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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 "민통선 생태계 6곳은 시급하게 보호해야 할 지역"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월 강원 철원군 민통선 내 논에서 재두루미(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03호)무리 너머로 독수리(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43-1호)가 날아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강원 철원군 민통선 내 논에서 재두루미(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03호)무리 너머로 독수리(멸종위기Ⅱ급, 천연기념물 제243-1호)가 날아들고 있다. 연합뉴스

비무장지대(DMZ) 남쪽 민간인 통제 구역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두루미가 찾고 사향노루·버들가지 등이 서식하는 6개 지역을 보존하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을 습지보호구역 등으로 지정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립생태원 박진영 보호지역연구팀장은 지난 26일 강원도 철원군 DMZ 생태평화공원 방문자센터에서 열린 'DMZ 일원 생태계·생물 다양성 보전 방안 간담회'에서 2015~2020년 민통선 이북 지역 생태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민통선 지역 39개 경로 조사해 분석 

국립생태원 박진영 보호지역연구팀장이 지난 26일 강원도 철원에서 열린 'DMZ 일원 생물다양성 보전 방안 간담회'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국립생태원 박진영 보호지역연구팀장이 지난 26일 강원도 철원에서 열린 'DMZ 일원 생물다양성 보전 방안 간담회'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국립생태원은 민통선 이북 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누고, 39개 경로의 생태계를 조사했고, 생태계 우수성을 평가했다.

생태계 조사는 지뢰 매설 등으로 인해 일정한 경로를 따라 진행됐다.

그 결과 12개 경로가 우수한 지역으로 평가됐고, 26개 경로는 양호한 것으로, 1개 경로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생태계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경로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 파주시가 진동면~동파리 1개 경로, 연천군이 왕징면 북삼리 경로 등 4개 경로가 꼽혔다.

강원도에서도 철원군은 김화읍 동송읍 이길리 경로 등 3개 경로, 화천군은 화천읍 비운이 경로 등 2개 경로, 고성군은 현내면 거진읍 현내면 수동면 등 2개 경로가 선정됐다.

두루미 도래지, 사향노루·버들가지 서식지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 여울의 재두루미 가족.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 여울의 재두루미 가족.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

생태원은 이들 12개 우수 경로 가운데 6개 경로를 우선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경로로 제시했다.

연천군의 중면 빙애 경로와 백학면 두현리 경로, 철원군 동송읍 토교저수지 경로는 두루미가 찾는 곳이다.
철원군의 김화읍 근북면 성제산 경로와 화천군 화천읍 고둔골 경로는 사향노루 서식지이고, 고성군 현내면 지경천 경로는 민물고기인 버들가지 서식지이다.

이에 따라 빙애 경로와 두현리 경로, 지경천 경로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성제산 경로와 고둔골 경로는 생태경관보호지역으로, 토교 경로는 야생생물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태원은 밝혔다.

간담회에서 발표 중인 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보호지역연구팀장. 강찬수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 중인 박진영 국립생물자원관 보호지역연구팀장. 강찬수 기자

박 팀장은 “DMZ와 관련한 다양한 법이 마련돼 있으나, 보전에 대한 부분은 서로 상충하면서 보전 관련 법이 무의미해지는 경우도 있다”며 “파주·연천·철원·화천의 경우 개발에 의한 훼손 가능성이 높아 보호지역 지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통선 북상하면 두루미 밀려나 

지난14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주민들이 농작물을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14일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민통선 이북 지역에서 주민들이 농작물을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간담회에서 황호섭 DMZ 일원 생명평화 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그동안 민통선이 북상하면서 서부 지역은 민통선 남북 폭이 5㎞가 안 되는 곳도 있고, 앞으로 더 줄어들 수도 있다”며 “이로 인해 두루미 서식지가 민통선 지역 밖으로 밀려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DMZ 일원 생물다양성 보전 방안 간담회에서 발표 중인 황호섭 생명평화 시민연대 사무국장. 강찬수 기자

DMZ 일원 생물다양성 보전 방안 간담회에서 발표 중인 황호섭 생명평화 시민연대 사무국장. 강찬수 기자

황 사무국장은 “철원에서는 화살머리고지에 평화기념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고, 평화산업단지도 계획돼 두루미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다”며 “DMZ에서 지뢰 제거와 유해 발굴, 문화재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데, 어디까지 진행해야 하나, DMZ를 다 파헤쳐야 하나”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DMZ는 필수불가결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절대 보존원칙을 적용해야 하고, 민통선 이북 지역은 철저한 보전을 원칙으로 해서 생물자원 조사, 연구 복원 증식, 생태교육, 관광 등의 목적 외에는 철저히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통선 이남의 접경지역은 생명에 이롭고 평화에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가 되도록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DMZ 일원 생태계 보전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황호섭 사무국장. 강찬수 기자

DMZ 일원 생태계 보전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황호섭 사무국장. 강찬수 기자

황 사무국장은 “DMZ의 보전과 평화적 이용을 얘기하는데, 남북한의 평화가 아니라 자연과의 평화에 방점이 있는 것”이라며 “한반도 생태공동체의 보전과 복원이 토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민과의 소통이 중요  

26일 열린 DMZ 일원 생물다양성 보전 방안 간담회. 강찬수 기자

26일 열린 DMZ 일원 생물다양성 보전 방안 간담회. 강찬수 기자

한편, 지역주민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백종한 한국 두루미보전협회 철원지회장은 “학술적인 조사가 지방자치단체 행정과 연결이 되고, 두루미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주민과도 소통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회장은 “철원의 민통선 군 검문소가 강산 저수지까지 북상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축산 단지와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두루미들이 앉을 곳이 없어 오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며 “철원 지역 한 곳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든지, 토지를 매입하든지 해서 보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호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DMZ 생태계 보전이 중요하지만, 환경부 업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도 사실”이라며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대표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틀을 제공해 DMZ 보존의 구심점이 마련될 수 있도록 환경부가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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