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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국가장 호남 86 울컥…지도부는 “전두환, 노태우는 다르다” 분리대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공과(功過)를 볼 수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송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2ㆍ12 군사 쿠데타와 5ㆍ18에 대한 법적ㆍ역사적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6ㆍ29 선언,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토지공개념 도입 등 여러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씨 빈소. 왼쪽엔 문재인 대통령의 근조화환이 오른쪽에는 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의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씨 빈소. 왼쪽엔 문재인 대통령의 근조화환이 오른쪽에는 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의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송 대표는 그러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전두환 전 대통령과 비교했다. “5ㆍ18 당시 발포 명령을 주도하고 지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전두환씨에 비해, 노 전 대통령은 아들 노재헌씨를 통해 수차례 5ㆍ18 묘지를 참배해 사과의 뜻을 표했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용빈 대변인이 낸 민주당 공식 논평에도 “그의 마지막은 여전히 역사적 심판을 부정하며 사죄와 추징금 환수를 거부한 전두환씨의 행보와 다르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이날 노 전 대통령 빈소가 차려진 서울 혜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노 전 대통령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점을 저는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지난 22일 광주 5ㆍ18 국립묘지에서 전 전 대통령을 “어떤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는 학살 반란범”이라고 비판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순화된 평가였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빈소를 찾아 “과오는 과오지만, 5ㆍ18 유족께 용서를 빈 건 평가할만하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씨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씨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도부와 대선 후보 등의 이런 입장은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결정하면서도 국립묘지 안장은 피한 정부의 미묘한 대응과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어느정도 예우를 갖추면서도 당 지지층의 반발 가능성을 의식해 수위를 조절한 모양새다. 이 후보가 전날 노 전 대통령 별세 직후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나중에 (대답하겠다)”고 피했다가, 4시간이 지난 그 날 오후 9시쯤에야 “명복을 빈다”는 입장을 낸 것에서도 고민의 흔적이 묻어났다.

또 ‘전두환 옹호’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차별화를 하는 측면도 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역사의 죄인”, “독재자”(이용빈 대변인 논평) 등의 표현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이 후보도 빈소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빛과 그림자가 있다”면서도 “빛의 크기가 그늘을 덮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86ㆍ호남ㆍ권리당원 반발…“노태우 공과론, 일제강점기 공과론 격”

그러나 전두환ㆍ노태우 정부 시절 학생운동을 했던 86그룹과 호남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는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전날 노 전 대통령 별세 직후 조오섭(광주 북구갑)ㆍ윤영덕(광주 동구남구갑)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장 예우와 국립묘지 안장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12ㆍ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의 2인자로 전두환과 함께 5ㆍ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책임자 중 한 명”이며 “(아직) 역사적 단죄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란 이유에서다.

26일 조오섭 의원(가운데)과 윤영덕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노태우의 국가장 예우와 국립묘지 안장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연 모습. 조오섭 의원실 제공

26일 조오섭 의원(가운데)과 윤영덕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노태우의 국가장 예우와 국립묘지 안장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연 모습. 조오섭 의원실 제공

86 운동권이자 5ㆍ18 국립묘지가 있는 광주 망월동을 지역구로 둔 조오섭 의원은 27일 정부가 국가장을 결정한 후에도 “여전히 국가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은 내란수괴로 유죄 확정을 받은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을 국가 차원에서 예우해준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이며 아이들 교육에도 매우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공과론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내란수괴범이다. 그래서 노태우 정부는 수립 자체에 정통성이 없다”며 “노태우 정부의 공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일제 강점기 일본의 통치에도 공로는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격”이라고 말했다.

당내 개혁파로 분류되는 박주민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정부의 국가장 결정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아무리 사과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분이 했던 일이 굉장히 큰 잘못”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정부의 결정에) 긍정적일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국가장 결정에 대한 비판 글이 빗발쳤다. 이날 오후 “제정신인가? 노태우 국가장 결정 철회하라”, “여론에 못 이기는 척 국가장을 하면 두고두고 욕먹는다”, “5년 동안 민주당을 지지하고 노력한 것이 후회된다. 탈당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27일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반대 의견. 홈페이지 캡처

27일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반대 의견. 홈페이지 캡처

이런 반발을 의식한 듯 송영길 대표는 2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겨냥, “이런 사람은 국가장(葬)을 치를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할 생각”이라며 지지층 달래기에 나섰다. 송 대표는 이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란목적살인죄로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전두환 씨가 지금도 반성을 안 하고 광주의 명예를 훼손하면서 재판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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