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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의 머릿속 세포들, 360도로 돌려봐도 귀엽게 공들였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에서 김유미의 머릿속 세포들. 오른쪽부터 ‘사랑세포’를 비롯해 이성세포, 감성세포, 탐정세포, 패션세포, 응큼세포, 세수세포, 출출이 세포. 김다희 감독은 “세포들의 머리 크기, 다리길이 등을 수없이 조정해가며 ‘가장 귀여운 형태’를 찾았다”고 전했다. [사진 티빙]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에서 김유미의 머릿속 세포들. 오른쪽부터 ‘사랑세포’를 비롯해 이성세포, 감성세포, 탐정세포, 패션세포, 응큼세포, 세수세포, 출출이 세포. 김다희 감독은 “세포들의 머리 크기, 다리길이 등을 수없이 조정해가며 ‘가장 귀여운 형태’를 찾았다”고 전했다. [사진 티빙]

“요즘 들어 부쩍 ‘세포들 너무 귀엽다’ ‘잘 보고 있다’는 연락이 많이 와 드라마 인기를 실감하는 중이에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서 ‘세포들’ 구현을 총괄한 스튜디오로커스 김다희(33·사진) 애니메이션 감독. 그는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원작의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 ‘발끝이라도 따라가야 한다’는 심정으로, 360도 어떤 구도로 돌려봐도 귀여워야 한다는 생각을 강박적으로 가지고 작업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과 같은 제작사(스튜디오로커스) 소속인 엄영식 감독과 함께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애니메이션 부분 공동연출을 맡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은 2015년부터 5년간 네이버 웹툰 연재로 큰 인기를 끈 이동건 작가의 동명 원작을 화면으로 옮긴 작품. 주인공인 ‘32세 대한국수 대리’ 김유미가 회사 다니고 연애하면서 하는 생각들을 머릿속 ‘세포’들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세포’ 구현이 까다로워 영상화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지난달 첫 방송 뒤, “세포들이 자연스럽고 귀엽다”는 입소문과 함께 호평을 받고 있다.

김다희 애니메이션 감독

김다희 애니메이션 감독

김 감독은 “2D 웹툰의 평면적 캐릭터를 입체화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방송 볼 때마다 ‘더 귀엽게 만들 수 있었는데’ 하며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유미의 세포들’ 애니메이션 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150여명이다. 세포들의 형체가 완성되기까지도 수많은 조정을 거쳤다. 김 감독은 “세포는 무조건 귀여워야 한다는 걸 복무 신조처럼 품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거 딱 봤을 때 귀여워? 안 귀여워?’를 묻고 다녔다”며 “머리를 줄여볼까? 다리를 짧게 해볼까? 하며 수도 없이 자잘한 수정을 거쳤다”고 돌이켰다.

특별히 더 신경 쓴 부분들도 있다. 김 감독은 “응큼이는 외설스러워 보이지 않도록, 엉덩이를 특별히 귀엽게 보이도록 했다”며 “삐짐대왕은 특히 다른 세포들과 다르게 그 표정을 위해서 얼굴을 따로 만드는 등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보통 애니메이션 작업 후 그림에 맞춰 성우가 녹음하지만, 이 작품은 스크립트에 따라 녹음부터 한 뒤 그  목소리 연기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덧입혔다. 그래서 목소리와 세포들의 입 모양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김 감독은 “성우들의 연기를 들으면서 세포들을 그려내 더 자연스러운 캐릭터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과 실제 촬영 화면의 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전체 화면의 색 보정도 신경 썼다. 김 감독은 “어른들이 봐도 거부감 들지 않는, 자연스럽고 예쁜 그림체와 톤을 찾으려 했다”고 전했다.

2012년부터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한 김 감독은 스토리보드, 콘티 작가 등의 일을 해왔지만 애니메이션 감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 먼저 합류한 엄영식 감독이 “여성 감독의 시선도 필요하다”며 내민 손을 덥석 잡아 여기까지 왔다. 그는 “올해가 일을 시작한 지 딱 10년 차인데 너무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32세 유미와 비슷한 나잇대인데, 보시는 분들이 진심으로 공감했다는 피드백을 들으면 그제야 ‘내가 유미에 공감하며 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애니메이션 작업에 고생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혼자 인터뷰를 하는 게 머쓱하다. 빈 깡통이 요란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라고 말하며 몸을 낮췄다.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 반대로 디자인과를 택했던 김 감독은 “결국 애니메이션으로 돌아가게 되더라”고 했다. “부모님도 애니메이션 ‘입봉’을 하고 나니 저보다 본방을 더 챙겨보며 좋아해 주신다”며 웃었다.

‘유미의 세포들’은 오는 29, 30일 13, 14화로 시즌1이 끝난다. 곧이어 극장판 제작에 들어갈 예정.  김 감독은 “장기 야근을 몇 달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말라가는 느낌”이라며 “그렇지만 ‘귀엽다’는 반응을 들으면 힘이 난다. 가장 애착 가는 건 ‘멋있는 척하지만 그래 봤자 귀여운’ 유미 수비대와, ‘지금 빨래 안 하면 내일 입을 속옷도 없어~’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집안일 세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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