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5대 바퀴 찢어놓은 그놈…죽음의 '1m 구덩이'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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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고속도로 안전 지키는 신기술②

AI와 연결돼 고속도로의 포트홀을 찾아내는 카메라. [사진 한국도로공사]

AI와 연결돼 고속도로의 포트홀을 찾아내는 카메라. [사진 한국도로공사]

 지난 18일 오후 2시쯤 경기도 하남의 한국도로공사 동서울지사 주차장. 지붕 앞쪽에 사각형의 작은 카메라를 장착한 11인승 승합차가 눈에 띄었다.

 문을 열어보니 조수석에 작은 모니터가 달려 있고, 뒷좌석 바닥엔 컴퓨터가 있었다.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GPS(위성항법장치) 수신기도 보였다.

 '도로 위 지뢰'로 불리는 포트홀(도로 파임)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특수차량이었다. 포트홀 탐지의 주인공은 컴퓨터에 장착된 AI(인공지능)다. 다양한 포트홀 사례를 딥러닝했다고 한다.

AI가 주행 중 찾아낸 포트홀(동그라미 안).[사진 한국도로공사]

AI가 주행 중 찾아낸 포트홀(동그라미 안).[사진 한국도로공사]

  동서울지사 도로안전팀의 신찬호 대리는 "탐지시스템을 켜고 차량을 운행하면 AI가 스스로 지붕 위 카메라를 통해 직경 15㎝ 이상의 포트홀을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는 한 번에 3개 차로까지 세밀하게 훑어볼 수 있다.

 AI가 포트홀을 찾아내면 조수석 모니터에 해당 사진과 위치, 포트홀 크기, 도로 포장재 등 관련 정보가 뜬다. 그리고 정보는 곧바로 도로공사의 '도로통합플랫폼'에 전송된다.

 신 대리는 "한번 순찰을 하면 평균 20~30개의 포트홀을 찾아낸다"며 "통합플랫폼에 모인 포트홀 정보를 확인한 뒤 규모가 큰 포트홀은 현장점검을 거쳐 보수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동서울지사 직원이 AI가 도로통합플랫폼에 보낸 포트홀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동서울지사 직원이 AI가 도로통합플랫폼에 보낸 포트홀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도로공사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포트홀 탐지시스템의 정확도는 92%에 달한다. 포트홀을 찾기 위해 관할 구역을 순찰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평균 200분에서 90분으로 크게 줄었다. 종전에 맨눈으로 포트홀을 찾을 때는 점검 요원이 매번 차에서 내려 직접 확인해야해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하지만 지금은 차를 멈출 필요 없이 달리면서 곧바로 탐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 상에서 수시로 정차하지 않아도 돼 사고 위험도 크게 줄었다.

포트홀 자동탐지시스템을 탑재한 차량. [강갑생 기자]

포트홀 자동탐지시스템을 탑재한 차량. [강갑생 기자]

 포트홀 자동탐지시스템은 2019년 처음 도입됐으며, 지난해 말 도로공사의 56개 지사 전체로 확대됐다. 도로공사 홍보팀의 조민식 차장은 "도로운영기관이 직접 포트홀 탐지 AI를 개발해 운영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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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공사가 포트홀 탐지에 집중하는 이유는 그 위험성 때문이다. 포트홀은 주로 낡은 아스팔트에 물이 스며들면서 균열이 발생해 생긴다. 구멍 크기가 작다고 그대로 차를 몰았다가는 타이어가 펑크나거나 차량 방향이 갑자기 바뀌면서 다른 차량 또는 중앙분리대 등과 충돌하는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포트홀을 무심코 지나치다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연합뉴스]

포트홀을 무심코 지나치다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연합뉴스]

 고속도로에서만 매년 3000~4000건의 포트홀이 생기는 데다 최근 5년간 포트홀로 인한 교통사고도 50여건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 2018년 8월에는 울산포항고속도로의 다운 1터널 입구에 가로 1m의 포트홀이 생겨 차량 5대의 타이어가 찢어졌다.

 같은 해 6월에는 경기도 평택의 왕복 2차로에서 5t 트럭이 포트홀에 빠지면서 갑자기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가 숨졌다. 고속도로 사고는 아니지만, 포트홀의 위험을 입증하는 사례다.

AI는 도로솟음 방지를 위한 응력완화줄눈의 상태 점검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AI는 도로솟음 방지를 위한 응력완화줄눈의 상태 점검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AI는 앞으로 '응력완화줄눈'의 이상을 확인하는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게 된다. 폭염으로 인해 도로가 솟아오르는 걸 방지하기 위해 도로 사이를 일정 간격(10㎝)으로 띄어놓은 게 응력완화줄눈이다. 이 간격이 좁아지면 도로 솟음이 발생하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보다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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