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탄소 줄인다" 190개국 기후총회, 최대 훼방꾼은 에너지 대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2018년 7월 20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의 월겟 지역 외곽.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 목장의 물 구유 근처에 나무가 홀로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7월 20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의 월겟 지역 외곽.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피해를 입은 목장의 물 구유 근처에 나무가 홀로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영국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회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에서 각국 정상들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을까.

[COP26 총회 D-3]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등 각국 지도자 120여 명을 비롯해 190개국에서 3만여 명이 참석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정상회담이 될 COP26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국 정상들은 이에 앞서 이탈리아 로마에서 30~31일 열리는 주요 20개국 회의(G20)에서도 기후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파리 기후협약 이은 최대 기후 회의…합의 이를까

COP26은 교토의정서(1997), 파리 기후협약(2015) 이후 가장 중요한 기후변화 회의다. 파리 기후협약에서 197개국이 합의한 ‘지구 온도 상승 1.5도 제한’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2030 탄소 감축 목표안을 제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기로 한 선진국의 연간 1000억 달러(약117조원) 기후 기금 조성을 비롯해 ▶탈석탄 ▶삼림 벌채 ▶전기자동차로의 전환 ▶재생에너지 등도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그런데도 “파리 협약 때보다 합의에 이르기 더 어려울 것”(알로크 샤르마 COP26 의장)이라는 우려가 시작 전부터 나오고 있다. 일단 회의 전 ‘숙제 검사’ 단계부터 삐걱대고 있다. 앞서 COP26 참가국들은 2050년까지의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2030년 기준의 NDC를 자발적으로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25일 발표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NDC를 새로 내거나 수정한 143개국의 목표치를 토대로 계산하면 2030년까지 탄소 배출 감축 규모는 9%에 불과하다. NDC를 업데이트하지 않거나 제출하지 않은 국가까지 포함하면 2030년 글로벌 탄소 배출은 오히려 16% 늘어난다. 유엔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이런 상태로는 지구가 금세기 안에 2.7℃ 상승하는 걸 막지 못한다.

숫자로 보는 COP26.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숫자로 보는 COP26.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후 문제 해결 핵심 당사자들…NDC 제출 못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뉴스1]

미국은 지난 4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NDC 상향안을 제출했다. COP26 주최국인 영국도 지난해 12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68% 이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감축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한국도 27일 국무회의를 통해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NDC 상향안을 의결했다. 기존 목표는 26.3% 감축이었다.

그러나 세계 탄소 배출 1위 국가인 중국(27%)과 4위 러시아(4.7%) 등 G20 국가 절반가량이 아직 NDC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COP26에 참석하지도 않는다. 전문가들은 인류의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선 중·러·인도·호주 등 ‘친화석연료’ 국가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시 주석의 불참이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 목표를 세우는 것을 거부하는 전조일 수 있다고 (총회 주최측이)우려한다"고 전했다. 중국은 자국 내 발표를 통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삼림 벌채 중단 등 핵심 의제 논의의 당사국인 러시아도 NDC 제출 대신 2060년 넷 제로 목표만 제시한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난에…유가 급등 중

파리 기후협약에 서명한 당사국인 중국과 러시아 등의 소극적인 행보는 최근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에너지 대란과 관련이 큰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후 수요 급증에 따라 석탄·석유·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중국은 유례 없는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서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 역시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경제적 득실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석탄 수출국인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가 처음에는 불참 의사를 밝혔다가 압력에 못 이겨 결국 COP26에 참석하기로 한 것도 이런 딜레마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유·천연가스(LNG)·석탄 가격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인베스팅닷컴,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

원유·천연가스(LNG)·석탄 가격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인베스팅닷컴,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

탄소 배출 감축에 적극적인 영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재생에너지 전환도 순조롭지 못한 것도 문제다. 지난 2000년 전체 전력의 36%를 차지하던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5% 수준으로 낮추고, 풍력발전 비중을 20%까지 늘린 ‘탈(脫) 탄소 모범국’ 스페인은 전기료 급등에 시달린다. 기상이변으로 연안의 바람이 멈추면서 현재 전기료가 지난해 10월보다 3배 이상으로 뛰었다. 영국과 독일의 전기요금은 각각 전년 대비 7배, 연초 대비 50% 올랐다. 최근 영국, 프랑스 등은 저장과 생산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 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개도국 지원 없인 감축 목표 달성 못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위한 기후 금융 조달 계획도 삐걱거린다. 앞서 EU,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및 호주 등 부자나라들은 2009년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기후 기금을 2020년부터 연 1000억 달러로 증액하기로 합의하고, 2015년엔 이 같은 계획을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은 1차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약속보다 200억 달러(약 23조 원)가 덜 지원됐다. 게다가 COP26를 앞두고 기금 증액 시점도 2023년으로 미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2월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 개최 준비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2월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 개최 준비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모하메드 나시드 전 몰디브 대통령은 “이번 발표는 개발도상국인 우리에게 10여년 전 처음으로 한 선진국들의 약속이 이행되려면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며 “(현재까지 노력은) COP26의 성공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엔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번 COP26의 또다른 쟁점 중 하나는 파리기후협약 6조다. 6조는 각국이 NDC 달성을 위해 ‘협력’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많은 국가와 산업계는 6조를 탄소상쇄의 방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탄소상쇄는 국제탄소배출권시장에서의 탄소배출권 구입 또는 해외 조림 사업을 통한 탄소 흡수 등으로 탄소배출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말한다. 우리나라 역시 40% 감축 중 해외 감축이 4.8% 포함돼 전체 감축목표의 12%에 달한다. 이런 '상쇄' 방식은 온실가스 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온난화를 막지 못한다는 평가가 유엔에서 나온다. 부유한 국가들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면서 가난한 지역 사회의 땅을 사들여 숲을 조성하는 방식의 꼼수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BBC는 각국 정부, 기업, 이익집단 등이 COP26을 앞두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이 날 수 있도록 유엔 쪽에 제출한 의견서만 3만2000건이라고 보도했다.

COP26이란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서명한 국가들이 참석하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의. 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약자, COP26은 26차 회의라는 뜻으로 2020년 영국과 이탈리아가 의장국으로 개최하기로 했으나 팬데믹으로 한 해 연기돼 2021년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게 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