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버지니아 유세장 찾은 바이든 "트럼프 졸개 따윈 이겨야"

중앙일보

입력 2021.10.27 14:30

"나는 도널드 트럼프에 맞서 선거를 치렀다. 지금 여기 우리 매컬리프 후보는 트럼프의 졸개에 맞서고 있다. 트럼프를 싸고도는 공화당 후보를 이겨야 하지 않겠나."

2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알링턴 하이랜드 공원에서 열린 민주당 주지사 후보 테리 매컬리프의 유세장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나타났다.
갑자기 영상 10도까지 떨어진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매섭게 불었다.
의회에서 표류하는 예산안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하고,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준비해야 하는 갈 길 바쁜 상황에서 짬을 내 유세장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글렌 영킨 후보를 공식 지지한 것을 두고, 이번 선거가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구도임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도 이 정도일지 몰랐다면서 "주식 시장이 너무 좋다.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고 있고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 때보다 경제가 더 나아졌다고 내세웠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 테리 매컬리프(오른쪽)가 자신을 지원하기 위해 유세장을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춤을 추며 반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의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 테리 매컬리프(오른쪽)가 자신을 지원하기 위해 유세장을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춤을 추며 반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지난 7월에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유세장을 찾았다.
그사이 떨어진 지지율에, 매컬리프 후보로부터 "버지니아에서 바이든은 인기가 없다"는 말까지 듣기도 했다.

그런데도 또다시 지원 유세에 나선 것은 그만큼 다음 달 2일 열리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결과가 자신에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10명의 버지니아 주지사 중 7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는 버지니아의 각종 선거에서 대부분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최근 아프가니스탄 철군의 혼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이곳 판세도 달라졌다.
지난여름까지만 해도 매컬리프가 두 자릿수 가까이 앞섰지만, 이날 발표된 서퍽대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46%로 영킨 후보(45%)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유세장을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연설 후 단상을 내려와 마스크 없이 지지자들과 어울리며 셀카를 찍어주고 있다. [A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유세장을 찾은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이 연설 후 단상을 내려와 마스크 없이 지지자들과 어울리며 셀카를 찍어주고 있다. [AP=연합뉴스]

위기감은 민주당 전체로 퍼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버지니아 주지사 자리를 공화당에 내주거나 심지어 큰 격차로 이기지 못하면, 내년 11월 중간선거와 3년 뒤 대선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 자리를 내주는 것은 물론, 바이든 대통령 역시 재임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더 걱정되는 대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버지니아 지역의 반트럼프 정서를 의식한 영킨 후보는 트럼프와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고 있지만, 그의 지지 선언은 받아들였다. 트럼프의 최측근이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은 최근 영킨을 지지하는 행사도 열었다.

그러자 민주당에선 영킨 후보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마스크나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에 반대하고, 지난 대선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영킨 후보는 결국 트럼프와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날 유세장에서 만난 민주당 지지자 제니 이데네쿠도 "바이든 대통령을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가 싫어서 민주당 주지사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선거 전략을 쓰고도 버지니아 선거에서 진다면, 반대로 '트럼프의 승리'가 더 강하게 부각될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버지니아 리치먼드 커먼웰스대에서 열린 민주당 주지사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버지니아 리치먼드 커먼웰스대에서 열린 민주당 주지사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민주당에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동원해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가장 인기 있는 민주당원'을 묻는 조사에서 60%의 지지율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23일 버지니아 리치먼드의 커먼웰스대 유세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 선거가 사기라는 거짓 선동, 투표권 제한 등 여러 일로 민주주의가 공격받고 있다며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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