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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현 “노 전 대통령, 협상팀에 전권 줘…수교 협상 넉달만에 끝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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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권병현

권병현

“한·중 수교라는 역사적 사건이 불과 4개월간의 비밀 협상 끝에 이뤄진 것은 협상단을 믿고 권한을 완전히 위임해 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넓은 포용력을 갖고 큰 역사만 본 분입니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대중 실무교섭대표를 맡아 중국과의 협상을 이끌었던 권병현(사진) 전 주중 대사는 “그분의 큰 뜻이 아니었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소련과의 수교가 노 전 대통령이 추진한 북방외교의 분수령이었다면, 중국과의 수교는 북방외교를 완성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었다. 냉전 종식과 함께 한반도에 찾아온 안보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대담한 접근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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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전 대사는 지난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92년 4월 양국이 협상 대표를 정하기로 한 뒤 5월 첫 회담을 하고 8월 24일 수교하기에 이르렀는데, 단기간에 이런 비밀 협상과 타결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임기를 끝내기 전 중국과의 수교로 북방외교를 마무리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협상팀에 모든 것을 맡겨줬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내지 않고 ‘어떻게든 대국적으로 타결하라’며 강한 의지를 갖고 밀어줬다. 협상팀을 믿고 권한을 완전히 준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권 전 대사는 “노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한·중 수교는 훨씬 더 늦어졌을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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