 한국산 김치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한국의 김치 최대 수출국인 일본 소비자 1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산 배추김치를 사 먹은 가장 큰 이유로 ‘맛있어서’(50.4%)를 꼽았다. 대만 소비자(700명)는 ‘김치가 한국의 전통식품이기 때문에’(46.6%) 사 먹었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맛있어서’(42.7%)라는 이유도 뒤를 이었다.

두 국가 소비자 모두 중국산 김치의 위생‧안정성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다. 5점 만점의 조사에서 일본 소비자는 중국산 배추김치의 가격, 맛, 위생‧안전성 등 속성별 만족도에서 유일하게 위생‧안정성에 2점대의 낮은 점수를 매겼다. 대만 소비자도 중국 김치의 위생‧안전성 만족도에 다른 분야보다 낮은 3.21점을 줬다.

깨끗하고 신선한 우리 김치

지난 4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김치 마스터클래스’ 행사에서 김치를 만들고 있는 러시아 요리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지난 4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김치 마스터클래스’ 행사에서 김치를 만들고 있는 러시아 요리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정부는 김치의 전 세계적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김치 생산부터 유통까지 안전성을 강화하고 해외 홍보를 확대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중소 김치 수출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무슬림을 위한 할랄 인증 ▶비건(vegan‧채식주의자) 김치 개발 ▶캔 포장 등 디자인 개선 등을 지원해 왔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우리 김치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많이 나오기를 희망한다”며 “외국에서 생산되는 김치와 차별화되는 대한민국 김치만의 효능과 안전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하는 김치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소비하는 김치도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시행한다. 정부는 이번 달부터 수입 배추김치에 대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제도를 의무 적용하고 있다. 해썹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소비자가 섭취하기까지 식품의 안전성을 관리하는 위생관리시스템이다.

이제는 해썹 인증을 받은 외국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배추김치만 수입이 가능하다. 현재는 수입량이 1만t 이상일 경우 해썹을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4년에는 모든 외국 제조 업소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정부의 노력에도 김치 산업이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 초 중국이 느닷없이 자국의 절임 채소 음식인 ‘파오차이(泡菜)’를 김치의 국제 표준이라고 주장하면서다. 그러나 파오차이를 표준으로 인증한 국제표준화기구(ISO)는 당시 ‘해당 식품 규격이 김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중국의 주장과 달리 김치는 한국 음식으로 전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20년 전인 2001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산하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 운영하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코덱스)는 한국의 김치를 국제식품규격으로 인정하며 ‘Kimchi’는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농식품부는 김치 원산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국산 김치에 ‘대한한국’이라는 브랜드를 공식적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명 지리적 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김치에 ‘대한민국 김치’라는 표시가 있으면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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