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는 무조건 귀여워야한다!" 33세 여성 감독이 살려낸 '유미의 세포들'

중앙일보

입력 2021.10.27 17:20

업데이트 2021.10.27 18:08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에서 김유미의 머릿속 세포들. 오른쪽부터 프라임 세포인 '사랑세포'를 비롯해 이성세포, 감성세포, 탐정세포, 패션세포, 응큼세포, 세수세포, 출출이 세포. 애니메이션을 총괄한 김다희 감독은 "세포들의 머리 크기, 다리 길이 등을 수없이 조정해가며 '가장 귀여운 형태'를 찾았다"고 전했다. 사진 티빙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에서 김유미의 머릿속 세포들. 오른쪽부터 프라임 세포인 '사랑세포'를 비롯해 이성세포, 감성세포, 탐정세포, 패션세포, 응큼세포, 세수세포, 출출이 세포. 애니메이션을 총괄한 김다희 감독은 "세포들의 머리 크기, 다리 길이 등을 수없이 조정해가며 '가장 귀여운 형태'를 찾았다"고 전했다. 사진 티빙

“요즘 들어 부쩍 ‘세포들 너무 귀엽다’ ‘잘 보고 있다’는 연락이 많이 와서 드라마 인기를 실감하는 중이에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서 ‘세포들’ 구현을 총괄한 스튜디오로커스 김다희(33) 애니메이션 감독은 설레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최근 전화 인터뷰로 만난 그는 “원작의 캐릭터가 너무 귀여웠어서 ‘발끝이라도 따라가야 한다’는 심정으로, 360도 어떤 구도로 돌려봐도 귀여워야 된다는 생각을 강박적으로 가지고 작업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과 같은 제작사(스튜디오로커스) 소속인 엄영식 감독과 함께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애니메이션 부분 공동연출을 맡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은 2015년부터 5년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이동건 작가의 동명 원작을 화면으로 옮긴 작품이다. 주인공인 ‘32세 대한국수 대리’ 김유미가 회사를 다니고 연애를 하면서 하는 생각들을 머릿속 ‘세포’들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원작 인기가 높았지만, ‘세포’를 구현하기 까다로워 영상화되기까지 오래 걸렸다. 지난달 첫 방송 뒤, “세포들이 자연스럽고 귀엽다”는 입소문을 타며 호평을 받고 있다.

김 감독은 “2D 웹툰의 평면적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요즘도 방송 볼 때마다 ‘더 귀엽게 만들 수 있었는데’ 하며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세포는 무조건 귀여워야 한다!" 응큼이 엉덩이는 '외설스럽지 않게'

김유미의 머릿속 세포 중 '응큼세포'. 코미디언 안영미가 목소리를 담당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진은 '귀여움'이 핵심인 세포마을에서 응큼세포가 너무 외설스럽지 않고 귀여움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엉덩이에 신경써서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 TVING

김유미의 머릿속 세포 중 '응큼세포'. 코미디언 안영미가 목소리를 담당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진은 '귀여움'이 핵심인 세포마을에서 응큼세포가 너무 외설스럽지 않고 귀여움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특별히 엉덩이에 신경써서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 TVING

 ‘유미의 세포들’ 애니메이션 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150여명이다. 세포들의 형체가 완성되기까지도 수많은 조정을 거쳤다. 김 감독은 “세포는 무조건 귀여워야 한다는 걸 복무신조처럼 품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거 딱 봤을 때 귀여워? 안 귀여워?’를 묻고 다녔다”며 “머리를 줄여볼까? 다리를 짧게 해볼까? 하며 수도 없이 자잘한 수정을 거쳤다”고 돌이켰다.

