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만에 인생역전···메르켈 없는 獨, 서열2위 女의장 떴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05:01

26일(현지시간) 독일 연방하원(분데스탁) 의장에 선출된 배르벨 바스.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독일 연방하원(분데스탁) 의장에 선출된 배르벨 바스. AFP=연합뉴스

포스트 메르켈 시대의 독일은 어떨까. 여성 정치인들의 승승장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엔 독일 국가 서열 2위인 연방하원(분데스탁) 의장에 역대 세 번째 여성이 선출됐다. 배르벨 바스(53) 사회민주당(SPD) 원내부대표가 주인공. 그는 투표에 참여한 하원의원 724명 중 576명의 찬성을 얻어 20대 하원의장이 됐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여성 하원의장은 1949년 이후 안네 마리렝거와 리타 쥐스무트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메르켈은 귀빈석서 참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연방하원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왼쪽)과 함께 본회의를 참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2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연방하원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왼쪽)과 함께 본회의를 참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바스 의장과 함께 출범한 20대 연방하원은 지난 19대보다 27명 늘어난 736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평균연령 47.5세로 가장 젊고 이민자 출신 비율도 8.2%에서 11.3%로 늘어 더 다양해졌다. 한국계 이예원 사민당 의원이 아시아계 이민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의회에 입성했고,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 아베트 테스파이에수스 녹색당 의원은 역대 최초 흑인 하원의원이 됐다.

20대 연방하원은 31년 만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없는 의회이기도 하다. 지난 총선 불출마와 함께 총리직에서 내려오겠다고 선언한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의원석이 아닌 귀빈석에 앉아 본회의를 지켜봤다. 바스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여성이 민주주의 중심을 책임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1949년 이후 세 번째 여성 의장이라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일”이라면서 “더 젊고 다양해진 연방하원은 정치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도 예측 못한, 10일 만에 갈린 운명” 

26일 독일 연방하원 의원들이 배르벨 바스 신임 의장 선출을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 독일 연방하원 의원들이 배르벨 바스 신임 의장 선출을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스 의장의 선출은 사실 예기치 않았다. 지난달 총선에서 사민당이 승리한 이후 볼프강 쇼이블레 전 하원의장을 이을 가장 강력한 후보는 롤프뮤체니히(65) 의원이었다. 하지만 남성이라는 사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피터 다브록 전 국가윤리위원장은 지난 18일 공개서한을 통해 “‘신호등’(사민당·녹색당·자유민주당) 연정이 성사되면 국가 5대 주요 직책자가 모두 남성”이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사회민주여성워킹그룹(ASF)도 사민당에 의장 후보로 여성을 지명할 것을 요구했다.

사민당은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입장이었다. 총리 후보인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사민당 대표가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만큼 명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사민당은 발 빠르게 배르벨 바스를 의장 후보로 지명하기로 합의했다. 르몽드는 이런 극적인 지명 과정을 두고 “불과 10일 전만 해도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치인의 운명을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스 의장은 1984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뒤스부르크 교통국(DVG)에 취직해 15년간 근무하면서 직원 대표 등을 지냈다. 90년대 들어서는 사회보장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2009년 총선 전까지 건강보험기금 등에서 근무했다. 정치적으로는 1988년 사민당에 가입해 1992년부터 2004년까지 뒤스부르크 시의원을 지낸 뒤 2009년 총선에서 당선돼 연방하원에 입성했다. 사민당 내에서도 좌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한편 연방하원 부의장에는 이본 막와스(기독민주당)와 클라우디아 로트(녹색당), 볼프강 쿠비키(자유민주당), 아이단 외조귀즈(사민당), 페트라 파우(좌파당) 등이 선출됐다. 사민당은 12월 6일 숄츠 총리 취임을 목표로 자민당, 녹색당과 ‘신호등’ 연정을 협상 중이다. 각 당의 상징색(사민당-빨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메르켈 총리는 총리권한대행으로 자리를 지키다가 새 정부가 구성되면 정계를 은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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