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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대란에도 해외자원개발 외면…예산 10분의 1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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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광해광업공단(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이 2016년 매각한 페루 마르코나 광산의 건설 전 모습. 페루는 세계 2위 구리 생산국이다. [중앙포토]

한국광해광업공단(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이 2016년 매각한 페루 마르코나 광산의 건설 전 모습. 페루는 세계 2위 구리 생산국이다. [중앙포토]

세계 각국이 원자재 확보 경쟁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한국은 발을 빼고 있다. 공공 부문의 해외 자원개발이 한계에 부딪힌 점을 고려해 민간 자원개발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민간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융자지원 예산으로 349억원을 편성했다.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던 2016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은 금액이다. 이 예산은 2017년 1000억원을 편성했다가 2018년에는 700억원, 2019년에는 367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해 예산은 369억원이었다. 2016년 이전에는 ‘성공불융자’라는 이름으로 연간 4000억원 넘는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지원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재인 정부의 해외 자원개발 지원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해외 자원개발 융자 예산은 매년 불용액이 발생했다. 정해진 예산을 다 쓰지 못하고 남는 금액이 있었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해외 자원개발에 민간 기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광물자원을 보유한 (해외) 현지 당국은 한국의 민간 개발기업과 공기업이 함께 들어오기를 바란다. 그런데 정부가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을 끊다시피 하면서 민간 진출도 덩달아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은 13개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매각(일부 매각 포함)했다. 한국석유공사는 2009년 7억 달러(약 8300억원)에 사들인 페루 석유회사(사비아 페루)를 올해 236만 달러(약 28억원)에 매각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호주 와이옹 유연탄 광산과 멕시코 볼레오 구리 광산 등 모든 해외 자산의 매각을 추진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광물종합지수는 지난 18일 3086.64((2016년 1월 평균=100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연탄·철·동·희토류·코발트 등 산업·전략적으로 중요한 광물 15종의 가격 변동을 지수화한 것이다. 경기 상황에 민감한 구리 가격은 26일 기준으로 지난해 평균과 비교해 61.6% 올랐다. 같은 기간 니켈은 48.6%, 망간은 112.9%, 코발트는 78.9% 상승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공기업의 자원 확보 전략은 단순 물량 위주의 성과지향적 투자에 치우쳤다. 공기업 특성상 방만한 투자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효율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자원개발 체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자원개발은 현 정부가 ‘씨’를 뿌리면 다음 정부가 ‘물’을 주고 그다음 정부에야 ‘수확’할 수 있는 장기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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