유미의 세포들 속 김유미의 남자친구 구웅의 머릿속에 살고 있는 삐짐대왕은 다른 세포들과 다르게 특별히 얼굴을 별도로 제작했을 정도로 공들인 캐릭터다. 사진 TVING

유미의 세포들 속 김유미의 남자친구 구웅의 머릿속에 살고 있는 삐짐대왕은 다른 세포들과 다르게 특별히 얼굴을 별도로 제작했을 정도로 공들인 캐릭터다. 사진 TVING

다 비슷해 보이는 세포들이지만 특별히 더 신경 쓴 부분들도 있다. 김 감독은 “응큼이는 외설스러워 보이지 않도록, 엉덩이를 특별히 귀엽게 보이도록 했다”며 “삐짐대왕은 특히 다른 세포들과 다르게 그 표정을 위해서 얼굴을 따로 만드는 등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성우들 연기에 맞춰 딱 맞는 애니메이션 입히기

세포들의 말소리에 맞춰 입모양이 들어맞도록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그림과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자연스러운 영상이 나왔다. 사진 TVING

세포들의 말소리에 맞춰 입모양이 들어맞도록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그림과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자연스러운 영상이 나왔다. 사진 TVING

보통 애니메이션 작업 후 그림에 맞춰 성우가 녹음을 하지만, 이 작품은 스크립트에 따라 녹음부터 한 뒤 그  목소리 연기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그래서 목소리에 맞춰 세포들의 입 모양이 정확하게 딱딱 떨어진다. 김 감독은 “작업 단계가 늘어나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퀄리티를 높인 좋은 선택이었다”며 “성우들의 연기를 들으면서 세포들을 그려낼 수 있어서 더 자연스러운 캐릭터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과 실제 촬영 화면의 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전체 화면의 색 보정도 신경 썼다. 김 감독은 “어른들이 봐도 거부감 들지 않는, 자연스럽고 예쁜 그림체와 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세포들의 목소리는 국내 유명 성우진들이 담당했다. 코미디언 안영미는 '응큼세포'로 특별히 캐스팅됐다. TVING 유튜브 캡쳐

세포들의 목소리는 국내 유명 성우진들이 담당했다. 코미디언 안영미는 '응큼세포'로 특별히 캐스팅됐다. TVING 유튜브 캡쳐

'여성 감독 시선 필요하다' 제안에 10년 만에 입봉작

2012년부터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한 김 감독은 스토리보드, 콘티 작가 등의 일을 해왔지만 애니메이션 감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 합류했던 엄영식 감독이 “여성 감독의 시선도 필요하다”며 내민 손을 덥석 잡아 여기까지 왔다. 그는 “올해가 일을 시작한지 딱 10년차인데 너무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김다희 애니메이션 감독.  [사진 김다희]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김다희 애니메이션 감독. [사진 김다희]

그는 “32세 유미와 비슷한 나잇대인데, 보시는 분들이 진심으로 공감했다는 피드백을 들으면 그제서야 ‘내가 유미에 공감하며 만들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애니메이션 작업에 고생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혼자 인터뷰를 하는 게 머쓱하다. 빈 깡통이 요란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라고 말하며 몸을 낮췄다.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 반대로 디자인과를 택했던 김 감독은 “결국 애니메이션으로 돌아가게되더라”고 했다. “부모님도 애니메이션 ‘입봉’을 하고 나니 저보다 본방을 더 챙겨보며 좋아해주신다. 제가 하는 일을 먼저 궁금해하신 게 처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김유미의 머릿속에서, 청소를 하지 않아 이성세포(왼쪽)에게 혼나고 있는 집안일세포(오른쪽). 집안일세포는 김다희 감독이 가장 애정을 가진 캐릭터 중 하나라고 한다. 사진 TVING

김유미의 머릿속에서, 청소를 하지 않아 이성세포(왼쪽)에게 혼나고 있는 집안일세포(오른쪽). 집안일세포는 김다희 감독이 가장 애정을 가진 캐릭터 중 하나라고 한다. 사진 TVING

‘유미의 세포들’은 오는 29, 30일 13, 14화를 마지막으로 시즌1이 끝난다. 드라마가 끝나면 연이어 극장판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 감독은 “엄영식 감독님도 이렇게 빡센 스케줄은 처음이라고 하시고, 저도 장기 야근을 몇 달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말라가는 느낌”이라며 “그렇지만 ‘귀엽다’는 반응을 들으면 힘이 난다. 가장 애착이 가는 건 ‘멋있는 척하지만 그래 봤자 귀여운’ 유미 수비대와, ‘지금 빨래 안 하면 내일 입을 속옷도 없어~’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집안일 세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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